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7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예산이 기존보다 10% 늘어난 8,150만 유로(약 1,300억 원)로 확정됐습니다.
중국은 분담금 비율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하며, 미국(2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여국이 되었습니다. 약 5,000명의 대표단이 참석한 독일 본 회의에서는 예산 증액과 기후 적응 평가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기후 자금 확대나 국가 감축 목표(NDC) 갱신과 같은 핵심 의제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글로벌 기후 협력의 진전과 난관: 예산 확대와 미완의 과제들
지난 26일(현지시간) 폐막한 독일 본 회의에는 약 200개국에서 온 5,0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오는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릴 COP3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제 조율과 기술적 협상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는 UNFCCC의 2026~27년 예산이 8,150만 유로(약 1,185억 원)로 확정된 점입니다. 전년도 대비 10% 증가한 규모로, 대부분 각국 정부의 분담금으로 충당됩니다.
중국은 경제 성장에 따른 조정으로 분담금 비율을 15%에서 20%로 높였고, 미국은 연방 정부 차원의 공식 기여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블룸버그 필란트로피의 민간 기여를 통해 전체 예산의 22%를 부담하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 공식 대표를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UNFCCC 사무총장 사이먼 스티엘은 “어려운 시기에도 각국이 유엔 주도의 기후 협력을 필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기여국들의 납부 지연으로 예산 부족 사태가 이어졌으며, UNFCCC는 일부 행사 취소 등 긴축 운영을 해 왔습니다.
기후 적응 분야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습니다. 각국은 기후 적응 노력을 측정하는 방식과 국가별 적응 목표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단순한 약속을 실제 이행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JTWP) 논의도 COP29 이후 정체됐던 흐름에서 벗어나 진전을 보였습니다. 기후 운동가들은 COP30에서 이를 바탕으로 ‘벨렘 실행 메커니즘(Belém Action Mechanism)’이 채택되어, 각국 및 지방정부 간 실행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 전반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은 부유한 국가들에 대해 더 빠른 기후 자금 접근과 장기적인 자금 확대 계획을 요구하면서 초기부터 긴장이 형성됐습니다. COP29에서 고소득 국가들은 2035년까지 매년 3,000억 달러(약 404조 원)를 저소득 국가의 기후 적응 및 저탄소 전환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09년에 설정된 연간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목표를 대체하는 것으로, 기존 목표는 약속보다 몇 년 늦은 2022년에야 겨우 달성됐습니다.
유럽연합(EU) 등 부유한 국가들은 민간 및 자선 부문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비국가 행위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COP30을 앞두고 모든 국가는 2035년까지의 국가결정기여(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완료한 국가는 30개 미만이며, 중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 배출국도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린피스 브라질의 국제 정치 전문가 카밀라 자르딤은 “NDC가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금기가 됐다”며, 감축 목표 갱신 방식에 대한 합의 부재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국제 기후 이니셔티브 디렉터 데이비드 와스코우는 “지속적인 정치적 긴장과 상충하는 의제들로 인해 진전은 제한적이고 불균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COP30까지 남은 4개월 동안 각국이 강력한 국가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다양한 재원을 통해 기후 자금을 확대하며, 적응 및 회복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질 환경부 장관 마리나 실바는 COP30이 “계획적이고 정의로운 화석 연료 종식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COP30 의장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 역시 “국가들이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크레딧 구매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브라질이 성공적인 COP 개최를 위해 필요한 요소와 목표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개최국으로서의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