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등 완성차 기업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항해 법적 절차에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는 테슬라와 BMW가 이같은 내용의 이의제기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MW 대변인은 “상계관세는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해치고 유럽 소비자들의 전기차 접근성을 제한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35.3%의 반(反)보조금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됩니다.
중국 연계 불가피 글로벌 공급망, EU 관세와 충돌
EU의 관세 정책은 중국 정부의 부당한 전기차 산업 보조금 지원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합니다.
EU 집행위는 그간 심층 조사한 결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다양한 우대 혜택을 제공했다는 입장입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를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해 공정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관세는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통합된 자동차 기업들의 사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독일과 중국에서 생산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해 왔습니다.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모델 Y’를 생산·판매하는 동시에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모델 3’ 수입을 병행하는 방식입니다.
EU 집행위원회의 조치에 따르면, 기존 10% 일반관세에 7.8%p(퍼센트포인트)를 추가해 총 17.8%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중심 수출 전략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BMW 역시 20.7%의 높은 관세율 적용을 받게 되면서 EU에 법적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사측은 표면적으로는 관세 부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자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BMW가 중국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전기차 전략과 현지 생산의 효율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터리 기술과 자율주행 시스템의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생산 거점의 유연한 운영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첨단 배터리 기술과 지능형 주행 시스템 개발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독일 제조사들도 중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세 정책이 글로벌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미국·EU·중국 삼국 체제 재편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 갈등이 단순한 관세 분쟁을 넘어선다고 분석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둘러싼 기술 주도권 경쟁이 무역 정책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근본적인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미국·EU·중국을 중심으로 한 삼국 체제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각국은 기술 안보와 산업 경쟁력 보호를 명분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에 EU의 규제 강화는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지역 블록화를 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중국의 주요 전기차 업체들은 EU 관세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비야디(BYD)·지리자동차·상하이자동차(SAIC)에 예상되는 관세는 각각 ▲17% ▲18.8% ▲35.3%에 달합니다. 이들은 EU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중전략을 준비 중입니다.
먼저 유럽 현지에 생산기지를 설립해 관세 장벽을 우회한다는 계획입니다. 동시에 EU의 기술 표준과 품질 요구사항을 충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U의 규제 프레임워크 안에서 유럽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으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