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자 미국 정부가 폐쇄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시키기 위한 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인공지능(AI) 수요와 데이터센터 증가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이 주된 이유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팰리세이드 원전과 스리마일섬 원전 2곳에서 재가동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2개의 폐원전에 대해 재가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원전명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임팩트 콘퍼런스’에 참석한 알리 자이디 미국 백악관 기후고문은 폐원전 추가 재가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이디 기후고문, 폐원전 추가 2곳 재가동 계획 공개 🏭
미국은 세계적인 원전 발전국 중 한 곳으로,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의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현재 94개 원전이 미국 전력 생산량의 20%가량을 제공합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원전 산업은 침체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0년대 시추 기술 혁신으로 인한 일명 ‘셰일가스 혁명’의 영향입니다. 경제성이 상승한 천연가스에 밀리며 원전 10여곳이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폐쇄됐습니다.
2011년 이후 미국에서 폐쇄된 원전은 13곳입니다. 2025년까지 원전 7곳이 추가로 폐쇄될 예정이었습니다.
이같은 기조를 바꾼 것이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탈탄소에너지의 부상입니다. 원전은 24시간 탄소배출 없이 전력 공급이 가능하단 점에서 석탄을 대신할 기저전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폐원전 재가동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속도에 있습니다. 기존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신기술 개발 모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와 달리 폐원전 재가동은 빠르면 수년 이내에 가능합니다.
자이디 기후고문은 “(미국 정부는)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며 “당장 (재가동을) 고려 중인 곳은 2곳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가동을 고려 중인 폐원전이 어디인지를 밝히는 것은 거부했습니다.
한편, 그는 “SMR은 수십년 후의 기술이 아니”라며 SMR 기술개발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비쳤습니다. 10년 내 미국 기업들의 SMR 배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입니다.
해상풍력 프로젝트 지연과 관련해서도 바이든 정부의 2030년 30GW(기가와트) 목표 중 절반이 이미 건설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폐원전 2곳 재가동 이미 추진 중…현 상황은? 🤔
미국 폐원전 재가동의 신호탄을 울린 곳은 미시간주에 위치한 팰리세이드 원전입니다.
약 800㎿(메가와트) 규모의 원전으로 1971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기술적 문제와 기존 소유 기업인 엔터지의 재정난으로 2022년 5월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같은해 미국 원자력 전문 기업 홀텍이 인수해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원전이 2025년 말 재가동을 시작해 최소 2051년까지 운영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전 재가동을 위해서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 정부도 자금을 지원한 상황입니다. 지난 9월 미국 에너지부는 팰리세이드 원전 재가동을 위한 15억 달러(약 2조원)의 대출 보증을 발표했습니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이는 미국 최초의 폐원전 재가동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같은달(9월) 미국 내 두 번째 폐원전 재가동 사례도 발표됐습니다.
경제성 문제로 2019년 가동이 중단됐던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979년 일어난 ‘미국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유명한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와는 별개의 원전입니다.
원전 운영사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해당 원전이 2028년부터 상업 운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력구매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은 향후 20년간 MS 데이터센터에 독점 공급될 예정입니다.
현재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재가동 자금조달을 위해 연방정부 대출보증 심사를 에너지부에 신청한 상황입니다. 지난 3일 제출된 신청서에 따르면, 대출 규모는 16억 달러(약 2조 1,500억원)에 달합니다.
美 에너지부, 2050년 원자력 3배 전략 공개 ☢️
이번 자이디 기후고문의 발언 배경에는 지난 1일 공개된 에너지부의 ‘상용화 도약을 위한 첨단 원자력 전략’ 개정 보고서가 자리합니다.
에너지부는 개정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미국 핵발전 용량이 3배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2024년 100GW에서 2050년 약 300GW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2025년까지 5~10건의 원자로 신설을 촉구한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입니다.
작년 미국 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에너지 3배 확대를 약속한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Net-Zero Nuclear Initiative)’ 선언에도 동참한 바 있습니다.
원자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바이든 정부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부진과도 관련됩니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 9월 올해 오리건주·멕시코만 해상풍력 개발권 경매를 임대한 상황입니다. 공급망·비용 문제로 업계 수요가 낮았기 때문으로 풀이됐습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원전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는 ①폐원전 재가동 ②SMR ③차세대 첨단 원자로 등이 포함됩니다.
보고서에서 에너지부는 정부 당국의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7월 통과된 ‘원자력발전법(AEAA)’이 대표적입니다. 원전 건설 허가를 신속처리할 수 있도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최대 50%의 생산 세액공제가 지원된다는 점도 거듭 강조됐습니다. 이른바 ‘원전 원플러스원(1+1)’ 지원책입니다.
단, 원자력 3배란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우선 폐원전 재가동의 경우 가능한 원전이 소수에 불과합니다. 차세대 기술개발에도 여전히 상당 기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미국 내 30년 만의 신규 원전인 조지아주 보글 원전 사례도 신규 원전 개발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해당 원전은 당초 2017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올해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건설 비용도 당초 45억 달러(약 6조원)에서 88억 달러(약 11조 8,770억원)로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