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폐막했습니다. 회의는 지난달 25일부터 2주간 열렸습니다.
올해 회의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자연회복이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전 생물다양성 총회에서 2030년까지 육지와 바다 면적의 최소 30%를 보호하는데 합의한 바 있습니다.
COP16에 앞서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는 토양고갈과 수질오염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전시가 주목받았습니다.
‘2024 네덜란드디자인위크(DDW)’의 일환으로 공개된 ‘우리가 공유하는 문제(The Matter We Share)’ 작품입니다.
넓게 펼쳐진 직물 조각은 에인트호번 인근의 도멜강에서 채취한 흙으로 염색된 것이 특징입니다.
줄리아 폼필리 디자이너는 “우리 존재의 초석이 되는 토양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염된 토양, 크로마토그래피로 시각화 🎨
작품 속 염색은 얼룩덜룩한 무늬를 이루며 강물처럼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폼필리 디자이너는 염색에 사용된 흙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만든 패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식 용어로는 ‘크로마토그래피(Chromatography)’ 기법이 사용됐습니다.
크로마토그래피는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의 일종입니다. 혼합물 속 구성성분이 각각 퍼지는 속도가 다른 원리를 이용합니다.
이동 속도가 느린 물질은 시작점 근처에 남아 고정되고 이동이 잘 되는 물질은 멀리까지 퍼져나갑니다.
그 결과, 독특한 그러데이션 효과가 생깁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물에 젖은 종이에 사인펜을 점찍으면 잉크가 색색으로 분리되며 퍼지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공동 작가인 스테피 드 가에타노 디자이너는 도멜강 여러 지점에서 채취한 흙을 사용해 각각을 원 형태로 크로마토그래프화 했습니다.
작품명은 ‘투과성(Permeance)’입니다.
그는 해당 토양에 담겨있는 오염물질이 빛과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다채로운 패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오염된 토양을 넘어, 해당 지역의 자연이 오염된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입니다.
크로마토그래프는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토양과 인체로 스며드는 독성물질을 시각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산업도시 에인트호번, 환경오염 실태 드러나 🏭
두 작가는 이번 작업이 도멜강바닥의 오염물질을 통해 산업적 채굴에 얽힌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에인트호번을 가로지르는 도멜강을 따라 관찰하며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를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에인트호번은 네덜란드의 주요 산업도시 중 한 곳입니다.
과거 도멜강의 강물을 이용한 수력 발전으로 가죽·모자·직물 등의 제품 생산이 활발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세계 2위 아연제련 기업 니르스타의 공장이 인근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에 125년 이상 중금속이 함유된 폐수가 도멜강 유역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폐수 속 비소·탈륨·카드뮴 등 중금속은 토양과 수생생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 이번 전시는 인간과 토양의 연결을 주제로 한 공동전시 프로젝트 소일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소일 프로젝트에 전시된 여타 작품들의 모습. ©Nina Zulian
인간-토양 연결 회복 프로젝트 ‘소일’ 🌐
두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지구 간에 발생하는 ▲토양고갈 ▲과잉생산 ▲토지 수탈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했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그럼에도 어떻게 인간과 토양이 다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은 공동전시 프로젝트 ‘소일(Soil)’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사실 폼필리 디자이너와 가에타노 디자이너는 소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13명의 디자이너 중 일부였습니다.
소일 프로젝트에서는 인간과 땅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한 작품이 다수 전시됐습니다.
알프스 빙하가 녹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부터 호주 와츠 강의 원주민 지구 지도까지 다양한 작품이 포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