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율주행이나 통신 기능에 중국산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사용하는 커넥티드 차량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산 장비와 부품 역시 규제 대상입니다.
커넥티드 차량은 블루투스 등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교통정보를 주고받으며 네비게이션이나 자율주행 기능 등을 제공합니다. 이에 ‘스마트카’로 주로 불립니다.
최근 판매되는 차량 중에서 이런 기능을 일부라도 탑재하지 않은 모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잠정 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규정안은 차량연결시스템(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DS)에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특정 하트웨어나 스포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중국·러시아산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이 해킹될 시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상무부의 말입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적국이 미국에서 운행 중인 모든 자국산 차량을 동시에 시동을 끄거나 통제해 사고를 일으키고 도로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은) 중국과 일반무역을 계속하고 싶다”면서도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술에 대한 무역은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美, 커넥티드카 中 소프트웨어 사용 시 판매 금지 🚘
미국에서 만든 차량이라도 중국·러시아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들어가면 판매할 수 없습니다.
판매 금지는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오는 2027년식, 하드웨어는 2030년식 모델부터 수입·판매가 모두 금지됩니다. 모델연도가 없는 하드웨어는 2029년부터 금지됩니다.
규정안은 승용차·트럭·버스 등 모든 자동차에 적용됩니다. 농기계나 채굴용 차량 등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상무부는 올해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규제 마련 지시에 따라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이번 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잠정안으로 30일간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됩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자동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완성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제한한다는 의도가 깔린 겁니다. 또한 이를 국제 자동차 공급망으로 넓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에서 잘 들어납니다.
설리반 보좌관은 “중국이 교란과 방해를 목적으로 미국의 핵심 기반시설에 악성코드를 사전에 배치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中 ‘차별적 조치’ 즉각 반발…韓 규정안 면밀 검토 나서 ⚖️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의 잠정 규정안이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시장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에게 개방·공평·투명·비차별 사업환경을 제공하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역시 이번 미국의 규정안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한국 기업이 중국산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사용할 경우 공급망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 발표 이튿날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규정안과 관련해 민관 대응회의를 열었습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해당 규정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일 최소화하도록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미국이 중국·러시아산 장비가 사용된 커넥티트 차량 규제 도입을 준비하자 한국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올해 4월 미국 정부에 공식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규제범위를 국가안보 위협이 큰 부품 위주로 최소화하는 동시에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산자부는 미국이 규제 도입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업계 의견 상당 부분을 반영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 측 규정안의 규제 범위가 당초 예상된 것보다 축소됐고, 유예기간이 반영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평가한 알려졌습니다.
“韓 기업 반사이익 가능성도…공급망 조정 일부 불가피” 🗺️
한국 기업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용 소프트웨어나 자율주행 기능 등 미래형 자동차 관련 기술 상당수를 자체 개발해 왔습니다. 2016년 자체 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OS)인 ‘ccOS’를 2022년부터 전 차종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블루투스 등에 대해서도 중국산 부품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아 역시 해킹 위협 소지가 있는 중국산 부품을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하드웨어의 경우 중국산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또 2차·3차 등 중소협력사 상당수가 중국산 부품을 활용 중입니다. 사이버보안 기술 역시 부족한 편입니다.
향후 금지될 소프트웨어나 부품을 사용하고 있을 경우 공급망 조정이 불가피해 기업들의 일부 부담이 예상됩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올해 8월 ‘미국의 중국산 커넥티드카 사이버보안 규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부품 기업에서 관련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언한 바 있습니다.
또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사이버보안 기술 규제를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 기회로 연결해야 한다”며 “사이버보안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적 기술 컨설팅과 인력양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