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전문가들이 본 기후재난…“한국 산불, 리버풀에서 리즈까지 불탄 셈”

“213시간 동안 불탔다”…경남 하동 산불, 역대 두 번째로 긴 산불 발생

2025년 3월, 한국과 일본을 강타한 대규모 산불의 배경에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강화된 기상 조건이 있었다고 기후과학자들이 밝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번 산불 당시 기온은 과거 유사 시기보다 최대 2도 더 높았고, 강수량은 최대 30% 적었으며, 바람은 최대 10% 강하게 불었습니다. 프랑스 IPSL-CNRS의 다비드 파란다 박사팀은 이러한 조건들이 산불 확산을 촉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한·일 남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산불은 한국에서만 48,238헥타르의 산림을 태웠으며, 30명이 사망하고 45명이 부상했습니다. 일본 오카야마·에히메 지역에서도 수천 명이 대피하고 370헥타르가 소실되었습니다.

클리마미터는 이번 사태를 “예외적인 기상현상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극단적 조건이자연 변동성보다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에 의해 주로 강화되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 한국 남부 지역과 혼슈의 지역에서는 기온이 최대 +2°C 상승, 강수량은 1mm/일 이하로 극도로 건조, 풍속은 시속 50km 이상에 달하는 등 산불 확산에 이상적인 조건이 조성되었다. ©ClimaMeter

 

음압·고온·건조·강풍… 기후요인 총집결 🌀

2025년 3월, 한·일 양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단일 원인보다는 특이한 기압 패턴, 높은 기온, 극도로 낮은 강수량, 그리고 강한 바람 등 복합적 기상 조건의 시너지로 확산됐습니다.

클리마미터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내륙과 해상에 음의 기압 이상이 발생하고 남쪽에 양의 기압 이상이 나타나면서 영향 지역 전체에 강한 기압 경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압 분포는 지역 전반에 강풍을 유도했고, 한국 남부 지역과 혼슈의 지역에서는 기온이 최대 +2°C 상승, 강수량은 1mm/일 이하로 극도로 건조, 풍속은 시속 50km 이상에 달하는 등 산불 확산에 이상적인 조건이 조성됐습니다.

한국의 산불 상황은 특히 심각했습니다.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에서 인용한 영국 생태수문학센터(UKCEH)의 더글러스 켈리 박사는 “한국의 산불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극단적 화재 추세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사건은 경남 산청과 하동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입니다. 이 산불은 3월 21일에 발생하여 213시간 34분이라는 역대 두 번째로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2022년 울진 산불의 213시간 43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화재 지속 기록입니다.

소실 면적은 1,858헥타르로, 축구장 약 2,600개 규모에 해당합니다. 진화 과정에서는 낙엽층이 1m 이상 쌓여 있었고, 낙엽 1헥타르당 300~400톤에 달하는 무게로 인해 진화수가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지중화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강풍으로 인해 불씨가 튀는 비화(飛火) 현상도 지속되며 진화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산불 시즌, 점점 빨라지고 길어진다 🔥

이번 한국의 산불 양상은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니라, 기후변화가 구조적으로 산불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런던정경대학(LSE)의 토마스 스미스 교수는 한국 산불의 규모에 대해 “놀라울 정도”라고 표현하며, “수요일(3월 26일) 기준으로 한국 동해안에서 내륙으로 약 90km에 이르는 두 개의 평행한 화재 전선이 형성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상황으로 비유하자면 “리버풀에서 리즈까지 거의 연속적인 산불이 발생한 것과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식생이 아직 ‘겨울 모드’에 있는 상태에서 날씨는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건조하여, 이 시기 평균보다 최대 10도 더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휴면기의 관목형 연료는 수분 조절 능력이 없어 이러한 고온과 건조한 조건에서 빠르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특히 취약합니다.

런던대학교(UCL)의 일란 켈만 교수는 한국 과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연구를 인용하며 “1991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산불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1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화재는 4월과 5월에 발생했으나, 산불 시즌이 길어지고 3월로 앞당겨지는 추세“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조림의 챔피언… 그러나 ‘미성숙 숲’이 위험 요소 🌲

산불 위험이 증가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토지 이용 변화도 지적되었습니다. 켈만 교수는 “삼림 조성과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산불 악화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한국은 수십 년간 조림·재조림을 활발히 해왔지만, 미성숙한 숲은 산불에 취약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나무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지표와 수관 사이의 연결성이 높아 불이 쉽게 위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산불이 단발성 재난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켈리 박사는 “한국은 앞으로 더 빈번한 겨울 가뭄과 함께 현재 화재 발생 지역에서 기온 상승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향후 수십 년 동안 해당 지역의 화재 위험 증가를 의미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 한국과 세계 다른 지역의 기온 상승과 겨울 강우량 감소를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3월 산불, 더 자주·뜨겁게… 기후변화 시그널은 분명하다. 🌪️

ClimaMeter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3월 한·일 산불 당시 기상 조건은 과거 유사 시기보다 뚜렷하게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시기 기온이 최대 2°C 상승, 강수량은 하루 최대 2mm 감소(약 30%), 풍속은 최대 4.8km/h 증가(약 10%)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자연 변동이 아닌, 인간 유발 기후변화에 의해 강화된 예외적 기상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부산, 오카야마, 이마바리 등 주요 도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강한 조건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산불 발생 조건이 과거엔 2월과 4월에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3월에 집중되는 경향으로 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산불의 계절성과 강도가 모두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셰필드대 킴벌리 심슨 박사는 “2025년 초 캘리포니아 산불과 한국 산불은 모두 이례적인 고온·건조·강풍 조건에서 촉발됐다.”면서, “기후변화가 기온과 강수 패턴을 바꾸며, 파괴적 산불을 일으키는 조건이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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