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경영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평가기관의 역할 역시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나 ESG 평가기준의 일관성이 부족할뿐더러, 신뢰성과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17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관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브리프 형태의 월간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달 보고서는 해외 ESG 평가기관의 규제 동향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ESG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부각됐다”며 “(한국도) 운영 현황을 점검하여 개선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SG 등급, 기관별 고유 평가체계서 도출…일관성 부족 🤔
현재 다수의 평가기관이 기업의 ESG 경영수준을 평가한 후 ‘ESG 등급’을 내놓습니다.
보고서는 “(ESG 등급은) 기업의 신뢰도와 투자매력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리스크관리나 재무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발표된 각 기업의 ESG 등급은 각 평가기관의 고유 평가체계를 기반으로 나온 겁니다.
종종 한 기업을 두고 기관별로 내린 평가 등급 점수가 차이가 큰 경우가 있습니다. 통상 거버넌스(G) 측정 부문에서 등급 폭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평가기준을 통일시키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보고서 역시 이 지점을 짚었습니다. 홍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ESG 평가 방법론의 일관성 부족, 투명성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고 꼬집었습니다.
평가에 이용된 데이터와 방법론 등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평가의 신뢰성과 투명성 문제가 발생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일부 평가기관은 평가 서비스 외에도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는 만큼, 이해상충 문제로 공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보고서는 “(각기 다른 방법론에 의해) 동일한 기업이라도 평가기관에 따라 ESG 점수가 상이하여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며 “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정보 공개량 많을수록 평가기관별 등급 대체로 비슷” 📊
ESG 평가기준의 신뢰성·투명성을 둘러싼 우려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관련해 꾸준히 우려가 나옵니다.
올해 2월 스웨덴 스톡홀름 경제대학 연구진은 미국 나스닥에 한 편의 보고서를 게재했습니다. 연구진은 12개 논문을 기반으로 평가기관별로 ESG 등급이 달라지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파헤쳤습니다.
연구진은 “ESG 등급을 평가하기 위한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그러나 연구 결과, 다양한 평가기관에서 동일한 기업에 대해 내놓은 ESG 등급 사이에 상관관계가 낮았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한 기업이 A란 평가기관으로부터는 높은 ESG 등급을 받았지만, B나 C 같은 다른 평가기관으로 중간이나 낮은 등급을 받은 경우가 있었단 말입니다.
주목할 점은 ESG와 관련해 정보 공개가 많은 기업일수록 평가기관들의 등급이 대체로 비슷한 경우가 발생했단 겁니다.
물론 정보를 많이 공개한다고 ESG 등급이 똑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진들은 ‘평가자 효과’가 개입된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평가기관들의 주관이 개입됐다는 뜻입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현재 ESG 등급 측정 방식은 자원이 많은 대기업에게 더 유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럽서 ESG 평가하려면 금융당국서 승인받아야” ⚖️
스톡홀름 경제대 연구진은 기관마다 ESG 평가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단 점을 인정했습니다. 환경·인권 등 지속가능성은 다양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ESG 평가기준 결과 불일치가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곧 기업들의 ESG 경영 노력 확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의 ESG 평가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ESG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는 평가의 신뢰성·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할뿐더러, 투자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적어도 평가기준과 방법론에 있어 최소한의 표준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평가기관이 사용하는 데이터와 평가과정을 공개함으로써 평가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단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ESG 평가기관 규제방안을 수립 중이거나 확정해 시행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이 대표적입니다. 유럽의회는 올해 4월 ESG 평가기관에 대한 규제안으로 ‘투명성과 무결성 향상을 위한 ESG 평가 규정(ESGR)’을 채택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EU 집행위원회가 작년 6월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ESRG에 따르면, ESG 평가기관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합니다. 또 ESG 평가 시 사용한 방법론과 모델 그리고 평가과정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합니다.
평가기관이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할뿐더러, 이해상충 관리를 위한 요구사항도 제시됐습니다. 이 법안은 EU 이사회 승인을 거친 후 이르면 2026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 역시 2025년부터 ESG 평가기관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ESG 평가기관들이 데이터 제공 서비스와 컨설팅 서비스를 분리하고, 평가 방법론의 세부사항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계획입니다.
이는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막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일련의 조치와 연관돼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담당해 만듭니다.
한국, 자율규제 형식 가이드라인 마련…개선 필요 🏛️
일본과 싱가포로의 경우 ESG 평가기관에 대해 자율규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각 평가기관이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일본의 경우 금융청이 ESG 평가기관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역시 자율규제로서 ESG 평가기관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습니다.
일명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입니다. 원칙 준수와 예외 설명 방식으로 총 6개장 21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23년 9월 나왔습니다.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대다수 평가기관이 가이던스 항목의 대부분을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점이 필요하단 점을 짚었습니다.
보고서는 “일부 기업 실무자들은 평가기관과의 소통 부족과 평가기준의 투명성에 있어 여전히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평가항목별 가중치 공개 ▲산업 분류 세분화 ▲평가기준 일관성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