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회원국 투표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로부터 중국산 전기차 수입품에 대한 확정 상계관세 도입에 필요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투표는 무역구제제도위원회에서 이뤄졌습니다.
상계관세란 상품의 제조·생산 또는 수출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지급된 보조금을 상쇄하고자 부과되는 관세를 말합니다. 앞서 올해 집행위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자국 정부로부터 불공정한 보조금 혜택을 보고 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조사는 2023년 10월부터 수행됐습니다.
개별 회원국의 찬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이탈리아 등 10개국은 상계관세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반면, 독일·헝가리 등 5개국은 반대했습니다. 나머지 12개국은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기권표는 사실상 ‘찬성’으로 간주합니다.
상계관세 부과안이 부결되기 위해서는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의 회원국이 반대표를 던져야만 합니다.
EU,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협상 계속 🤝
확정관세안이 이날 투표에서 가결됨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최종 관세율은 17.8%p(퍼센트포인트)에서 최대 45.3%p입니다. 이는 기존 일반관세 10%를 더한 겁니다.
같은 중국산이더라도 테슬라 전기차는 17.8%, 상하이자동차 등 일부 업체에는 최대 45.3%가 부여됩니다. EU의 반(反)덤핑 조사에 협조한 업체일수록 낮은 관세가 부과되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 ▲테슬라 7.8%p ▲비야디(BYD) 17%p ▲지리자동차 18.8%p ▲상하이자동차 35.3%p 순으로 확정상계관세가 책정됐습니다. 기타 조사에 협조한 업체는 20.7%p가 부과되는 반면, 비협조 업체는 35.3%p의 확정상계관세가 부과됩니다.
확정관세는 이달 31일부터 5년간 매겨집니다.
집행위는 “그럼에도 관세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중국과 협상을 이어나겠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예정대로 관세 인상이 시행되더라도 추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집행위는 추후 타협안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최저 판매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는 특정 제품이 자국 내 또는 해외 시장에서 설정된 기준 가격 이하로 판매되지 않도록 정부나 규제 기관이 제한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관세 부과 두고 EU 회원국 내 갈등 심화” 🇪🇺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유럽 내에서도 반응은 엇갈립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상계관세 부과안이 가결된 것을 반겼습니다. 자동차 분야가 중국의 전방위적 공세로 압박에 시달려왔다고 사측은 주장했습니다. 네덜란드를 포함한 프랑스·이탈리아 등 10개국은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반면, 독일 자동차업계는 이번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BMW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올리버 칩세는 “유럽 자동차 업계에 치명적인 신호”라고 우려했습니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이번 관세부과 결정을 두고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EU와 중국이 ‘경제 냉전’에 돌입할 위기에 처했다고 논평했습니다. 독일·헝가리 등 5개국은 자동차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보복관세에 나설 우려가 주된 이유입니다.
핀란드·스웨덴 등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우려해 기권표를 행사했습니다.
중국 정부·전기차 업계 반발 “WTO 규칙 위반” 🤔
한편, 중국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공개했습니다. 상무부는 입장문에서 “EU의 보호주의 관행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정상적이 국제 무역질서를 방해했다”며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조치가 기후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공동 노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EU를 제소한 상태입니다. 또 EU로부터 수입 비중이 큰 브랜디·유제품 등 일부 품목을 두고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습니다.
중국 전기차업체들도 별도 입장을 발표하여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리자동차를 소유한 지리홀딩스는 “EU와 중국의 경제·무역관계를 방해할 것”일며 “궁극적으로 유럽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하이자동차 역시 EU의 과도한 관세 부과로 인해 녹색전환이 느려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싱크탱크 유럽운송환경연맹(T&E)은 중국산 전기차의 EU 시장 점유율이 2019년 2%에서 2023년 25%까지 늘었다는 점을 짚은 바 있습니다. 중국산 규제 분위기 여파가 있기는 하나 올해까지는 작년 수준의 점유율이 예상된다고 기관은 내다봤습니다.
확정관세가 본격화되는 시점부터는 유럽 전기차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더는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둔화했습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8월 EU 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3.9% 줄어든 9만 2,627대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EU 전체 시장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3년 21%에서 2024년 14.4%로 감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