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미국 첫 ‘그린 피’ 도입…관광세로 기후 재정 해법 모색

하와이가 관광객에게 환경 보호 목적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그린 피(Green Fee)’ 제도를 도입한 미국 최초의 주가 됐습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5월 28일(현지 시각), 호텔 숙박과 단기 체류에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제도 시행은 2026년 1월이며, 주 정부는 연간 약 1억 달러(약 1,365억 원)의 세수 확보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린 피는 기존 일시체류숙박세(TAT)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세율은 8.25%에서 11%로 올라가고, 여기에 카운티 세금 3%가 더해져 총 14%가 부과됩니다. 숙박비 400달러 기준으로 약 3달러(약 4,100원)의 환경 부담금이 추가됩니다.

조성된 수익은 기후변화 대응과 2023년 라하이나 산불 같은 재난 예방·복구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그린 주지사는 “하와이가 타 주보다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산업과 환경 간 균형을 통해 주민과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 자문팀, 설득과 신뢰로 이룬 전환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수년간 의회에 환경 부담금 법안 통과를 촉구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작년 제안이 좌절된 이후, 그는 ‘기후자문팀(CAT)’을 꾸려 입법 설득에 나섰습니다.

기후자문팀은 주·카운티 기관, 비영리단체, 기업 등에서 60명 이상을 인터뷰해 하와이의 기후 취약성을 분석했습니다. 팀 의장 크리스 벤자민은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하와이를 덜 취약하게 만드는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초기에는 공항 도착 수수료, 모바일 결제 기반 공원 입장료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됐지만, 시행 방식과 합법성에 대한 우려로 모두 폐기됐습니다. 올해 의회는 TAT(일시체류숙박세) 인상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단기 임대업자와 호텔업계는 관광 비용 인상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며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입장이 바뀌면서, 법안 서명식에는 주요 호텔업계 인사들이 참석해 지지를 공식화했습니다.

하와이호텔연합 회장 제리 깁슨은 “해변 복원, 침입 식물 관리 등 환경 회복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업계 입장이 크게 달라졌음을 밝혔습니다. 아웃리거호텔앤리조트 제프 바고너 사장은 “그린 주지사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세금이 실제 환경 프로젝트에 쓰인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린 피, 전용 논란 넘어 제도 정착 시도

지역 환경단체 케어 포 아이나 나우(Care For ʻĀina Now)의 보고서에 따르면, 하와이의 연간 환경보호 예산 부족액은 최소 5억 6,000만 달러(약 7,616억 원)에 달하며, 상황에 따라 최대 16억 9,000만 달러(약 2조 3,00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그린 피(Green Fee)로 확보되는 연간 수입을 활용해 수억 달러 규모의 환경 프로젝트를 위한 채권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사용 계획과 수혜 기관은 아직 미확정입니다. 오는 가을부터 사업 검토 및 선정 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재원이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그린 주지사는 “의회와 함께 지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라며 전용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팔라우, 뉴질랜드 등 관광국이 시행 중인 유사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그린 주지사는 “전 세계가 하와이를 주목하길 바란다”며 하와이가 새로운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 그린 피 징수는 2026년 1월부터 시작되며, 하와이는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 내 첫 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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