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술기업 다이슨이 주관하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이하 다이슨 어워드)’의 국제전 최종 결과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발표됐습니다.
2005년 시작해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한 다이슨 어워드는 젊은 인재들의 잠재력과 도전의식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다이슨 어워드에는 30개국에서 1,969개 작품이 출품됐습니다. 앞서 지난 9월 주최 측은 30개국에서 국내전 우승작과 입상작을 발표했습니다.
이중 우승 후보작인 상위 20위 작품을 대상으로 국제전 최종 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 최종 우승작에는 각 3만 파운드(약 5,000만원)가 상금으로 수여됩니다.
올해 대회에서는 ▲국제전 우승작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 ▲인도주의 부문 우승작이 선정됐습니다.
국제전 우승작으로는 우리나라 홍익대학교 재학생팀의 재난 의료 솔루션 ‘골든캡슐(GOLDEN CAPSULE)’이 선정되며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이슨 어워드는 2020년부터는 국제전에 지속가능성 부문을 별도로 신설하며 지속가능성 관련 아이디어를 더욱 장려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니엄이 ‘지속가능성’ 부문에 집중해 우승작 및 국제전 우승 후보작 상위 20위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지속가능 부문|폐유리병으로 만든 지속가능한 냉방 솔루션 ‘E-코팅’ 🍾
올해 다이슨 어워드의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은 홍콩의 두 공학도가 개발한 지속가능한 냉방 솔루션 ‘E-코팅(E-COATING)’입니다.
홍콩중문대학교 학생인 호이 펑 로널드 찬과 칸 조비알 시아오가 함께 개발했습니다.
E-코팅은 폐유리를 재활용해 만든 건물 외벽 코팅제입니다. 햇빛을 반사해 건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 건물 냉방의 에너지사용량을 줄인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습니다.
에어컨은 홍콩의 전체 전력 소비의 31%를 차지합니다. 동시에 홍콩에서는 매일 47만 개의 유리병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개발팀은 ‘구름’을 통해서 이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겠단 아이디어를 얻었다는데요.
개발팀은 E-코팅을 ‘두꺼운 구름’에 비유합니다. 두꺼운 구름은 햇빛의 95%를 반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건물에도 햇빛을 반사하는 코팅을 적용한다면 태양빛으로 가열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유리의 높은 반사율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건물 외부를 하얗게 칠해 햇빛을 반사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이른바 ‘쿨루프(Cool Roof)’입니다.
흰색이 태양빛의 88%를 반사한다는 원리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대다수 반사된 열은 대기 중에 머무르기 때문에 온실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합니다.
이와 달리 E-코팅은 반사된 열이 우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E-코팅이 햇빛을 효과적으로 반사하며, 반사된 햇빛 중 일부는 대기의 창*을 통해 우주로 방출된다는 것이 로널드의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 개발팀은 적절한 유리 조각의 크기·제형·결합제·첨가제 등을 복합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개발팀은 E-코팅을 중국 내 산업단지 옥상의 10%에만 적용해도 최대 776억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폐유리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제품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량도 줄인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1㎏의 E-코팅 개발에 400g의 유리병이 사용됩니다. 1㎏의 E-코팅으로는 5㎡(제곱미터)의 표면을 덮을 수 있습니다.
개발팀은 향후 E-코팅에 대한 다양한 표준 테스트와 대량 생산방법 모색, 현장 테스트 등의 연구개발(R&D)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실내 냉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도 조사 중이라고 개발팀은 덧붙였습니다.
*대기의 창(Atmosphere window): 대기가 통과시키는 전자기파의 영역.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8~13μm(마이크로미터) 파장의 적외선은 대기의 창을 통과해 우주로 빠져나간다.
TOP20|저비용 저탄소 모빌리티 솔루션, 급속 전기차 개조 키트 ‘REVR’ 🚗
국제전 우승작으로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여러지속가능성 아이디어들이 출품됐습니다. 상위 20위 목록에서는 기후 관련 출품작이 다수 눈에 띄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비용 저탄소 모빌리티 솔루션인 ‘REVR(Rapid Electric Vehicle Retrofit)’입니다.
내연기관차를 저렴한 비용에 빠르게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로 개조할 수 있는 키트입니다.
호주 출신 디자이너 알렉산더 버튼이 개발했습니다.
그는 전기자동차가 너무 비쌀뿐더러, 전기차 전환에서 아직 멀쩡한 내연차를 버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스빈다. 새로운 차량 구매로 인한 탄소배출 문제를 피하는 동시에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차량 개조에 주목했다고 버튼은 밝혔습니다.
문제는 차량 개조는 일반인에게 어려울뿐더러,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든단 것. 이에 버튼은 더 쉽게 장착할 수 있는 모양과 구조를 가진 REVR 키트를 설계했습니다. REVR 키트에는 모터와 함께 모터 제어기·배터리팩·유압제동부스터·스티어링 부스터 등이 포함됩니다.
