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 찬성 우세에도 법적 기준 미달로 부결

타이완의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인 마안산 원전의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지난 23일(현지시간)에 실시됐습니다. 찬성표가 반대표를 크게 앞섰지만,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라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부결됐습니다. 총 434만 명(전체 유권자의 21.7%)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는 151만 표(7.5%)에 그쳤으며, 전체 투표율은 29.53%였습니다.

이번 투표는 타이완 인민민주당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국민당의 지지를 받아 성사됐습니다. 안건은 마안산 원전에 대해 주무 당국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계속 운영하는 데 동의하는지를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은 이번 결과가 비록 법적 기준 미달로 부결됐지만, 다양한 에너지 선택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향후 기술이 더 안전해지고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다면, 첨단 원자력 에너지의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찬성 21.7% vs 반대 7.5%, 라이칭더 총통 ‘첨단 원자력 도입 배제 않겠다’

마안산 원전은 ‘제3 원자력 발전소’로도 알려져 있으며, 지난 5월을 끝으로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이로써 타이완은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가 전무한 상태가 되었고,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재생에너지와 LNG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단순히 찬반으로 나뉘지 않는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재가동을 지지한 측은 원자력 에너지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태양광 산업의 구조적 문제, 타이완전력공사의 재정 손실, 유럽연합과 일본의 원자력 활용 사례 등을 근거로 들며 원자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반대 측은 마안산 원전이 단층선 인근에 위치해 지진 발생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원자력 발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성 여론이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저준위 핵폐기물이 보관되어 있는 난주(Orchid Island)에서는 투표에 참여한 535명 중 344명이 찬성, 181명이 반대했습니다. 이 지역의 투표율은 12.1%에 그쳤지만, 찬성 비율이 높았습니다. 제1, 제2, 제4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신타이베이시에서도 투표율은 약 20%였으나, 이 지역에서도 찬성표가 반대표를 앞질렀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라이칭더 총통은 향후 기술 발전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첨단 원자력 에너지를 신규 도입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언급했습니다. 그는 아울러 원자력 관련 안전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국영 타이완전력공사가 독립적으로 안전 검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국민투표는 법적으로는 부결됐지만,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타이완 사회의 지지 기반이 여전히 존재함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향후 타이완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설계하는 데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 타이완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자력의 미래 가능성도 열어두는, 보다 유연하고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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