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에너지 시장에 큰 타격

하루 2천만 배럴 통과…이란, 핵공습 보복으로 봉쇄 승인·미국 “경제적 자살” 경고

이란 국영 매체는 22일(현지시간) 자국 의회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대응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실제 봉쇄 실행 권한은 최고 안보 당국에 있는데, 미국은 이 조치를 “경제적 자살”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석유가 통과하는 이 전략적 해역에 대한 위협은 국제 유가 급등을 자극하고, 세계 시장 전반에 불안정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번 봉쇄 승인 발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타격한 직후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에너지가 풍부한 페르시아만과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수로로, 폭은 약 50km이며 가장 좁은 지점은 33km에 불과하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물량은 하루 약 2천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석유 운송량의 20%를 차지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이 경로를 통해 대량으로 이동한다.

 

글로벌 에너지 동맥의 위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의 파급효과

이란의 위협에 국제 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3.2% 상승해 배럴당 약 79.50달러(약 110,000원)에 거래되었으며, 이는 이달 초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누적 15%가량 오른 수준이다. 미국 S&P 500 선물은 약 0.5% 하락하며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주요 산유국들의 주요 수출 경로이기도 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약 6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해협을 통해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지역 국가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이란의 경우 하루 약 170만 배럴을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2025년 3월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으로 약 670억 달러(약 92조 원) 규모의 석유를 수출해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약 82%는 아시아로 향한다. 중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량 중 약 90%를 구매하는 주요 수입국이며, 인도는 원유 수입의 절반과 천연가스 수입의 60%를, 한국은 원유의 60%, 일본은 약 75%를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지난 22일 NBC 인터뷰에서 “이란의 전체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영된다”며, 봉쇄 시도는 “자살 행위”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 역시 이란의 봉쇄가 “경제적 자살”이라며, 중국이 적극 개입해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문가들은 이란 해군이 빠른 공격정, 소형 잠수함, 기뢰 설치 등 비대칭 전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외국 군함이나 상선을 공격하거나 나포하는 방식으로 해상 교통을 마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이미 해당 지역에 배치되어 있으며, 필요 시 신속한 군사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에도 이란은 여러 차례 해협 봉쇄를 위협했으나 실제로 실행한 적은 없다. 1980년대 후반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에도 유조선 전쟁이 벌어졌지만, 호르무즈 해협 운항은 중단되지 않았다. 당시 미 해군은 유조선 호위 작전을 수행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 같은 반복되는 위협에 대비해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대체 수출 경로 확보에 나서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최대 500만 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UAE는 내륙 유전을 오만만의 푸자이라 항구와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150만 배럴을 운송 중이다. 이란 또한 2021년 고레-자스크 파이프라인을 개통해 하루 약 35만 배럴을 운송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들 대체 경로를 통해 하루 약 350만 배럴의 원유가 처리 가능하다고 추정하며, 이는 해협 통과량의 약 15%에 해당한다.

이란의 봉쇄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심각한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동의 긴장 상황에 따라 국제 유가의 향방과 공급망의 안정성은 상당 기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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