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I 가고 양자컴퓨팅 온다”…기후대응서 탈탄소 소재·전력망 혁신 등 기대 높아

2025년 유엔 선정 ‘양자기술의 해’, 양자컴퓨팅 관심 ↑

올해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입니다. 1925년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발표를 기점으로 양자역학 탄생 100년을 기념한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이 인공지능(AI)의 해였다면 2025년은 ‘양자컴퓨팅의 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오는 7일(이하 현지시각) 개최될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5’에서도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됐습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가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양자컴퓨팅이란 무엇인지, 또 기후대응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리했습니다.

 

차세대 기술 양자컴퓨팅, 2024년 진전 거듭

양자역학은 물질과 에너지의 행동 원리를 설명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입자들이 동시에 여러 상태에 중첩해 있을 수 있다는 원리를 골자로 합니다. 양자컴퓨팅은 이 원리를 정보 처리 분야에 도입한 것을 말합니다.

기존 컴퓨터는 하나의 비트가 0 또는 1의 값을 갖습니다. 이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하나의 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다수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단 뜻입니다. 이를 ‘큐비트(Qubit)’라고 부릅니다. 그 덕분에 복잡한 확률계산과 시뮬레이션 처리에 강점을 지닙니다.

2024년에는 양자컴퓨팅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이 여럿 발표됐습니다.

작년 12월 구글이 공개한 차세대 양자칩 ‘윌로우’는 그 정점을 찍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는 10의 25제곱(10^25) 년이 걸리는 문제를 윌로우칩으로 단 5분 만에 해결했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입니다.

처리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 전력소비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단 장점이 있습니다. AI가 초기 데이터 학습 과정과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막대한 전력소비가 필요한 것과 대비됩니다.

 

기후대응
▲ 구글은 지난해 12월 차세대 양자칩 ‘윌로우’를 공개했다. 사측은 윌로우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보다 문제해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주장한다. ©Google

구글 CEO “양자칩, 핵융합·배터리 설계 혁신 가능”

양자컴퓨팅의 빠른 처리 능력은 기후대응에서도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는 윌로우칩이 핵융합에너지·배터리 설계 등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딜로이트·맥킨지 등 주요 컨설팅 기업들도 기후대응에서의 양자컴퓨팅 적용에 대한 전망을 일찌감치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양자컴퓨팅이 강점을 갖는 분야는 크게 ①시뮬레이션 ②최적화 ③머신러닝(ML)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 시뮬레이션|소재과학 혁신

양자컴퓨팅의 가장 큰 잠재력은 산업 탈탄소화에 있습니다.

탄소집약적 소재·공정을 전환하는데 필요한 실험과 시행착오 단계를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양자컴퓨팅은 분자 단위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소재의 특성을 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가장 촉망받는 분야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입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극 소재와 전해질 반응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작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양자컴퓨터와 AI를 활용해 리튬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를 발견했습니다. 자사의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퀀텀 엘리먼트’를 활용한 성과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탄소포집 흡착제 개발, 탈탄소 촉매 개발 등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양자컴퓨팅은 그 특성상 미분방정식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미분방정식에 의존하는 유체역학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단 뜻입니다. 이와 관련된 풍력발전, 열전달, 기상예보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② 최적화|전력망 혁신

최적화 역시 양자컴퓨팅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양자중첩을 이용해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적화 문제에 특화된 양자알고리즘을 개발하려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력망 안전성과 탄력성 향상입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늘리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은 전력망 최적화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백업전원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러 자원과 변수를 신속하게 평가해 전력망 균형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양자컴퓨팅의 최적화 능력은 이외 여러 분야에도 접목 가능합니다. 일례로 차량·해운·항공 등에서는 교통흐름 최적화를 돕습니다. 에너지·탄소배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대기질 개선과 생태계 보호에도 역할을 합니다.

기후금융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자본배분 관리를 도와 더 효과적인 기후투자를 이끌어내는 식입니다.

 

③ 머신러닝|AI 혁신

기존 컴퓨터에서 수행하던 머신러닝에 양자컴퓨팅을 접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양자머신러닝’입니다. 양자역학과 AI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머신러닝 작업에 수반되는 경로 계획, 자원할당 등 최적화 문제에 양자컴퓨팅이 강점을 지닌다는 것과 연결됩니다. 양자컴퓨팅은 이미지 인식과 자연어 처리 등 머신러닝 작업의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양자컴퓨팅은 기후모델과 지구 시스템 모델링 개발을 도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기·해양·빙상 등 다양한 요소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용화 상당 기간 소요 전망…각국 투자 확대 중

단, 양자컴퓨팅이 기후 분야를 비롯해 실생활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맥킨지는 2030년경 운영되는 양자컴퓨터가 단 5,000여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자컴퓨팅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가 불안정성을 지닌다는 한계가 큽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해 쉽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이면서도 오류가 적은 큐비트를 만드는 기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양자컴퓨팅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의 인프라(기반시설) 구축도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양자컴퓨팅에 적합한 양자알고리즘 개발이 강조됩니다. 현재 기존 AI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을 양자컴퓨팅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각국에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미국에서는 IBM·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IBM은 이미 2023년에 1121큐비트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2018년부터 ‘국가양자이니셔티브(NQI)’를 추진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7년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이듬해부터 6년간(2018~2023년) 투자한 금액만 1,000억 위안(약 20조 원)에 달합니다.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EU)도 2027년까지 10억 유로(약 1조 5,05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국은 작년 11월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양자기술산업법)’을 시행하며 추격에 나섰습니다. 양자기술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 ▲연구기반 조성 ▲연구·산업 허브 구축 등을 골자로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양자 신규 사업 24개에 2,004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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