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닮은 생분해성 산불 탐지기, 2024 英 제임스다이슨어워드 수상

산불 나야 싹트는 솔방울 원리서 착안

기후변화로 이상고온과 가뭄 현상이 심화되며 전 세계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 최대 열대우림 아마존에서 발생한 산불은 2022년 1만 3,000여 건에서 작년 3만 4,000여 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대형산불을 미리 사전에 파악해 예방할 수는 없는 걸까요?

이 가운데 솔방울 모양을 닮은 산불 탐지기가 최근 영국 제임스다이슨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다국적 기술기업 다이슨은 ‘제임스다이슨어워드 2024(이하 다이슨어워드)’의 영국 국내전 우승작으로 산불 탐지기 ‘파이리(Pyri)’가 선정됐다고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상금으로는 5,000 파운드(약 887만원)가 수여됩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이한 다이슨어워드에는 29개국에서 약 2,000개의 작품이 출품됐습니다. 이날 주최 측은 29개국에서 국내전 우승작과 입상작을 발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파이리는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하고 비용을 낮춰 더 지속가능한 산불 탐지기를 표방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산불 탐지기
▲ 파이리 개발진은 솔방울의 생물학적 원리를 이용함으로써 저비용의 산불 탐지기를 개발했다고 강조한다. ©pyri

솔방울 원리 활용한 산불 탐지기, 지속가능성 ↑ 🌲

파이리는 바이오소재와 생명공학을 활용해 산불 탐지기의 환경영향과 비용을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감지 범위와 조기 감지 가능성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파이리 개발진은 특정 솔방울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몇몇 솔방울은 산불이 나야만 씨앗 껍데기 연결부가 녹으며 떨어져 싹이 틀 수 있습니다. 산불이 빈번한 지역에서 소나무가 터득한 발아 방법입니다. 한국에는 이러한 솔방울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이리는 80℃까지 견디는 왁스가 전원부를 감싼 형태로 설계됐습니다. 전원부는 소금물 용액 장치로 구성돼 있습니다. 산불로 왁스가 녹으면 소금물 용액이 전원부를 활성화합니다.

전원을 공급받은 신호장치는 무선 주파수 신호가 반경 50㎞ 이내의 통신탑이나 전용 수신기로 전송됩니다. 이후 삼각 측량으로 신호 위치를 파악합니다. 기상데이터 등과 비교해 산불 가능성을 예측한 다음 지역사회에 산불 경보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주요 소재로는 숯과 생분해 가능한 왁스 등이 사용돼 환경에 덜 영향을 끼칩니다. 설령 산불에 완전히 불타더라도 환경에 무해하다는 것이 개발진의 주장입니다.

개발진은 신호장치 개발을 위해 약 1년간 46가지의 소재를 실험하고 20개 이상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 파이리는 솔방울의 모양뿐만 아니라 발아 방법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개발진은 산불이 빈번한 지역에서 산불이 나야만 싹이 틀 수 있는 솔방울에서 착안했다. ©pyri

2100년 산불 위험 50% 상승, 파이리 “예방이 살길” 📛

개발진은 파이리의 개발 방향이 유엔환경계획(UNEP)의 ‘화재 대비 기본 원칙(Fire Ready Formula·이하 기본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UNEP는 ‘2022년 글로벌 산불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와 토지 이용 변화로 대규모 산불 발생 위험이 2100년 50%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 대응책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기본 원칙입니다. 당시 UNEP은 각국 정부의 화재 대응 지출 절반 이상이 화재 진압(소화)에 쏠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기관은 계획·예방·대비·복구 비중을 지출의 3분의 2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파이리 개발진은 “(UNEP의 제안처럼) 산불 관리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피력했습니다.

파이리 같은 저비용 산불 탐지기로 산불을 조기 감지해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현재도 사물인터넷(IoT)이나 위성 기반의 첨단 산불 탐지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튀르키예(터키) 스타트업이 개발한 IoT 기반 산불 감지 시스템이 다이슨어워드 상위 20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진은 기존 방식은 정확도가 낮거나 제작 비용이 높다고 말합니다. 설치 이후에도 관리를 위한 에너지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와 달리 파이리는 헬리콥터로 단 하루 만에 수만 제곱미터(㎡) 단위의 지역에 뿌릴 수 있다고 개발진은 설명했습니다. 설치 후 별도 관리도 필요 없습니다.

 

▲ 파이리 개발에는 리차드 알렉상드르 디자이너의 2020년 브라질 판타나우 습지 화재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pyri

2020년 브라질 산불, 파이리 개발로 이어져 🇧🇷

파이리는 영국 대학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중 석사 과정의 일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영국 이공계 종합대학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과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4명이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작년 9월 동명의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팀원 중에서도 리차드 알렉상드르 디자이너의 개인적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브라질 출신으로 2020년 브라질 판타나우 습지 화재를 계기로 산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판타나우는 세계 최대의 습지입니다. 최근 극심한 가뭄과 고온으로 산불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이미 2020년 발생한 유례 없는 화재로 습지 면적의 4분의 1이 소실됐습니다. 숨진 야생동물만 1,700만 마리로 추정됩니다.

그는 판타나우 습지처럼 넓고 자원이 부족한 곳에 적용하는 것으로 목표했기 때문에 파이리의 저비용·대량 접근법을 고안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파이리는 지난 4월 ‘테라 카르타 디자인랩 2024’ 결승 진출팀 10곳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우승팀은 올해 가을 발표된다. ©Terra Carta Design Lab

파이리, 테라카르타디자인랩·다이슨어워드 2관왕 가능할까 🏆

한편, 사측은 지난 7월 영국특허청에 기술·소재·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신청한 상황입니다. 단, 개발진은 모든 구성 요소를 하나로 통합한 시제품은 아직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이리는 초기 전략으로 국립공원 산불 예방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이리는 이같은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지난 4월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이 주최하는 기업가 대회 ‘벤처 카탈리스트 챌린지’에서 사회적 영향 부문 1등을 수상했습니다.

같은달 파이리는 ’테라 카르타 디자인 랩 2024’ 결승 진출에도 성공했습니다. 이 대회는 2022년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애플 출신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함께 발표한 기후문제 해결 디자인 대회입니다. 최종 우승팀은 올해 가을 발표됩니다.

한편, 오는 11월 13일에는 파이리의 다이슨 어워드 국제전 수상 여부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다이슨어워드는 2020년부터 국제전에 지속가능성 부문을 신설해 관련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파이리는 영국 대회 수상자 자격으로 다이슨어워드 국제전에 진출했습니다. 국제전에 수상할 시 3만 파운드(약 5,300만원)가 상금으로 수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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