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기업에게 섬유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일명 ‘책임 있는 섬유 회수법(상원법 제707호)’입니다. ‘섬유재활용법’으로도 불립니다.
법안의 핵심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섬유로 넓힌 것입니다.
법안은 올해 3월 캘리포니아 주의회 소속인 조시 뉴먼 상원의원(민주당)이 발의했습니다. 이후 의회를 통과해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가 서명하며 발효됐습니다.
16일 법안을 살펴본 결과, 오는 2030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패션브랜드는 관할 내 재사용·수선·재활용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합니다. 전 세계 연간 매출 100만 달러(약 13억 6,200만 원) 이상의 브랜드가 대상입니다.
캘리포니아 섬유재활용법…“일일 벌금 최대 5만 달러” 💸
미국에서 섬유 EPR 법안이 발효된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처음입니다. 섬유 EPR 법안은 전 세계적으로도 프랑스·네덜란드·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만 도입됐습니다. EPR을 섬유로 확장한 것은 캘리포니아주가 세계에서 4번째입니다.
구체적으로 법안에는 의류·섬유 생산자가 제품의 수거·수선·재활용에 대한 계획과 자금을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의류·섬유 생산자들은 2026년 3월 1일까지 ‘생산자책임조직(PRO·이하 조직)’을 설립해야 합니다.
이들 조직은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은 2028년 7월까지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2030년 7월 1일 이전까지 조직의 운영계획을 제출받을 예정입니다.
즉, EPR 제도는 2030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관련 규정을 따르지 않거나, 위반이 확인될 경우 주정부는 업체에 일일 최대 5만 달러(약 6,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은 재활용법?”…수선·재사용 방점 ♻️
뉴먼 의원은 법안이 “단순히 재활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섬유폐기물에 대한 생각 방식을 바꾸는 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안 도입 취지에 대해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연간 120만 톤의 섬유가 폐기된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대부분이 재사용·재활용 가능했음에도 시장으로 순환된 양은 단 15%에 불과했다는 것이 뉴먼 의원의 말입니다.
섬유폐기물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선과 재사용 등 의류 자체의 수명을 증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법안에는 수선·재사용이 거듭 강조됐습니다.
일례로 분담금 책정 과정에 섬유 수거·수선·재활용 프로그램이 고려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수선·재사용 프로그램을 통해 분담금을 경감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밖에도 물소비량·미세플라스틱 배출·유해 화학물질 유출 등 의류 사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패션브랜드들이 의류 생산 단계에서부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미국 최초 섬유재활용법, 그 영향은? 🤔
캘리포니아주의 섬유재활용법이 미국 내 다른 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립니다.
뉴욕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인 ‘뉴욕 패션법’이 상정된 바 있습니다.
패션브랜드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물·플라스틱·화학물질 소비량에 대한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평가·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뉴욕주 내 연간 매출 1억 달러(약 1,326억 원) 이상의 패션브랜드를 대상으로 합니다.
해당 법안은 2023년 뉴욕 주의회에 발의됐으나, 올해 6월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습니다.
이와 달리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EU 차원의 섬유 EPR 의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를 통과한 ‘폐기물기본지침(WFD)’ 개정안에는 2025년 1월부터 섬유폐기물 분리수거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럽 패션브랜드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라 모기업 인디텍스·프리마크 등 10개 기업이 내년 4월부터 의류폐기물 수거 확대와 분류 체계 시범 사업에 나설 예정입니다.
한국의 경우 2022년 환경부가 의류·섬유의 EPR 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습니다. 제안서에는 “폐의류 및 섬유의 EPR 도입에 대한 타당성 및 정책 방향”을 제시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환경부는 EPR 확대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동향 파악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