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석연료 수출의 이면, 서방 제재에도 전쟁 자금 확보

‘그림자 선단’과 제재 회피… EU의 이중적 행보 속 러시아 수익 1조 유로 돌파!”

이달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으로 3년이 됩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화석연료 수출을 통해 전쟁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3년 차인 지난 2024년 한해 전 세계 화석연료 수출로 2,420억 유로(약 364조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다양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219억 유로(약 33조 원) 상당의 화석연료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지원 187억 유로(약 28조 원)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키엘 세계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크리스토프 트레베시는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과거 분쟁 사례와 비교할 때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화석연료 수출 비결은? ‘그림자 선단’ 🚢

CREA의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수출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쟁 자금을 마련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그림자 선단‘은 러시아 전략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그림자 선단이란 국제제제 대상국인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하는 유조선을 말합니다. 일반 해상 보험을 이용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 낮은 중고 유조선을 활용하고 지분구조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CREA는 침공 시작 이후 총 수익이 1조 유로(약 1,504조 원)에 근접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그림자 선단’을 통해 제재를 우회한 덕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CREA는 현행 제재를 개선하고 허점을 메우면 러시아의 수익을 연간 20%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EU는 최근 16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를 통해 이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실질적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CREA의 에너지 분석가 페트라스 카티나스는 “러시아 그림자 석유 선박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가 서방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재 대상 러시아 석유가스, 주요 수출국에 한국 포함돼 🇰🇷

EU 해역에서의 러시아산 석유 환적은 또 다른 주요 제재 회피 수단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러시아산 석유를 타국적 선박으로 옮겨 실어 국적을 세탁하는 행위입니다.

침공 이후 약 110억 유로(약 16조 원) 상당의 러시아산 석유가 EU 해역에서 환적됐습니다. 이 중 35%는 ‘그림자’ 탱커가 관여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의 71%가 ‘그림자’ 탱커로 운송되어 석유 가격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EU 회원국 중 슬로바키아·헝가리·체코는 특례를 악용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박 간 이전은 원산지를 은폐하고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3년 차 기준으로 EU 해역에서 환적된 석유의 주요 수출지는 중국(23%)과 인도(11%)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으로 수출된 비중도 10%에 달합니다.

정제 우회로(refining loophole)도 러시아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G7+ 국가들은 침공 3년 차에 러시아산 원유를 처리하는 인도와 터키의 6개 정유소로부터 180억 유로(약 27조 원) 상당의 석유 제품을 수입했습니다.

이 중 약 90억 유로(약 13조 원) 가 러시아산 원유에서 정제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크렘린은 약 40억 유로(약 6조 원)의 세수를 확보했습니다.

 

“EU, 러시아 전쟁자금 대며 우크라이나 재정지원하는 꼴” 💰

아이작 레비 CREA 유럽·러시아 정책에너지 분석팀 책임자는 “제재의 불완전성과 집행력 부족, 각종 허점으로 인해 러시아는 침공 이후 8,250억 유로(약 1,241조 원) 이상의 화석연료 수출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레비 책임자는 “제재 국가들이 한편으로는 러시아 군대에 자금을 공급하는 화석연료 수입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들은 침공 3년 차에 70억 유로(약 10조 원) 상당의 LNG를 수입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물량 기준 9% 증가한 수치입니다. 통합적인 LNG 금지 조치는 EU 회원국 간 정치적 입장차로 인해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CREA는 러시아산 LNG에 1MWh(메가와트시)당 17유로(약 2만 5,000 원)의 가격 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경우 러시아 수익을 49%, 연간 28억 유로(약 4조 원)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석유와 달리 주요 7개국(G7) 국가들은 여전히 러시아산 LNG 운송에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95%가 G7 국가 소유·보험 탱커를 통해 운송되고 있습니다.

CREA는 제재 국가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 강화와 허점 보완과 함께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시급히 해소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성 보장뿐 아니라 유럽의 에너지 안보 확립과 에너지 전환 촉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의 화석연료 수출과 서방의 제재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과 격차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과 유럽의 에너지 안보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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