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서명한 3.4조 달러(약 4,688조 원) 규모의 세금 및 지출 법안이 석탄, 원자력, 지열, 지구공학 등 한동안 주류에서 밀려났던 에너지 및 기후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세금 공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동시에,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논란이 많은 태양 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논의와 자금 유입도 촉진할 전망입니다.
SRM, 석탄 화력, 원전, 지열까지…기후 개입형 에너지 패권 재편 시동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패키지는 석탄 산업의 침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세금 공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함으로써, 이들 재생에너지원이 석탄보다 앞서 있던 경제적 이점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철강 생산에 사용되는 야금용 석탄을 중요 광물로 지정하여 세금 공제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데이터 센터의 전력원으로 석탄 화력발전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쇄를 저지하기 위해 직접 개입하기도 했습니다. 산업계는 이를 전력망 안정성 확보 조치로 환영했으나, 일부는 석탄 연소가 초래하는 탄소 배출 증가와 지역 전기요금 상승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이번 재정 패키지는 원자력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내 전통 원자로는 최근 수년간 거의 건설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발전소로서의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안은 원자력에 대한 정부 보조를 연장하고, 풍력 및 태양광과의 경쟁 구도를 원자력에 유리하게 조정함으로써 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서명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 행정명령과도 연결됩니다. 해당 명령은 발전소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인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법안에는 ‘우려되는 외국 기업’이 참여한 프로젝트에 대해 세금 공제를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일부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지열 에너지도 이번 법안의 수혜 대상입니다. 지열은 이론적으로 중단 없는 청정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자원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지만, 자원 접근성과 초기 비용 부담이 확산을 저해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석유·가스 산업에서 개발된 수압 파쇄 기술이 일부 스타트업에 의해 지열 개발에 적용되면서, 지리적 제약을 해소하고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열은 풍력·태양광과 달리 세금 공제 단계적 폐지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전 리버티에너지(Liberty Energy) CEO인 크리스 라이트는 지열 에너지가 AI, 제조업,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 이전)을 지원하고 전기요금 상승 억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재직 중 퍼보에너지라는 지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 바 있습니다. 리아 스토크스 교수는 지열이 화석 연료 산업과 기술적 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분야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법안은 미국의 국내 에너지 정책뿐만 아니라 국제 기후 논의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법안이 태양 지구공학(Solar Radiation Modification, SRM) 기술의 현실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SRM은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해 태양 복사를 반사함으로써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는 기술로, 그동안 과학적 검증 부족과 윤리적 논란으로 인해 주류 정책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 연료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SRM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클리어뷰는 “화재, 홍수, 혹한 등의 재난이 빈번해지며 대중의 불만이 높아질 경우, 지도자들이 기후 시스템에 직접 개입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RM이 AI 운영을 위한 화석 연료 사용과 지구 온도 상승 억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