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환경단체, 유럽사법재판소에 EU 집행위 상대로 기후소송 제기

“택소노미서 LNG 사용 선박·항공기 제외…2030 기후목표 낮아”

유럽 환경단체들이 유럽사법재판소(CJEU)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제소했습니다.

EU의 녹색분류체계(이하 EU 택소노미)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항공기에 대한 투자가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EU 택소노미는 2022년 2월 최종안이 확정됐고, 작년 1월에 발효됐습니다.

지난해 11월 EU 집행위는 연료 효율이 더 좋은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투자 역시 친환경 투자로 분류했습니다.

탈탄소화 기술 상용화 전까지 연료 효율이 더 좋은 항공기를 사용함으로써 전환 과정의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선박 역시 한시적으로 녹색투자로 분류됐습니다.

그런데 유럽 환경단체 오퍼튜니티그린 등으로 구성된 5개 시민단체 연합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규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유럽사법재판소에 EU 집행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즉, 기후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3일 확인한 결과, 단체 법률책임자인 데이비드 케이는 “EU 택소노미는 수십억 유로의 민간 자금을 동원할 계획”이라며 “항공 및 해운업계의 기준은 투자자들에게 완전히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U 택소노미 내 해당 규정이 파리협정의 1.5℃ 경로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1.5℃ 경로에 부합하다는 증거 역시 집행위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단체들은 유럽사법재판소가 EU 택소노미에서 해당 규정을 없애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시적 녹색투자? 선박·항공기 수명 길다는 점 고려” 🤔

소송에 앞서 이들 단체는 올해 1월 집행위에 EU 택소노미 내 해당 규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는 올해 6월 기각됐습니다.

단체들은 싱크탱크 유럽운송환경연맹(T&E)의 자료를 인용해 관련 규정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T&E 분석에 의하면, LNG로 운항하는 대형 크루즈 선박에 대한 신규 투자 역시 EU 택소노미에 따라 녹색투자로 분류됩니다. 7,000여대 가량의 에어버스의 신규 항공기 계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녹색투자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케이 책임자는 “선박과 항공기의 수명이 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20~25년 후에도 여전히 바다와 하늘에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해운·항공업계의 탈탄소화를 고려한 한시적인 조치가 오히려 기후대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단체 측의 주장입니다.

2019년 기준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항공·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입니다. 이 비중은 지난 10년 사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EU 집행위 논평 거부…유럽사법재판소, 우선순위 부여 ⚖️

집행위는 이번 소송에 대해서 별도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법적 소송과 관련해 답변이 어렵다는 것이 집행위의 말입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 소송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이르면 오는 2025년에 첫 공청회가 열립니다.

EU 택소노미와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세계자연기금(WWF)·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는 LNG를 EU 택소노미에 한시적으로 포함한 것을 문제 삼으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자력이 포함된 것 역시 문제 삼으며 별개의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이들 2개 소송은 아직 심리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2025년 이전에는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5월 기준 EU 택소노미에 따라 역내 녹색투자 규모는 4,400억 유로(약 651조원)에 달합니다.

 

CAN 유럽 “2030 EU 기후목표 낮아…기후소송 제기” 🔔

한편, 기후행동네트워크(CAN) 유럽 지부 등은 EU의 2030년 감축목표가 파리협정 이행에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유럽사법재판소에 집행위를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소송은 올해 2월 제기됐습니다.

단체들은 집행위가 27개 EU 회원국별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EU의 2030 기후목표가 파리협정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환경법과 EU 기본권 헌장 등을 위반했다고 이들은 주장했습니다.

EU는 2030년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들은 8월에 관련 최종 서면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습니다.

앞서 단체들은 2018년에도 EU의 기후목표가 충분하지 않다며 법적 행동에 나섰습니다. 당시 제기됐던 기후소송은 유럽사법재판소에서 기각됐습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번 소송과 관련한 첫 공청회는 2025년 8월에 연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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