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 분홍색 염료 푼 캐나다…플래닛터리 “해양 기반 알칼리 탄소제거 위한 선행 작업”

“탄소제거 톤당 가격 25달러 미만 예고"

캐나다 대서양 최대도시인 핼리팩스 앞바다가 분홍색으로 한때 물들었습니다. 해양 기반 탄소제거(CDR)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기 연구를 목적으로 시행된 실험의 영향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동부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항구 앞바다에 분홍색 형광염료(RWT)* 500리터를 방출했습니다. 해당 염료는 항구 인근 화력발전소인 터프츠코브(Tufts Cove)의 냉각수 배출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연구팀은 해당 염료가 환경에 무해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염료가 바닷물에 녹아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뤄졌습니다. 분홍색 바닷물은 하루만에 사라졌고, 연구팀이 일주일간 드론 그리고 자율수중로봇(AUV) 등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댈하우지대와 함께 연구를 수행 중인 기후테크 스타트업 플래닛터리테크놀로지스(Planetary Technologies·이하 플래닛터리)가 제안했습니다.

플래닛터리는 바다에 알칼리성 물질을 뿌려 해양 기반 탄소제거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곳입니다.

2022년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XPRIZE Carbon Removal)’ 대회서 마일스톤상을 받은 상위 15개 팀 중 1곳으로 유명합니다.

*RWT(Rhodamine WT): 하천, 강, 바다 등 물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형광염료.

 

▲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술을 개발 중인 캐나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플래닛터리는 알칼리성 물질을 바다를 위한 ‘제산제’에 비유했다. ©Planetary 제공, greenium 번역

캐나다 스타트업 플래닛터리, ‘해양 알칼리 강화 기술’로 탄소포집능력 ↑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의하면,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CO₂)의 약 30%를 흡수하는 주요 탄소흡수원입니다.

문제는 대기 중 CO₂ 배출량과 해수 평균온도가 높아질수록 바다의 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진단 것. 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2020년 설립된 곳이 바로 플래닛터리입니다.

이 스타트업은 이른바 ‘해양 알칼리 강화(OAE·Ocean Alkalinity Enhancement)’ 기술을 개발한 곳입니다.

석회석 등 알칼리성 물질을 분쇄해 바다에 넣어 바닷물의 알칼리도를 높여 탄소흡수 및 저장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플래닛터리는 이를 제산제에 비유합니다. 제산제가 위산으로 인한 속 쓰림을 중화시키는 약인 것처럼, 알칼리성 물질이 바다와 기후문제를 해결할 위장약이 될 수 있단 뜻입니다.

플래닛터리는 폐수 처리와 같은 공정에 사용하는 물질을 바닷물에 공급해 해양 탄소제거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염료 실험은 냉각수 배출구가 있는 발전소에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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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0일 캐나다 핼리팩스 인근 터프츠코프 화력발전소 냉각수 배출구를 통해 배출된 염료가 앞바다 일부를 분홍색으로 물들인 모습. ©Tim Krochak

플래닛터리·댈하우지대 연구팀, 확산예측 모델링 실험…“9월 추가 실험” 🧪

댈하우지대 해양학과 교수이자 해양학자인 카챠 펜넬 박사는 캐나다 공영방송 C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해양 알칼리 강화는 탄소제거 규모를 키울 수 있단 점에서 잠재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펜넬 교수는 “알칼리성 물질이 해양 기반 탄소제거에 실제로 도움이 되지는 말하기 위해선 CO₂가 얼마나 흡수되는지 정량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실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해양에서의 확산예측 모델링을 통해 OME 기술을 통한 해양탄소흡수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페넬 교수는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9월 해당 염료와 플래닛터리의 알칼리성 물질을 바다에 첨가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때 물의 해양산성도를 낮추기 위해 수산화마그네슘(Mg(OH)₂)도 추가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페넬 교수는 이를 통해 해양생태계의 변화 과정도 모니터링할 것이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이 산성비의 역할을 상쇄하기 위해 노바스코샤주 일대에서 이미 진행된 석회 투약과 비슷한지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페넬 교수는 전했습니다.

