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아마존강 하구 인근 지역에 대한 석유 시추권 경매를 강행했습니다.
이번 경매는 오는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불과 수개월 앞두고 이뤄졌는데, 환경단체와 원주민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정부는 이를 에너지 다변화와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사회는 아마존 생태계와 원주민 공동체에 미칠 잠재적 피해,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과의 근본적인 모순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후 보호 약속과 화석연료 확장 사이의 모순: 브라질의 아마존 석유 개발 딜레마
브라질 국영석유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고급 호텔에서 석유 시추권 경매를 열고 총 172개 블록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그중 47개는 아마존강 하구 인근의 해상 블록, 2개는 아마존 내륙 원주민 영토 인근의 육상 블록으로, 대부분은 기존 시추가 이루어지지 않은 미개발 지역에 속합니다.
최종적으로 34개 블록만 낙찰되었으며, 쉐브론, 엑손모빌, 페트로브라스, 중국 CNPC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19개의 해상 블록을 확보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최근 대규모 해상 석유가 발견된 가이아나 인근으로, 지질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높은 개발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강한 해류와 아마존 해안과의 근접성으로 인해 환경적 위험성 또한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매 직전인 2025년 5월 19일, 브라질 환경재생자원연구소(IBAMA)는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력 아래 페트로브라스가 아마존강 하구 인근 FZA-M-59 블록에서 탐사 시추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긴급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이 조치는 환경 라이선스 발급의 마지막 단계로 간주되며, 사실상 탐사 착수를 허용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아라야라의 니콜 올리베이라 사무총장은 “환경 허가가 나지 않은 유역에서 블록이 낙찰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국영석유청의 무책임한 결정일 뿐 아니라, 참여 기업들에게도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라야라는 계약 체결과 시추 착수를 저지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매 당일, 약 200명의 환경운동가와 원주민 지도자들이 경매장 외부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마노키족의 지오바네 타푸라는 “우리는 이 경매를 규탄하기 위해 리우에 왔다”며, “석유 시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나 사전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편 브라질 국영석유청은 녹화된 개회 성명을 통해 이번 경매가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에너지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낙찰 기업들과 체결된 계약에는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집약도 저감, 그리고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대한 의무적 투자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은 최근 원유 생산을 대폭 확대하며, 2024년에는 대두를 제치고 원유가 국가 최대 수출 품목으로 올라섰습니다. 이번 경매는 2030년 이후 기존 탐사 블록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량을 유지하고 확대하려는 연방정부의 전략적 조치로 풀이됩니다. 브라질은 현재 전력의 대부분을 수력발전 및 기타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COP30 회의가 아마존강 하구 인근 도시 벨렘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룰라 대통령이 기후 보호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화석연료 산업을 확대하는 행보를 자기모순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기후관측소의 국제정책 책임자 클라우디오 안젤로는 “브라질 정부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자국의 입지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의 기후 대응 노력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과학은 이미 전 세계 어디에서든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새로운 석유 및 가스 매장지 개발은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IEA는 기존 매장지에서의 점진적 감산만이 기후위기를 억제할 수 있으며, 신규 매장지 개발은 경제적·환경적으로 모두 지속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