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 협상 또 실패…국제사회는 왜 합의에 실패했나?

100개국이 요구한 '생산 제한 조항', 미국·러시아 등 화석연료국 반대로 무산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유엔 주도 국제협약 협상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종료됐습니다.

플라스틱 생산 제한 조항을 둘러싼 화석연료 생산국과 규제 찬성국 간의 극심한 견해 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협상은 차기 회의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채 중단되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202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1)에서 합의에 실패한 후 재개된 ‘INC-5.2’ 회의였습니다.

 

100개국 vs 화석연료 생산국 대립 심화…부산 회의 이은 INC-5.2도 합의 실패

협상을 좌초시킨 주요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량 제한을 명문화할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약 100개국은 206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이 현재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 이를 대응하기 위해 명확한 생산 제한 조항을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미국, 러시아, 걸프 산유국 등 화석연료 생산국들은 해당 조항에 강하게 반대하며 협상을 사실상 교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14일 밤, 협상 막바지에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가 최종 협약 초안을 제시했으나, 문서에는 플라스틱 생산에 관한 독립 섹션이 빠져 있었고, 다수의 조항이 여전히 대괄호로 남아 있어 미완성 상태였습니다.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은 “실망하고 분노한다”며 “석유 생산국들과 그 동맹국들이 외면을 선택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협상은 15일 금요일 아침, 미국과 쿠웨이트의 요청으로 마지막 본회의가 갑작스럽게 종료되며 중단되었습니다. 쿠웨이트 대표는 장시간 협상으로 대표단이 “건강 문제”에 직면했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수석 협상가 펠릭스 베르틀리는 “지금은 타임아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존 유엔 협약 체계 내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UNEP 사무총장 잉거 안데르센은 “모두가 합의를 이루기 위해 제네바에 모였지만, 우리는 정치적으로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노력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의 데이비드 아줄레이 환경보건 디렉터는 “이번 협상은 완전한 실패(abject failure)”라고 평가하며, “반복이 아닌 재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협상 결렬 이후에도 일부 국가는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팔라우의 그웬 시시오르는 소도서개발국(SIDS)을 대표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가나의 리디아 에수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표해 “명확한 앞길”과 추가 협상 세션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유럽연합 환경 커미셔너 예시카 로스월은 최신 초안이 “진전”이라며, EU는 “더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합의”를 끝까지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사회 단체들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세계소각대체연맹(GAIA)의 아나 로차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디렉터는 “나쁜 협약보다 협약이 없는 게 낫다”고 주장했으며, 그린피스 USA의 그레이엄 포브스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이익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협상 과정에서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연락그룹, 비공식 협의, 소규모 그룹 논의 등 다양한 협상 방식이 동원됐지만, 의장이 제시한 새 초안이 기존 논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대표단들 사이에서 이어졌습니다.

재정 지원 메커니즘 역시 주요한 갈등 지점이었습니다. 선진국들은 민관 파트너십과 지구환경기금(GEF) 같은 기존 기금 활용을 선호한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정기적 기여가 보장된 새로운 독립 전용 기금 설립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근본적인 견해 차이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번 협상이 정회됨에 따라, UNEP가 제시한 ‘플라스틱 오염을 영원히 종식시키는 길’이라는 목표 달성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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