유럽연합(EU) 일반법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천연가스와 원자력 에너지를 친환경 투자로 인정한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오스트리아가 제기한 소송은 기각됐으며, 법원은 두 에너지원이 기후변화 완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원자력과 가스는 EU의 ‘택소노미(taxonomy)’ 규정에 따라 보조금과 저금리 금융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EU 일반법원 ‘원자력·가스도 기후변화 완화 기여’ 판결… 환경단체 반발
오스트리아는 2022년 10월 자국의 전통적인 반핵 정책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EU의 지속가능한 투자 분류체계인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하며, 특히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들어 원자력이 ‘환경에 중대한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EU 일반법원은 집행위원회가 법적 권한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원자력과 가스가 특정 조건 아래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자력 에너지 생산이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방식이라는 점은 타당하며, 현재로서는 기술적·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저탄소 대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법원은 집행위원회가 원자력 발전소의 정상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심각한 원자로 사고 가능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스와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결정은 일시적·점진적인 조치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판결은 환경단체와 기후 활동가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클라이언트어스와 세계자연기금(WWF) 등은 특히 가스를 친환경으로 분류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녹색당 소속의 레오노레 게베슬러 의원은 “이번 판결은 EU 전체에 재앙적인 신호를 보내는 일”이라며 “녹색이라고 표시된 곳에 더 이상 진정한 녹색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원자력은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수십만 년 동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남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환경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항소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U 택소노미 규정에 따르면, 가스 발전소 프로젝트는 석탄을 대체하고 1kWh당 이산화탄소 환산 270g 이하를 배출하거나, 20년 평균으로 1kWh당 550kg 이하를 유지해야 일시적으로 친환경 분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2030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고, 2035년 말까지 재생에너지 또는 저탄소 가스로의 전환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원자력의 경우, 2045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은 신규 발전소가 환경이나 수자원에 중대한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친환경으로 분류됩니다. 택소노미 규정에 따라, 관련 금융 펀드는 가스 및 원자력 보유 여부를 투자자에게 보다 투명하게 공시해야 합니다.
EU 내에서는 에너지원 분류를 두고 여전히 국가 간 입장차가 큽니다. 스페인과 덴마크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가스를 친환경으로 분류하는 것이 제도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석탄을 대체하기 위한 가스 투자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전력 수요 증가와 간헐적인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에 대한 기존의 반대 입장을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