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보험사 손실이 300억 달러(약 44조 원)에 달할 수 있단 전망이 나왔습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그룹이 이같은 예측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보험에 포함되지 않은 손실까지 고려할 경우, 산불 피해액이 최대 400억 달러(약 58조 원)까지 증가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LA 산불은 지난 7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의 화재가 진압됐지만 주요 화재인 팰리세이드 화재와 이튼 산불 진압률은 18%와 35%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피해액이 더 커질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미 기상청(NWS)은 지역 계절풍인 ‘산타아나 바람’이 1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라며 최고 수준의 화재 경보를 발령한 상황입니다.
미국 역대 최대 기록될 LA 산불, 피해 규모 실시간 ↑
LA 산불로 인한 보험사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모양새입니다.
JP모건체이스 은행은 산불 발생 직후인 8일, LA 산불 피해액 규모를 100억 달러(약 14조 6,000억 원)로 추산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JP모건체이스는 피해액 규모 추정치를 2배인 200억 달러(약 29조 원)로 상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가 다시 2배 높은 추정치를 발표한 것입니다. 화재 진압 속도가 더딜뿐더러, 화재 피해 지역 대부분이 해안가 근처 부촌이란 점에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미국 역대 최대 산불 피해인 2018년 북부 캘리포니아 캠프 산불을 뛰어넘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캠프 화재의 보험 손실은 물가상승을 반영하면 현재가치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 원)로 추산됩니다.
캘리포니아주, 보험사 철수에 피해 피해보상 난망
문제는 산불 피해자의 상당수가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산불 피해가 빈번해지면서 많은 지역 보험사가 해당 지역에서 철수했기 때문입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LA 산불을 포함해 역대 피해액 10대 산불 중 9건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금액 기준입니다. 1건을 빼고 모두 2017년 이후 발생했습니다.
2022년에는 올스테이트·아메리칸 내셔널·스테이트팜 등 주요 보험사가 캘리포니아주 주택에 대한 신규 화재보험 제공을 중단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보험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0~2022년) 캘리포니아주 소재 주택 중 보험사로부터 신규 가입을 거부당한 사례는 280만 건에 달했습니다.
기존 가입 고객의 보험 갱신 거부도 잇달았습니다. 미 상원예산위원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보험 갱신 거부율은 2023년 기준 미국 50개 주 가운데 4위였습니다.
‘최후의 보루’ 페어플랜, 청구서 감당 우려 커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이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보험에 의존하거나 보험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주정부가 제공하는 ‘페어플랜(Fair Plan)’ 보험을 말합니다.
페어플랜은 주(州)보험부가 승인한 민간 보험사들이 제공한 준비금으로 운영되는 보험입니다. 산불 위험 지역 등에 위치한 주택 소유주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로 볼 수 있습니다.
단, 민간 보험보다 보험료가 높고 보상 범위도 제한적입니다. 페어플랜의 주택 보상 한도는 300만 달러(약 44억 원)에 불과합니다. 팰리세이즈 주택의 중위가격인 310만 달러(약 45억 원)보다 낮습니다.
페어플랜이 이번 산불 피해로 인한 보험금 청구를 감당할 수 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미 작년 3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규모보다 훨씬 적은 현금만을 보유하고 있단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산불로 페어플랜의 지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주보험부는 해명에 나섰습니다.
힐러리 맥린 페어플랜 대변인은 “페어플랜의 청구액 지급 역량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어 “페어플랜은 재보험을 포함해 모든 보험금을 지불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책 강화 한달 만에 초대형 산불 “한발 늦었나”
물론 페어플랜은 최소한의 장치로, 민간 보험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주당국 역시 민간 보험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정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주보험부는 지난달 13일 보험 보장성 강화를 발표했습니다. 철수한 보험사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2가지의 당근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보험사가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후재해를 반영한 모델을 사용해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둘째, 재보험 비용을 고객에게 보험료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보험료 현실화’를 허용한단 뜻입니다.
대신,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주의 산불 위험 지역 내 주택 중 최소 85%에 보험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정책은 산불 발생 5일 전인 지난 2일 발효됐습니다. 주정부의 대응이 한발 늦었단 평가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블룸버그는 “보험업계 대다수가 주정부의 개혁을 반겼다”면서도 “이번 화재는 업계가 정책의 효과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이번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매체는 이번 산불이 보험사의 비용 문제를 키우는 바람에 정책 효과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나아가 LA 산불로 인해 남아있던 민간 보험사도 떠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페어플랜의 청구액이 재보험의 보장액까지 넘어설 경우, 민간 보험사들이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칫 연쇄적인 보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페어플랜에 재난채권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입니다. 재난채권은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시 보험사가 피해 보상으로 입은 손실에 대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