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가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립니다.
5차 회의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간협상위원회(INC·이하 위원회)가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2일 그리니엄이 유엔환경계획(UNEP)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INC에 여러 건의 공식 문서가 제출됐습니다. 여기에는 17일(이하 현지시각) 공개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의 시나리오 문서가 포함됩니다.
문서에서 발디비에소 의장은 최근 공식·비공식 회의에서 “부산에서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회원국들의 강한 의지가 확인됐다”며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발디비에소 의장, 5차 회의 성공 위해 ‘속도·효율’ 강조 📈
발디비에소 의장은 이번 회의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의 문구를 합의하고 승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이번 회의는 시간제한으로 인해 가능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 결의안에서 당사국들이 올해까지 협약 성안을 위한 작업을 마치기로 합의한 것을 상기시킨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문서에는 5차 회의 논의를 빠르고 효율성 있게 진척하기 위한 진행 방안이 담겼습니다.
5차 회의 기간 크게 4개의 연락그룹을 구성해 논의가 진행됩니다. ①플라스틱 제품 ②폐기물 관리 ③재정 메커니즘 ④이행계획 등입니다. 각 그룹이 역할을 나눠 빠르게 협상을 끝낸다는 계획입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법률 전문 그룹이 넘겨받아 법적 효력(구속력)이 있는 문구를 작성하게 됩니다. 법률 전문 그룹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지난 4차 회의(INC-4)에서 도입됐습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거듭해서 시간 압박을 호소했습니다. 심지어 빠른 진행을 위해 각국에 5차 회의 전까지 성명을 발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도 나왔습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각국의 의견은 5차 회의 중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전회의 결과 공유…“재원 마련서 합의 진전” 💰
의장 문서 발표 전날(16일)에는 대면·비대면 사전회의 결과 문서도 공개됐습니다. 사전회의는 올여름 7월부터 8월까지 2달간 진행됐습니다. 회의에는 각국이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했습니다. 단, 사전회의 결과가 5차 회의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 그룹은 ①재정 메커니즘(그룹1) ②우려 화학물질 기준·플라스틱 제품 설계(그룹2) 등 2개 주제로 논의했습니다.
그룹1 논의 결과, 전문가 다수가 새로운 전담 기금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간 개발도상국은 전담 기금을 요구했으나 선진국은 기존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위원회의 영국 정책고문을 맡고 있는 로버트 하티는 “가능한 한 다양한 출처에서 지원을 모으는 메커니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호주 민데루재단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개도국에게 지원이 절실하단 점을 짚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도국이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3,500억~5,000억 달러(약 483조~69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단, 누가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것인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혁신적인 자금 조달원’의 필요성도 언급됐습니다. 공공재원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에 충분한 자원 마련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세부적으로는 ▲플라스틱크레딧 ▲플라스틱채권 ▲플라스틱세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혼합금융 등이 거론됐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방법론들은 인프라(기반시설)가 부족한 개도국은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생산감축 vs 폐기물 관리, 입장차 반복 🔥
그룹2 논의 결과는 국가간 견해차를 재확인하는데 그쳤습니다. 규제 방식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습니다. 국제사회 차원의 플라스틱 공통 목표를 수립할지, 각국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세울 지 등 다양한 방식이 제안됐습니다.
플라스틱 제품 관련 기준에 대해서도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중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에 대해 입장차가 반복됐습니다.
전자(업스트림)는 환경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수요 감축이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현재 정책 수준으로는 2040년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어렵단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추가적인 정책 전환이 없을 경우 2040년 플라스틱의 자연 유출은 2020년 대비 50% 증가할 전망입니다.
반면, 후자(다운스트림)는 폐기물 감축·재활용으로 플라스틱 오염 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얼마전 모하메드 카샤쉬네흐 전(前) 요르단 환경부 장관은 이번 협약이 플라스틱이 아닌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유해 화학물질과 제품설계에 대한 강력한 조항을 마련하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전문가 ‘과학·데이터·개념 정의’ 필요성 촉구 📢
한편, 전문가들은 논의 진전을 위해서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데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문서에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지식과 증거 기반의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국가간 입장차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거시경제적 편익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협약의 주요 개념에 대한 공통 용어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지속가능성국제연구소(IISD)의 탈라시 간타이 팀장은 ‘우려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의조차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