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18개국이 글로벌 산림 벌채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EU 규제(EUDR)의 시행 연기와 간소화를 유럽 집행위원회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산림 벌채 위험이 낮은 국가에도 과도한 행정 부담이 부과되고 있다며, 규제의 적용 시점을 추가로 늦추고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럽 18개국, ‘산림 벌채 규제’ 속도 조절 요구
EU 회원국 18개국은 지난 월요일에, 유럽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EU 산림 벌채 규제(EU Deforestation Regulation, 이하 EUDR)의 시행 시기를 추가로 연기하고, 규제의 복잡성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서한에는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에스토니아, 핀란드,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18개국의 농업 장관들이 서명했습니다.
이들은 “산림 벌채 위험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삼아야 할 규제가, 벌채 위험이 명백히 낮은 국가에도 불균형적이고 과도한 관료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농민, 산림 소유자,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행정 절차가 지나치게 번거롭고, 규제의 목적에 비해 부담이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UDR은 소고기, 코코아, 커피, 팜유, 고무, 대두, 목재 등 7개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림 벌채를 억제하기 위한 법안으로, 2023년 6월 발효되었습니다. 국가별 산림 벌채 위험도를 기준으로 분류해 적용되며, EU는 이미 대·중견기업에 대해서는 2025년 12월 30일, 영세·소기업에 대해서는 2026년 6월 30일까지 시행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서한에 참여한 회원국들은 “유럽 집행위원회의 간소화 방안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규제 적용 시점을 다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규제가 원자재 가격을 올려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일부 생산자들이 EU 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유럽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월요일 기자들에게 “아직 해당 서한을 받지 못했다”고 전하면서도,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원회는 수입업체들이 규제 준수 절차를 보다 쉽게 이행할 수 있도록 일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한편, 시민사회 단체들은 일부 EU 회원국과 의원들이 법안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페른(Fern)의 캠페인 코디네이터 한나 모왓은 “정치적 의사결정과 기술적 준비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며, 이 서한에 서명한 국가들을 포함해 여러 EU 국가 당국이 실제로는 법 시행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한 일부 장관들이 ‘유럽의 산림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단일 수종 위주의 조림지들이 가뭄과 병해충 등으로 인해 빠르게 황폐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 유럽 산림 담당 매니저 안케 슐마이스터-올덴호브 역시 이번 제안에 대해 “간소화가 아니라, 오히려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법적 불확실성과 추가 행정 부담을 야기하는 복잡성을 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장관들이 산림 벌채 중단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EU의 핵심 환경법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산림 벌채와 EU 내부의 기후변화 영향을 외면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UDR은 브라질 등 산림 벌채가 심각한 국가에서의 상품 생산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로, EU의 녹색 정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법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행 전부터 농민과 수입업체들이 겪는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지속적인 간소화 및 시행 연기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