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올해 설비 투자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75조 원)를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2025년에는 AI 투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금융업체 씨티그룹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전했습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①마이크로소프트(MS) ②메타 ③아마존 ④알파벳(구글 모기업) 등 4대 빅테크 기업의 2024년 총설비투자액이 2,090억 달러(약 28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2023년 대비 42%나 늘어난 겁니다.
씨티그룹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3분기(7~9월) 이들 기업의 설비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2% 늘어난 약 600억 달러(약 82조 원)에 달합니다.
같은기간 MS는 50% 늘어난 149억 달러(약 20조 원)를 지출했습니다.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 AI 부문 투자 확대 예고 💸
이들 빅테크 기업은 내년에도 AI 부문 투자를 지속하거나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AI와 데이터센터에만 750억 달러(약 103조 원)의 지출을 예상했습니다.
최근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재시 CEO는 “AI는 일생에 한 번 있을 기회”라며 “장기적으로 고객과 회사 그리고 주주 모두에게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일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또한 회사의 미래 핵심 프로젝트로 AI 언어모델(LM)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메타의 경우 올해 AI 부문 자본 지출이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알파벳 역시 AI와 관련한 지출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생성형 AI가 핵심서비스를 개선하고 운영비용을 낮추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 AI에 과도한 투자 우려…‘수익’ 연결은 언제? 🤔
그러나 정작 미국 금융계에서는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AI 경쟁 심화로 인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설비에 대한 기업 지출이 시장 예측치보다 대폭 늘어난 것에 우려를 내비친 겁니다.
실제로 3분기 실적 발표 후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빅테크 기업 ‘매그니피센트7(M7)’의 내년도 수익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습니다.
MS와 메타 등 일부 빅테크 업체는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MS는 설비 투자가 늘어나기는 했으나 클라우드 사업 성장의 성장 예측이 하향조정됐기 때문입니다. 메타는 설비 투자 지출 계획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알파벳과 아마존만 소폭 상승했습니다. 두 기업은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 가속화가 주가에 반영된 겁니다.
시장에서는 AI가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AB)의 짐 티어니 애널리스트는 “(AI 투자에 따른) 실질적인 이득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빅테크 기업이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나 수익에는 타격이 있다”며 “내년이면 (타격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는 AI 투자에 따른 매출 증대효과를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MS는 AI 사업의 연간 매출이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MS 이외 다른 기업들은 AI의 매출 증대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메타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AI가 광고 대응을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고 사용자 참여를 개선했다고만 밝혔습니다. 아마존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사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고만 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들 업체는 대규모 AI 투자가 기존 디지털 광고나 상품 등의 판매보다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한다는 것이 틸 애널리스트의 말입니다.
‘AI 거품’ 우려 속 2027년 시장 10배 이상 확대 전망도 📈
미국 금융계에서는 AI에 대한 투자가 ‘거품론’에 휩싸였다는 지적이 계속 나옵니다.
미국 유명 투자자인 제레미 그랜섬은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열풍이 전형적인 거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거품이 커질수록 주식시장이 더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경고입니다.
그는 “위대한 기술 발전이 있을 때 단기적으로 무리하고, 중기적으로 추락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그 잔해에서 벗어나야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유명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이 엄청난 조정을 앞 둔 ‘메가 버블(Mega Bubble)’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예측했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합니다.
지난 10월 증권사 웨드부시는 3년 내 AI 시장 규모가 10배 넘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AI 기반시설 구축에 1조 달러(약 1,380조 원) 이상 지출할 것”이라며 “2027년까지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각 기업의 AI에 대한 지출이 기술 부문 전체를 강타하고 있을뿐더러, 엔비디아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아이브스 분석가는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 지출 부문에서 ‘AI 해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