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LPO)이 라이사이클의 뉴욕주 로체스터 배터리 재활용 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4억 7,500만 달러(약 6,580억 원)를 지원한다고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에너지부는 전기자동차 전환을 지원하고자 대규모 자금 대출을 승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LPO는 미국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해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기반시설)에 자금을 지원합니다. 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대출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운송 부문 탈탄소화와 함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배터리 재활용에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광물 80%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번 발표는 전기차 전환 정책을 거세게 반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재선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미국 유일 배터리 재활용 상장기업, 라이사이클 🔋
라이사이클은 2016년 설립됐습니다.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 중에서는 유일한 상장기업입니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지금까지 11억 달러(약 1조 5,250억 원)를 조달했습니다.
현재 ▲애리조나 ▲앨라배마 ▲뉴욕 등 미국 3개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 북미 4곳에 전처리 공정인 ‘스포크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처리 공정에서는 사용후 배터리를 해체·분쇄해 검은색 분말인 ‘블랙매스’로 가공합니다. 니켈·코발트·리튬 등의 핵심광물이 가루 형태로 혼합된 상태입니다.
블랙매스는 후처리 공정인 ‘허브 시설’로 전달돼 핵심광물이 추출됩니다.
라이사이클은 특허받은 용액을 사용해 전처리 공정을 모두 자동화했습니다. 배터리 소재의 비중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해 필터로 걸러내는 ‘침수파쇄’ 방식입니다.
사용된 용액 또한 모두 필터로 걸러 재사용됩니다.
에너지부 덕에 ‘로체스터 시설’ 건설 마중물 확보 💰
라이사이클이 운영 중인 허브 시설은 아직 없습니다.
뉴욕주 로체스터에 건설 중이던 허브 시설은 작년 12월 자금 부족으로 건설이 일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당시 미 에너지부가 라이사이클의 대출 신청을 보류했기 때문입니다.
로체스터 허브 시설은 연간 8,250톤의 탄산리튬과 7만 2,000톤의 혼합 수산화 침전물(MHP) 생산을 목표로 합니다. MHP는 니켈과 코발트를 함유한 배터리 중간재입니다. 연간 전기차 18만 대를 생산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완공되면 미국 내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배터리 등급 배터리 재활용 소재 공급시설이 될 전망입니다.
사측은 전기차 생산으로 인해 대체되는 내연기관차의 휘발유 사용량이 연간 7,100만 갤런(2억 6,876만 리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탄소배출량으로는 연간 63만 3,000톤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라이사이클은 시설 건설 비용으로 9억 6,000만 달러(약 1조 3,300억 원)를 예상합니다. 이번 에너지부의 대출로 절반가량을 확보한 셈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에너지부의 대출을 마중물 삼아 민간 투자로 조달한다는 것이 사측의 계획입니다. 자금 조달이 완료되면 시설 완공까지는 최대 1년 반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장 폐지 위험서 기사회생 “주가 최대 26% 급등” 📈
사실 이전까지 라이사이클은 생존의 위협에 처해 있었습니다.
작년 에너지부가 대출 보류 판정을 내리면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주가는 5달러(약 6,900원)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1년 최고가인 110달러(약 15만 원) 대비 95% 이상 빠진 것입니다.
올해 1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경고도 받았습니다.
주가가 30일 이상 1달러(약 1,380원)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종가 기준으로 30일 이상 1달러에 못 미치거나 시가총액 1,5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밑돌 경우 상장 폐지될 수 있습니다.
이에 라이사이클은 지난 3월 전체 임직원의 17%를 해고했습니다. 유럽 내 시설 건설 계획도 보류하고 경영 회복에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신규 재활용 소재 판매 계약에 성공하며 2분기부터 매출이 증가세로 접어들었습니다. 7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매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840만 달러(약 116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같은날 에너지부의 대출 승인 소식이 겹치며 라이사이클 주가는 크게 올랐습니다.
3.11달러(약 4,300원)였던 주가는 장중 최고가 3.935달러(약 5,400원)를 찍고 3.61달러(약 5,000원)로 마감했습니다. 최고가 기준 26% 이상 급등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2기 본격 대비 나서나 💪
한편, 에너지부가 라이사이클의 대출을 승인한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전기차·배터리 육성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조치를 취해도 라이사이클이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세간의 눈은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인 레드우드머터리얼즈(이하 레드우드)로 향합니다. 작년 2월 발표된 에너지부의 자금 대출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레드우드는 테슬라 공동창업자이자 전(前) 최고기술책임자(CTO)인 JB 스트라우벨이 세운 기업입니다. ▲테슬라 ▲포드자동차 ▲도요타자동차 ▲닛산그룹 ▲제너럴모터스(GM) 등과 재활용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2023년 당시 에너지부는 레드우드의 공장 증축에 조건부로 20억 달러(약 2조 7,700억 원)의 대출을 승인했습니다. 사측은 올해 연말 첫 대출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