9월 실험은 핼리팩스 항구 북서부 끝에 위치한 베트포드만(Bedford Basin)에서 진행됩니다.

연구팀은 이같은 알칼리성 물질이 기후문제 해결에 있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배출량 감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피력했습니다.

 

▲ 캐나다 핼리팩스 인근 터프츠코프 화력발전소 냉각수 배출구를 통해 배출된 염료가 앞바다 일부를 분홍색으로 물들인 모습. ©Nova Scotia Power

2012년 해양 시비 논란 겪은 캐나다…플래닛터리 “알칼리성 물질, 안전” 🐟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양생태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는 가운데 해양 기반 탄소제거가 되려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시도가 ‘해양 시비(Ocean fertilization)’가 아니냔 지적도 나옵니다. 해양 시비란 바다에 철이나 요소 등의 영양분을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해 탄소격리를 유도하는 지구공학의 일종입니다.

이 때문에 2008년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은 연안 해역에서의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제외한 모든 해양 시비 프로젝트에 모라토리움(정지)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촉진하기 위해 한 양식기업이 바다에 철분 120톤을 투하해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당시 우주에서도 식물성 플랑크톤이 확산된 것이 확인돼 캐나다 전역에서 한동안 논란이 지속됐습니다.

플래닛터리 또한 이 지점을 깊게 고심 중입니다. 이에 해양 전문가와 협력해 알칼리성 물질이 식물성 플랑크톤 등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 플래닛터리는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내 해양학 연구실에서 알칼리성 물질의 탄소포집 및 저장능력 실험을 수행 중이다. ©IUK Mids, 트위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지구해양대기과학과 박사후 연구원 출신인 윌 버트가 해당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플래닛터리 수석 해양연구원인 그는 댈하우지대 및 연구소들과 협력해 알칼리성 물질을 통한 탄소흡수 및 해양생태계 변화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버트 수석연구원은 캐나다 민영방송 CTV와의 인터뷰에서 “알칼리성 물질이 현재 널리 쓰이고 규제되고 있다”며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퀘백주에 폐쇄된 광산에서 나온 폐석면 폐기물을 알칼리성 분말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오는 9월 예고된 실험에 사용될 알칼리성 물질은 캐나다와 중국에서 공급받을 것이라고 플래닛터리는 밝혔습니다.

 

플래닛터리 CEO “탄소제거 톤당 가격 25달러 미만까지 떨어질 수도” 📉

한편, 지난 3월 플래닛터리는 해양 기반 탄소흡수량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도 도입했습니다. 해양 기반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을 계산하는 법은 굉장히 복잡한데, 이를 해결한 것.

덕분에 알칼리성 물질을 통해 CO₂가 얼마나 중화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은 제3자 기관을 통해 관련 데이터 투명성을 검증하고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영국 탄소제거 검증 기업인 아이소메트릭(Isometic)이 검증체계 개발을 위해 플래닛터리와 협력 중입니다.

또한, 2020년 플래닛터리에 투자를 진행한 이와 관련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도 관련 기술을 승인 및 검증했습니다. 쇼피파이가 지원한 다른 해양 기반 탄소제거 스타트업으로는 러닝타이드(Running Tide)캡츄라(Captura)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쇼피파이는 러닝타이드로부터 해양 알칼리 기반 탄소제거크레딧 약 100톤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지불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플래닛터리의 해양 기반 탄소제거는 가격 면에서도 합리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마이크 켈랜드 플래닛터리 최고경영자(CEO)는 카본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플래닛터리의) 탄소제거 톤당 가격이 평균 100달러(약 13만 4,000원) 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켈랜드 CEO는 “(현재 수행 중인 소규모 실험들을 반영한 결과) 탄소제거 톤당 가격이 25달러(약 3만 3,500원) 미만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자사의 기술이) 확장 가능할뿐더러, 잠재적으로 가장 저렴한 기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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