해당 키트는 전문지식 없이도 몇 분안에 설치가 가능합니다. 단돈 5,000달러(약 650만원)로 하루만에 내연차를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개조가 가능합니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OEM(주문자 생산부품) 부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버튼은 밝혔습니다.
현재는 프로토타입(시제품) 버전2를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버튼은 모든 내연차에 적용할 수 있으면서 최소한의 전문지식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기차 개조 키트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TOP20|IoT 기반 실시간 산불 감시 시스템 ‘포레스트가드 2.0’ 🔥
기후적응 관련 기술도 상위 20위 목록에 포함됐습니다.
튀르키예(터키)의 산불 모니터링 스타트업인 포레스트가드(ForestGuard)가 만든 동명의 산불 감지 시스템, ‘포레스트가드 2.0’입니다.
포레스트가드는 이스탄불 빌기대학교 출신의 졸업생들이 모여 설립한 곳입니다.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수아트 바투한 에시르거는 2021년 튀르키예 산불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로 주민 대피와 구조를 도왔던 경험에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튀르키예 산불 이후 이들은 산불 퇴치를 위해 초기 단계에서의 화재 감지 기술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산불 감지에 사용되는 드론, 인공위성, 열화상 방식의 한계를 발견합니다. 해당 방식은 주로 나무 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단 것.
에시르거 CTO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마트워치’ 개념을 접목했습니다.
개별 나무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센서를 설치해 숲과 나무 하단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시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긴급 상황이 확인되면 15분 이내에 소방당국에 통보합니다.
센서는 위성을 통해 데이터를 전달하며, 태양광 패널로 작동됩니다. 또 최대한 마지막까지 산불 관련 데이터를 전달하도록 최대 1,500℃의 고열도 견디는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포레스트가드는 해당 시스템이 5년간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연간 1달러(약 1,300원)로 500그루의 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측은 2023년 현재 소규모 생산을 시작해 튀르키예 내 200여개 감지기를 판매했습니다. 또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으로 제품 판매를 확장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포함 국내전 우승·입상작 중 ‘지속가능성’ 다수 차지해 🏆
한편, 30개국에서 진행된 다이슨 어워드 국내전 우승작 및 입상작에서도 지속가능성 관련 출품작 다수가 수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국내전 우승작 및 입상작 87개 중에서 25개 작품이 순환경제·기후테크·생물다양성 부문과 관련됐습니다.
한국 부문 국내전 우승작과 입상작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 국내전 우승작인 전기차 배터리 소방 장비 ‘시소(Seesaw)’는 지렛대의 원리를 사용해 배터리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는 장치입니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 진화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이름 그대로 놀이터의 시소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배터리 하부를 빠르게 관통해 구멍을 내고, 물을 주입합니다. 단 30초만에 물을 주입할 수 있어 내부화재 및 열폭주를 진압할 수 있습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신용환 학생이 제작했습니다.
국내전 입상작으로는 플라스틱을 제거한 종이빨대 일체형 종이팩인 ‘에코(E-co)’가 선정됐습니다. 단일소재를 사용해 재활용 효율성도 높였습니다. 에코를 설계한 고려대학교 신소재학과 신주훈 학생은 효율적인 운송을 위해 종이빨대를 탑재하면서도 직육면체 형태를 유지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30개국 국내전 입상작 중에서는 독특한 순환디자인 작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돼지방광으로 만든 일회용 반려견 밥그릇이 국내전 입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름도 ‘이동용 개밥그릇(DOG BOWLS TO GO)’입니다. 축산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 동시에 사용 후 강아지가 먹을 수 있어 폐기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호주에서도 ‘투기적 순환경제 혁신’이란 독특한 이름의 출품작이 입상작으로 뽑혔습니다. 코코넛 폐기물을 순환해 만든 3D 프린팅용 필라멘트와 그 제품인데요. 작품을 만든 다웨이 카오 디자이너는 코코넛 음식 노점을 운영하다가 해당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A SPECULATIVE CIRCULAR ECONOMY INNOVATION
한국팀 국제전 우승, 재난·전쟁으로 다사다난한 2023년 반영돼 😢
한편, 올해 다이슨 어워드에서는 한국팀이 국제전 우승작에 선정돼 더욱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홍익대 디자인엔지니어링 융합 전공 재학생팀이 선보인 재난 현장을 위한 응급용 무동력 수액 주입 장치 ‘골든캡슐’입니다.
혹독한 재난 환경에서 의료진이 수액팩을 손에 들 필요를 없애 자유로운 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5만여명이 사망한 재난을 목격한 것이 제작 배경입니다.
주최 측은 올해 지원자들이 지원자들이 전쟁 및 재해 지역의 의료서비스부터 기후 및 환경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출품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이슨 창업자이자 수석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은 “이번에 우승을 거머진 학생들은 일상 속 문제들을 간과하지 않고 주목하며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해 솔루션을 개발했다”며 “이번 수상이 성공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