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를 대폭 완화하는 ‘Omnibus 패키지’를 드디어 발표했습니다.
이번 패키지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EU 택소노미(분류체계) 등 핵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단순화를 약속했고, 단순화를 실현했다”며, “EU 기업들은 지속가능 금융 보고, 지속가능성 실사, 택소노미에 관한 간소화된 규정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과의 경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EU 기업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행정 부담을 25%, 중소기업(SME)의 경우 35% 감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와 함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경고했던 ‘유럽 생산성 저하로 인한 실존적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으로도 평가됩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번 규제 완화 조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세계자연기금(WWF) 등 환경 및 인권 단체들은 “폰데어라이엔의 탈규제 Omnibus”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EU의 이번 결정은 유럽 기업이 글로벌 투자 유치를 용이하게 하고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논란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대폭 간소화 📄
Omnibus 패키지의 핵심 개정 사항 중 하나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의 대폭 완화입니다.
보고 대상 기업의 80%가 의무에서 제외되며, 새로운 기준에 따라 직원 1,000명 이상, 연 매출 5,000만 유로(약 753억 원) 이상인 기업만이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를 갖게 됩니다.
보고 일정 또한 연기됩니다. 원래 2026~2027년부터 보고 의무가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2028년으로 2년 연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에 적응할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섹터별 보고 기준이 폐지되며, 대신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주도하는 자발적 보고 체계가 도입됩니다. 그러나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 원칙은 유지됩니다. 기업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환경·사회 요소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번 개정으로 기업의 행정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투명성 저하와 지속가능성 목표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급망 실사 범위 축소…법적 책임도 완화 🔍
Omnibus 패키지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대폭 완화하여 기업의 실사 범위를 크게 축소하는 개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래 CSDDD는 기업이 환경 및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 도구로 설계되었으나, 산업계의 반발로 인해 일부 조항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기업은 이제 직접적인 사업 파트너에 대한 실사만 진행하면 되며, 간접 공급망(2·3차 협력업체)에 대한 평가 의무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또한, 기업이 환경·인권 리스크를 평가해야 하는 주기가 매년 1회에서 5년 1회로 완화되었습니다.
특히, 기업의 법적 책임 조항이 삭제되면서 기업들이 법적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줄어들었습니다. 시행 시기도 기존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 연기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EU Taxonomy, 보고 대상 축소로 기업 부담↓ 💰
Omnibus 패키지를 통해 EU 분류체계(Taxonomy) 역시 대폭 간소화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지속가능성 금융 보고 의무가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됩니다. 즉, 직원 1,000명 이상, 연 매출 4억 5,000만 유로(약 6,787억 원) 이상 기업만 보고 의무 대상이 됩니다.
보고 의무의 70%가 감소하며, ‘중요성 원칙(Principle of Materiality)’이 도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 매출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사업 부문은 보고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되어,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에서 불필요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금융 서비스 담당 마리아 루이스 앨버커키(Maria Luís Albuquerque) EU 집행위원은 “이번 개정을 통해 기업들이 진정으로 중요한 지속가능성 활동 평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환경 보호와 관련된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음(Do No Significant Harm, DNSH)’ 기준도 간소화되었습니다. 특히 화학 제품과 오염 방지 관련 보고 요건이 단순화되면서, 기업들의 행정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중소기업 부담 완화 ♻️
Omnibus 패키지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일부 조항이 완화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CO₂ 국경세로 평가받는 CBAM은 기존에 철강, 시멘트, 비료 등 150유로 이상의 수입품에 적용되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일부 면제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모든 상품에 대해 연간 총 50톤의 한도가 도입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배출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99%의 탄소 배출을 포함하지만, 전체 기업의 90%가 면제 대상이 됩니다. 즉, 중소기업과 소규모 수입업체들의 부담이 대폭 완화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또한, CBAM 보고 절차가 단순화되었습니다. CO₂ 배출량 산정 방식이 보다 용이해졌으며, 기업들은 2026년까지 CBAM 인증서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수입 전문가에게 보고를 위탁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되어 기업들의 행정 부담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한편으로 EU 집행위원회는 CBAM의 점진적인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추가 산업군을 CBAM 적용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며, 이는 배출량 규제 범위를 더욱 확장하는 조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InvestEU, 500억 유로 투입…청정 기술 투자 확대 🚀
Omnibus 패키지를 통해 InvestEU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500억 유로(약 75조 원) 규모의 신규 공공·민간 투자가 유치될 전망입니다. 이번 개정은 중소기업(SME)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금융 기관의 행정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보다 간편한 신청 절차를 통해 금융 지원에 접근할 수 있으며, 금융 기관들도 간소화된 규정을 통해 자금 조달과 운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정 기술, 디지털화, 인프라 등 전략적 분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규제 완화로 기업 경쟁력 강화…지속가능성 목표 후퇴 우려도 여전
Omnibus 패키지를 통해 EU 기업들의 행정 비용이 약 63억 유로(약 9조 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중소기업(SME)의 규제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CSRD 및 CSDDD 의무에서 벗어나고, 금융 지원 확대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InvestEU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EU 내 지속가능성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산업계와 환경단체는 이번 패키지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규제 부담 완화를 환영하고 있지만, 환경 NGO 및 인권 단체들은 지속가능성 목표가 약화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WWF는 이번 조치를 ‘폰데어라이엔의 탈규제 Omnibus’라고 비판하며, 환경 보호와 인권 보장을 위한 규제가 후퇴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EU 의회와 회원국들의 반응에 따라 최종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환경 및 인권 단체들의 지속적인 반발도 예상됩니다. 이들은 EU가 지속가능성 표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Omnibus 패키지가 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회 산업전략 담당 부위원장은 “우리는 관료주의를 줄이고, EU 규칙을 시민과 기업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번 패키지가 “실질적인 간소화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