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에너지 주도권, 핵융합에서 갈린다.

중국, 美보다 2배 투자…15억 달러 쏟으며 실험실까지 초대형 건설 중

미국 핵융합산업협회(FIA) 앤드루 홀랜드 CEO가 최근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연간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핵융합 기술에 투자하며, 대형 실험시설을 빠르게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예산 8억 달러(약 1조 1,7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한국은 더 뒤처져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핵융합 혁신형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사업’의 총 예산은 10년간 1조 2,000억 원, 연평균 1,200억 원 수준으로 중국의 20분의 1,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핵융합 기술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투자뿐 아니라 공급망 장악과 인재 확보 면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위성사진을 통해 중국 미양(眉陽) 지역에 미국 국립점화시설(NIF)의 2배 규모에 달하는 레이저 핵융합 실험시설이 건설 중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핵융합 시장이 1조 달러(약 1,46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중국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에너지 안보와 AI 산업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산하 국립점화시설 연구진이 핵융합 연구 장치 내부를 점검하는 모습. ©LLNL
 

미래 에너지원, 핵융합이 뭐길래 🌞

핵융합 기술은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한 미래 에너지원입니다.

수소 원자들이 섭씨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에서 융합하면서 헬륨으로 바뀌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론적으로 핵융합은 기존 핵분열보다 4배, 석탄 연소보다는 400만 배나 많은 에너지를 생성합니다. 게다가 온실가스나 방사성 폐기물이 없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습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점화시설(NIF)에서 역사상 최초로 투입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융합 점화(ignition)’을 달성하며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美, 민간은 활발…정부는 뒷짐 📉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핵융합 연구 예산은 8억 달러로, 중국의 연간 투자액 15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미국은 민간 부문에서만 약 80억 달러(약 12조 원) 중 60억(약 9조 원) 달러가 투자되는 등 민간 투자가 활발하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기술 발전과 시설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추진 중인 연방정부 축소 정책이 시행되면 핵융합 연구 예산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미국 상원과 핵융합 전문가들은 지난 2월 ‘10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긴급 투입’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질주, 모방+공급망 다 잡는다 🇨🇳

중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지원 아래,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은 7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대형 핵융합 캠퍼스 ‘CRAFT 프로젝트’를 완공 예정이며, 2027년까지는 새로운 초전도 토카막BEST’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중국의 핵융합 전략은 미국의 기술 설계와 특허를 적극적으로 모방·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국 핵융합협회(FIA)는 “중국의 CRAFT 프로젝트가 미국 과학자들이 2020년에 공개한 설계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존재감 미미…예산은 20분의 1 🇰🇷

한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융합 혁신형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사업’ 예산은 2026년부터 10년간 총 1조 2,000억 원 수준으로, 연평균으로 따지면 미국의 10분의 1, 중국의 2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낮은 투자 수준으로는 급증하는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합니다.

 

핵심 인재도, 소재도 미국은 부족 👨‍🔬

중국은 이미 핵융합 분야의 박사학위자 수가 미국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인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했습니다.

TAE 테크놀로지스의 미클 빈더바우어 CEO는 “서구권의 핵융합 전문 인력은 한정돼 있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습니다. 헬리온의 데이비드 커틀리 CEO 또한 “중국의 첨단 소재 개발 투자가 미국보다 10배 빠르다”며 소재 확보 경쟁에서 미국이 열세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자본력, 인력, 소재의 삼중고가 미국의 핵융합 기술 발전을 위협하는 최대 장애물로 부상한 셈입니다.

 

▲ 한국의 핵융합연구장치 ‘한국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모습. 2021년 11월 22일 해당 시설이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30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AI 시대는 에너지 싸움…핵융합이 판 가른다 ⚡

아마존,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서약한 것도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민간 기업들이 상용화 경쟁에서 앞서 있습니다.

미국의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Helion)은 2028년, 코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FS)는 2030년 초에 상용 핵융합 발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의 샘 알트만,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등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MIT의 데니스 화이트 교수는 “미국에서 첫 상용화가 이뤄지더라도 진정한 결승점은 아니다”며, “핵융합 산업이 AI 데이터센터 등 전 세계에 공급 가능한 수준으로 성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정부 정책 및 투자 방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중 미국 연방정부의 핵융합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전문가들이 촉구한 ‘100억 달러의 연방 예산 긴급 투입안’에 대한 미국 의회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핵융합 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1조 달러(약 1,466조 원) 규모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핵융합 기술 확보를 위해, 한국 역시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등 균형 잡힌 전략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그린비즈, 산업

DeepSeek 이후, 중국 AI 인프라가 멈췄다.

기후테크

2025년, 기후테크 혁신의 원년! 주목해야 할 10가지 변화

그린비즈, 산업

중국 청정산업, GDP 10% 돌파…경제 성장의 새로운 엔진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