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상원에서 ‘원자력발전법(AEAA)’이 초당적 지지 속에 통과했습니다. 지난 2월 하원에서 발의된 이 법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 속도와 관련 지원을 늘리기 위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미 상원에서 열린 투표 결과, 원자력발전법은 재석 의원 90명 중 88명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 등 2명만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민주당 소속 미 상원의원(델라웨어주) 겸 환경·공공사업 위원회의 톰 카퍼 위원장은 법안 통과 직후 “기후대응과 미국 에너지안보를 위한 승리”라며 “미 상원의 압도적인 초당적 지지 속에 법안이 통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원자력발전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법안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대통령 서명 직후 법안은 즉시 효력을 발휘합니다.
상원의원 90명 중 88명 찬성…“차세대 원전 건설 인허가 간소화 담겨” 🗳️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의하면, 2024년 5월 기준 미국 내 원전 수는 94기입니다.
미국 내 전체 전력 생산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단, 아직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없습니다. 복잡한 인허가 요건과 천문학적 비용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가동을 시작한 조지아주 대형 원전인 보글 3·4호기는 초기 추정 예산보다 2배 많은 350억 달러(약 48조원)가 소요됐습니다. 또 뉴스케일파워는 공급망 문제로 인한 건설비 폭증으로 지난해 첫 상업용 SMR 건설 계획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원자력발전법은 이같은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법안을 확인한 결과 ▲차세대 원자로 개발 기업 규제 비용 절감 ▲차세대 원자로 인허가 신청 간소화 ▲신규 원전 건설 시 세액공제 같은 인센티브 제공 ▲원전 산업 투자 촉진 위한 국제투자 규정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나아가 필요 시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에 SMR를 적시에 허가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법안에 초당적 지지를 보낸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대응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미래 전력수요 증가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공급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당초 원자력 에너지에 회의적이던 미국 민주당 역시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 보완과 기후대응 측면에서 이번 원자력발전법을 지지했습니다. 공화당은 안정적 전력 공급과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여기며 양당간 초당적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여기에는 중국 원전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도 한몫했다. 현재 중국은 현재 신규 원자로 27기를 건설 중입니다. 최근 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의하면, 첨단 원전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보다 15년 뒤처졌습니다.

“원자력 규제위 역할 확대” 명시…샌더스 의원 등 일부 의원 우려 내비쳐 ⚖️
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역할을 확대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법안 속 내용들은 모두 원자력 규제위가 담당합니다.
법안에는 원자력 규제위가 “원자력 에너지 기술의 혜택을 불필요하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원자력 규제위가 새로운 원자력 기술을 효율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도구와 인력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문구도 담겼습니다.
동시에 원자력 규제위는 원전 건설 과정서 환경검토 과정을 단순화하고 단축할 수 있는 방법론도 개발해야 합니다.
이는 원자력 규제위가 미 식품의약국(FDA) 같은 성격의 연방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평가한 바 있습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원자력 규제위의 역할이 확대된단 점을 우려합니다. 샌더스 의원과 함께 반대표를 행사한 에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원자력발전법이 원자력 규제위를 규제 기관이 아닌 ‘촉진자’로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원자력 규제위가 원자력 소매위원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핵과 에너지의 안전과 환경을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 등 원자력을 반대하는 주요 단체들은 이번 법안 통과에 우려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원자력발전법 발효 시 美 테라파워 수혜 입나? 🤔
원자력발전법이 발효된다고 해도 곧바로 원전 산업이 부흥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전 건설에 앞서 미국 내 노후화된 전력망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력망 상당수가 노후화된 탓에 실제 전력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성폐기물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한편, 법안 발효 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테라파워는 미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첫 SMR 실증단지 건설에 착공했습니다.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전력 생산 규모는 354㎿(메가와트)입니다. 이를 위해 테라파워는 지난 3월 원자력 규제위에 SMR 건설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검토에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원자력발전법이 본격 발효되면 인허가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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