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기업 BP가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서 추진 중이던 550억 달러(약 76조 원) 규모의 호주 재생에너지 허브(AREH) 사업에서 전격 철수했습니다. 2022년부터 약 63%의 지분을 보유하며 운영자로 참여해온 BP는 석유·가스 중심의 전략 재편에 따라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습니다. 이번 철수는 호주의 청정에너지 전환 전략에 적잖은 충격을 안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필바라의 야심찬 청정에너지 계획, 현실의 장벽에 직면하다
호주 재생에너지 허브(AREH)는 퍼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1,860km 떨어진 필바라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었습니다. 2029년까지 총 26기가와트(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로, 호주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추진되어 왔으며, 서호주 탈탄소 전략의 중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필바라는 자원 산업이 집중된 지역으로, 서호주 전체 탄소 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AREH는 이 지역 산업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주 경제의 다변화를 꾀하는 핵심 인프라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업 제안자들은 세계 최대 벌크 수출항인 포트 헤드랜드 북동쪽 6,400 km²(제곱킬로미터) 부지에 1,700기 이상의 풍력 터빈과 수백 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56미터 높이의 그린 암모니아 저장 탱크를 건설할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연간 1,000만 톤의 청정 연료(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해, 루름스던 포인트에 건설 중인 5억 5천만 달러(약 7,600억 원) 규모의 신규 화물 시설을 통해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필바라를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수출 허브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BP는 이 허브를 ‘필바라 그린 링크 네트워크’를 통해 포트 헤드랜드로 연결하고, POSCO의 필바라 그린 철강 프로젝트 등 지역 산업에 전력을 공급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BP는 이번 철수가 최근의 전략 재설정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업스트림 석유·가스 사업의 확대, 하류 사업의 강화, 에너지 전환 투자에 있어 더 높은 재무적 규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철수는 BP가 최근 6개월 내 접은 세 번째 서호주 기반 대체 연료 프로젝트로, 퀴나나의 10억 달러(약 1조 3,826억 원) 규모 수소 및 청정 연료 사업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앞서 맥쿼리 역시 프로젝트에서 발을 뺐으며, 현재 AREH는 민간 기업인 CWP Global과 인터콘티넨탈 에너지가 후원하고 있습니다. 운영은 인터콘티넨탈 에너지가 맡게 됐습니다. 인터콘티넨탈 에너지 CEO 알렉스 탄콕은 “이 프로젝트가 필바라의 탈탄소화와 서호주 경제의 다각화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며, “공동의 비전을 실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BP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민간 주도로 계속 추진될 예정입니다.
서호주대학교 객원 교수이자 ‘퓨처 스마트 스트래티지스’ 이사인 레이 윌스 박사는 BP의 철수에 대해 “놀랍지 않은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BP는 특히 수소 생산에 초점을 맞췄는데, 바로 그 점이 프로젝트의 약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필바라는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풍력 자원도 부족하다”며, “프로젝트의 입지 자체가 애초부터 적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스 박사는 그린 수소 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수소를 적극 활용해야 할 시기”라며, “문제는 수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수소는 그린 스틸 생산에 쓰여야 하며, 선박을 통해 먼 지역으로 운송하는 방식은 아직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BP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프로젝트가 언젠가는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현재 제시된 일정대로는 진행되기 어려워, 산업단지에 재생에너지를 구축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