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그룹의 노동자 약 12만 명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파업을 벌였습니다.
임금 삭감과 일자리 감소에 반발하며 경고 파업에 돌입한 겁니다. 경고 파업은 독일 사업장에서 노사 교섭 중 사측을 압박하고자 노조가 수시간 동안 벌이는 단기간의 쟁위 행위입니다. 본격적인 파업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2018년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기도 합니다.
파업 직후 4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인 올리버 블루메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동차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므로 회사 생존을 위해선 고통스럽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블루메 CEO는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저가형 모델을 내놓은 중국 시장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공장폐쇄와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노조 측은 경영진의 일방적인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노조는 임금 삭감 없이 합의를 끌어내고자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노조의 경우 경영진이 희생을 감수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블루메 CEO의 높은 연봉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임원 보너스와 배당금을 줄이고 공장 폐쇄 계획을 취소하면 향후 급여 인상분 총 15억 유로(약 2조 원)를 포기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사측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습니다.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 폐쇄 예고…노조 반발 🚘
폭스바겐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유럽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측의 올해 3분기(7~9월) 순이익은 15억 7,600만 유로(약 2조 3,540억 원)입니다. 전년 대비 63.7% 줄어든 겁니다. 이에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0월 사측은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직원 수만여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남은 직원들 역시 임금을 최대 10% 깎을 것이라고 사측은 전했습니다. 이를 위해 노조와 맺은 고용안정 협약도 파기한 상태입니다.
독일 현지언론들은 공장 폐쇄에 따른 인력 감축 규모가 최대 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에 폭스바겐 노조는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경고 파업에 나선 겁니다.
현지 산업노동조합인 금속노조(IG Metall) 토르스텐 그뢰거 수석협상가는 “(2일) 파업이 몇 시간밖에 이어지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말에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최후의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무기한 파업도 거론됐습니다.
노사는 오는 9일에 추가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노사갈등 장기화 시 폭스바겐 생산 조정 불가피 📉
한편, 이번 파업은 유럽 공장에 집중돼 있습니다. 미국에 소재한 폭스바겐 공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생산비용을 동유럽이나 남미에 있는 다른 공장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두고 카발로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저렴한 전기자동차 모델을 내놓지 못한 책임을 직원들이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조는 또 사측이 독일 모든 공장에 대해 새로운 장기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한 협상을 일체 거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독일 내에서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제조업체도 연이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노동자 78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독일 경제의 핵심 분야입니다.
폭스바겐의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 생산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으로 인해 투자와 개발이 모두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폭스바겐 계열사인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2030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80%를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사실상 수정했습니다. 포르쉐는 전기차 공장에서 내연차와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수 있도록 조정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