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국민투표로 원전 재가동 결정한다…8월 국민투표 시행

“핵3호기 안전하면 운전 재개” 8월 표결…반도체·전력수요 급증이 변수

타이완 입법원이 지난 20일(현지 시각) 제3원자력발전소(핵3호기)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법안을 통과시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 절차가 본격화됐습니다.

중앙선거위원회는 오는 8월 23일 핵3호기 재가동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합니다. 투표 문항은 “핵3호기가 안전하다고 확인되면, 계속 운전하는 것에 동의하는가”로 확정됐습니다.

이번 투표는 제1·2호기 폐쇄에 이어 타이완 마지막 원전이었던 핵3호기가 운전을 중단한 직후 추진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너지 안보, 기후위기 대응, 산업 전력수요 등 주요 쟁점들이 공론장에 올랐습니다.

공론화는 야당 국민당과 민중당이 주도했습니다. 양당은 전력 안정성과 민주적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입법원 본회의에서 58대 49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민중당은 “즉각 재가동이 아닌, 안전성 입증 뒤 국민 동의를 묻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여당인 민주진보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핵3호기가 위치한 핑둥현 지역 의원들은 “왜 핵3호기만 공론화 대상이 되느냐”며, 이는 지역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핵1·2호기에는 같은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추진돼 온 탈원전 정책을 정치적으로 흔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에너지 안보 vs 노후 원전 리스크

핵3호기는 1984년부터 가동된 40년차 노후 원전으로, 연장 운전을 위해선 대규모 안전성 평가와 설비 교체가 필수입니다.

타이완 전력공사는 최소 3.5년의 안전성 심사가 필요하며,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탈핵 단체 ‘전국탈원전행동플랫폼’은 성명에서 핵3호기가 지진 위험이 큰 헝춘단층대 위에 위치하고, 핵연료 누출과 고준위 폐기물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제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미국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은 5년 연장에 118억 달러(약 16조 원)가 소요됐으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됐습니다.

기술적인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핵3호기는 PWR(가압수형 원자로) 방식으로, 핵1·2호기의 BWR(비등수형 원자로)보다 운전 압력이 높아 더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PWR 원자로에서 재료 피로나 부식 문제가 발생해 증기 발생기를 교체한 사례가 많으며, 해당 설비의 제조와 설치에는 보통 5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국민 선택에 달린 에너지 미래

이번 투표는 단순한 핵3호기 재가동 여부를 넘어서, 타이완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국민이 직접 선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주요 변수로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TSMC 등의 전력 수요 급증, 중국의 군사적 봉쇄 가능성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 압박 등이 꼽힙니다. 또한 2021년 탈원전 정책이 근소한 차이로 확정된 이전 국민투표의 전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야의 입장 차, 시민사회의 반응, 산업계의 전력 수요가 엇갈리는 가운데, 8월 국민의 선택이 타이완 에너지 체계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 중앙선거위원회는 공식 절차에 따라 투표를 준비 중이며, 홍보와 토론회를 통해 국민의 이해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타이완·한국, 원전 선택의 갈림길

타이완과 유사한 산업 구조를 지닌 한국 역시 원전 정책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반도체와 IT 중심의 전력 집약 산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두 나라 모두 안정적 전력 공급이 국가 경쟁력 유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정부는 2038년까지 원전 비중을 3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 2차 TV토론회에서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오는 6월 대선을 통해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정해질 예정인 만큼, 타이완의 국민투표와 함께 동아시아 원전 정책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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