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12시 33분(현지시각),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 걸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약 5,500만 명이 전력 공급 중단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페인 국영 전력회사 레드 일렉트리카(Red Eléctrica)에 따르면, 당시 스페인 발전 용량의 약 60%에 해당하는 15GW가 불과 5초 만에 이탈하면서 전력망이 붕괴됐습니다.
이번 정전은 철도, 신호등, ATM, 통신망, 인터넷 접속 등 필수 인프라를 마비시켰습니다. 포르투갈의 은행과 학교는 문을 닫고 상점은 수기 현금 거래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양국 정부는 긴급 대응에 나섰고, 하루 뒤인 29일 오전까지 스페인 전력의 99% 이상, 포르투갈 전력망은 밤 11시 30분까지 완전 복구됐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지적하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레드 일렉트리카는 사이버 공격, 인적 오류, 기상 현상은 초기 조사에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였고, 일부 보도에서 언급된 ‘유도 대기 진동(induced atmospheric vibration)’에 대해서는 포르투갈 전력사 REN이 해당 표현을 공식 부인했습니다.
유도 대기 진동은 급격한 대기 변화(온도, 압력, 풍속 등)가 초고압 송전선에 비정상적인 진동을 유도하면서, 전력망에 문제를 일으키는 물리적·전기적 현상을 가리킵니다.
연쇄 장애로 발생한 정전…원인 놓고 의견 분분 🧐
이번 정전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연쇄적 충격의 결과였습니다.
레드 일렉트리카는 28일 오후 12시 30분경 첫 번째 ‘전력 손실 이벤트’가 발생했고, 약 1.5초 후 두 번째 충격이 발생, 3.5초 뒤 프랑스와 연결된 카탈루냐 지역 인터커넥터가 차단되면서 스페인 발전량의 60%가 급격히 이탈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전 당시 스페인 전력의 구성은 태양광 59%, 풍력 12%, 원자력 11%, 가스 5%였고, 일부 전문가들은 초기 이벤트가 태양광 설비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원인 중 하나일 뿐, 근본적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라는 반박도 제기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의존이 정전 원인?…“단순화는 위험” ⚡
재생에너지 확산이 정전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스트랫클라이드대 키스 벨 교수는 “에너지원과 무관하게, 공학적 설계와 운영이 핵심”이라며, 전 세계 어디서든 다양한 에너지원을 쓰는 전력망에서 대규모 정전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그리드 ‘관성(inertia)’ 부족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관성이란 전력망의 주파수 변화를 억제해주는 물리적 완충력으로, 회전형 터빈을 사용하는 열발전(석탄·가스·원전)은 높은 관성을 제공하지만, 태양광·풍력 등은 낮은 관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아담 벨 정책국장은 “정전 당시에도 수력, 원자력, 태양열이 관성을 제공했고, 스페인은 동기식 콘덴서(synchronous condenser)를 이미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전 이후 화석연료 발전은 중단됐지만, 재생에너지는 일부 유지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전이 던진 신호…‘전력망 탄력성’이 핵심 과제로 📊
허티 스쿨의 라이언 허스 교수는 “관성이 부족해진 전력망이 진동에 더 민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전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전력 시스템 운영자들은 수십 년간 관성 문제를 인지하고 대비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전은 그리드 안정성과 재생 확대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저장, 플라이휠, 그리드 포밍 인버터 등 신기술의 투자와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합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그린에너지 전환 속 회복탄력성 확보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전은 ‘그린 전환’의 위기가 아닌 과제…투자·설계 개선 요구 🔍
이번 대규모 정전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계통망 리스크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론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전력망 설계와 복원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합니다.
유럽연합과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는 독립 기술위원회 구성과 정밀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단, 사이버 공격·기상 요인·인적 오류는 이번 조사 초기 단계에서 배제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전력 인프라가 점점 디지털·전기화되는 현실에서,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일 원인보다 복합적 연쇄 반응과 대비 부족이 문제였다”며, 복원력 있는 전력망을 위한 국제 협력과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