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에 발목잡힌 플라스틱 국제협약 마지막 회의 향방은?

발디비에소 의장, 답보상태 해소 위해 ‘회의 중단’ 결정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부산에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가 오는 12월 1일까지 진행됩니다.

회의 종료까지 예정된 시한을 단 3일 남겨두었으나 협상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29일 취재 결과, 회의 5일차(28일)까지 법률 초안 작성을 맡은 법률문안그룹(LDG)에 전달된 문구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이 그룹은 대표단에서 합의된 사항을 법률적 문안으로 다듬어 빠르게 협약 문구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즉, 합의가 완료된 조항이 하나도 없단 뜻입니다.

 

부산서 열린 플라스틱 회의 사우디·러시아에 발목 잡혀 📈

현재 플라스틱 생산감축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의견 대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등은 구체적인 시한과 감축목표를 요구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재활용 관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합의를 가속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5차 회의 첫날(25일) ‘제3차 비공식 외교문서’를 논의 기초를 삼자는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의 제안에 모든 국가가 동의했습니다.

기존 79쪽 42개 조항에 달하는 4차 회의(INC-4) 결과 문서를 18쪽 31개 조항으로 대폭 간소화했습니다. 폐기물 관리 등 합의가 진전된 부분은 정리된 문구가 제시된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폐기물 관리·기존 플라스틱 오염 등 동의 수준이 높은 사항은 빠르게 법률 문안 작성으로 넘어갈 것이란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이란·사우디·이라크 등 산유국의 방해로 좌절됐습니다. 해당 문서를 가지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의견이 많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지연전술’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우디 대표단은 합의가 끝나지 않은 사항을 LDG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구를) 낙하산으로 투하하면 안 된다”고 사우디 대표단은 말했습니다.

협약을 약화하려는 시도는 더 노골적이었습니다. 일부 대표단은 생산에 대한 텍스트를 포함하는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또 사우디는 문서 내 제6조 자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감축이 포함돼 있는 핵심 쟁점이 담겨 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감축 나아가 생산관리 등 약한 수준의 공급 관리마저도 협약에 포함되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해당 논의가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지 않거나, 개념에 대한 이견이 있다는 의견도 거듭 제기됐습니다.

 

답보 상태 해소 위해 공식 회의 ‘일시중지’ ⚖️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당초 발디비에소 의장은 29일까지 모든 문안을 정리한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법률 문구로 다듬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의장은 빠른 상황 정리에 나섰습니다. 당일(28일) 저녁 9시까지 4개 분과회의(컨택그룹)를 마칠 것을 주문했습니다.

수합된 결과를 정리해 오늘(29일) 오후 2시에 정리된 초안을 공유할 예정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컨택그룹 회의도 모두 취소하고 대표단 간의 비공식적 회의를 독려했습니다. 이 기간 대표단 간의 비공식적 회의를 독려해 현재 답보 상태를 타파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결국 의장 초안은 예정된 시간을 2시간 넘겨 공개됐습니다. 현재는 이날(29일) 저녁으로 예정됐던 본회의도 취소된 상태입니다. 변경된 본회의 일정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회의 자체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남은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2022년 통과된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2024년까지 총 5번의 회의를 거쳐 협약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 진행 중인 5차 회의에서 완성된 협약 문구를 도출하고 내년 중순 전권외교회의를 열고 협약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연내 협약 성안이 불발될 경우 국제사회는 다음 유엔환경총회에서 별도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남은 시간 3일…시민단체 149곳 적극적 대응 요구 📝

한편, 전 세계 시민단체가 29일 오전 부산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부진한 협상 타개를 위해 각국 대표단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국내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등 5차 회의 참관인을 포함해 국내외 149개 환경단체 2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에게는 타협이 아닌 용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여전히 각국은 생산감축을 비롯한 주요 쟁점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끝으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시간이 겨우 36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표단의 결단력과 강한 의지를 촉구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대표단이 2022년의 결의를 상기하고 강력한 협약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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