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술개발 업체인 플래닛터리테크놀로지스(이하 플래닛터리)가 시리즈 A를 통해 1,135만 달러(약 156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이 투자는 캐나다 청정기술 투자 펀드 ‘에보크 이노베이션’이 주도했습니다.
플래닛터리는 2020년 설립된 캐나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해양 알칼리 강화(OAE)’ 기술을 기반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려 하고 있습니다. 석회석 같은 알칼리성 물질을 분쇄해 바다에 넣어 바닷물의 알칼리도를 높여 탄소흡수 및 저장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알칼리성 물질을 공장 폐수나 발전소 냉각수와 같이 방류한다는 것이 사측의 구상입니다. 이는 별도의 탄소포집 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캐나다 댈하우지대 연구팀과 함께 해당 기술을 실험 중입니다.
마이크 캘랜드 플래닛터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를 통해 파일럿(시범) 프로젝트를 확장해 운영할 것”이라며 “기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학술·규제기관 그리고 지역사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X프라이즈·프런티어도 주목한 플래닛터리 기술력” 🧪
2일 데이터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플래닛터리가 설립 후 현재까지 모은 투자금만 1,995만 달러(약 275억 원)에 이릅니다.
여기에는 비영리재단 X프라이즈가 주도하는 ‘카본 리무벌(Carbon Removal)’ 대회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약 13억 원) 규모의 상금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대회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10억 톤 규모의 탄소제거를 달성할 기술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플래닛터리는 최종 결선팀에 오른 20곳 중 1곳입니다. 사측은 해양 알칼리 기술을 통해 탄소제거 비용을 톤당 25달러(약 3만 4,500원)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탄소제거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런티어 펀드’ 또한 플래닛터리의 기술력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프런티어 펀드는 구글 모기업 알파벳·JP모건체이스(JP모건)·메타 등 9개 기업이 참여 중입니다.
프런티어 펀드는 작년에 플래닛터리로부터 937톤 규모의 탄소제거 크레딧을 사전구매했습니다. 초기 개발 비용이 높은 탄소제거 업체와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시장 형성을 주도하는 방식입니다.
프런티어 펀드는 플래닛터리의 계획과 기술 능력이 확장 가능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북미·유럽 등 4개 지역서 해양 알칼리 향상 실험 중 🌊
플래닛터리는 현재 총 4곳에서 해양 알칼리 향상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①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②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벤쿠버 ③미국 버지니아주 ④영국 잉글랜드 콘월 순입니다.
버지니아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바다가 아닌 인근 강에서 실험이 추진 중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 중입니다.
나머지 3개는 모두 바다를 기반으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곳 모두 ‘만(Bay)’인 것이 특징입니다. 해수의 흐름이 다른 곳보다 느린 덕에 실험 분석과 확인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대서양 최대도시인 핼리팩스에서는 작년 8월 첫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인근 화력발전소인 터프츠코브의 냉각수 배출구를 통해 분홍색 형광염료가 대량으로 뿌려졌습니다. 이는 염료가 바닷물에 녹아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를 알고자 진행됐습니다.
이후 2개월에 걸쳐 알칼리성 물질인 수산화마그네슘 약 280톤이 나뉘어 투입됐습니다. 해당 물질은 캐나다와 중국에서 공급받았습니다.
현재는 데이터 분석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핼리팩스에서 실험이 진행된 이유에 대해 사측은 “노바스코샤주는 수십년간 해양연구와 혁신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했다”며 “사무실과 연구실 역시 핼리팩스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벤쿠버의 경우 아직은 방법론 개발 단계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장 실험은 2025년초로 예정돼 있습니다. 도시 내 폐수처리장에 알칼리성 물질을 추가해 바다로 방출함으로써 실제 탄소흡수능력을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영국 콘월의 경우 2022년 9월 지역 내 하수처리장에 알칼리성 물질을 첨가해 해양으로 방류하는 소규모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사측은 “수산화마그네슘의 입자가 콘월 해변모래보다 최소 5배는 더 작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연구 결과는 올해 7월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구&환경’에도 발표됐습니다.
지역사회 반발 잇따라…‘사회적 수용성’ 고려 필요 🗺️
그런데 모두가 플래닛터리의 계획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지역사회의 반발도 큽니다. 콘월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7월 시민단체들은 플래닛터리의 추가 실험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습니다. 지역사회는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는 처음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해양생태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되레 악영향이 될 수 있단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입니다. 지역 내 수산업계 종사자들 역시 플래닛터리의 실험에 반발했습니다.
영국 환경청 역시 플래닛터리의 추가 실험을 일시 중단시키고 추가 정보를 요구한 상황입니다.
플래닛터리는 지역사회와 규제기관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기조 아래 환경영향평가를 수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측은 추가 정보를 입증하는 대로 2025년에 실험을 재개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지난 9월 미국 뉴욕타임스(NYT) 역시 플래닛터리를 포함한 해양 기반 탄소제거 프로젝트 상당수가 지역사회 반발에 직면한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수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컸습니다.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역시 해양 알칼리 기술 향상 입증 실험을 위해 미국 환경보보청(EPA)에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기관은 올해 5월에 실험을 승인했습니다. 연구소가 당시 지역사회의 의견을 구하자 거센 반발이 잇따랐습니다.
과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대기와 바다 사이의 이산화탄소 간의 교환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감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알칼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될 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스크립스해양연구소(SIO)의 해양 생태학자인 리사 레빈은 이같은 물질이 대규모로 방출될 경우 심해생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의 해양학자인 하이메 팔터는 “해양 알칼리도 향상 기술에 가장 큰 장벽은 해당 기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