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화재가 겹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는 가운데 정부가 배터리 인증제 조기 시행을 골자로 한 전기차 화재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45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했다고 지난 6일 밝혔습니다.
앞서 올해 8월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등으로 불거진 전기차·충전시설 화재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실제로 국내 전기차 화재사고는 점진적으로 느는 추세입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경기 화성정)이 공개한 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2018~2023년) 총 115건의 전기차 화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18년 3건에서 2023년 47건으로 늘어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크게 ①전기차 안전성 확보 ②지하주차장 등 안전관리 강화 ③화재 대응능력 강화 및 중장기적 대응방안 마련 등 분야별 세부 대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대책이 사전 예방부터 신속 대응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강조했습니다.
1️⃣ 정부 배터리 인증제·BMS 강조
정부는 전기차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4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정부 관리체계 강화 ▲사업자 책임 강화 ▲배터리 안전성 확보 ▲충전시설 안전성 확충입니다.
① 정부 관리체계 강화|배터리 인증제 및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
먼저 정부 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시행이 올해 10월 시범 시행됩니다. 당초 내년 2월 시행될 계획이었습니다.
‘대국민 배터리 정보 공개’도 의무화됩니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는 앞으로 배터리 주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현행 배터리 용량과 정격전압, 최고 출력 공개에 더해 앞으로는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 정보도 공개해야 합니다.
전기차 정기검사에서 배터리 검사항목도 대폭 늘어납니다.
현행 고전압 절연에 더해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까지 포함됩니다. 배터리 이력관리제도 2025년 2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② 사업자 책임 강화|제작사 및 충전 사업자 책임보험 가입 확대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 사업자의 책임보험 가입도 확대됩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도 추진합니다.
③ 배터리 안전성 확보|전기차 배터리 상태 실시간 감지 및 경고 시스템 구축
또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이 강조됐습니다. BMS는 실시간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감지해 경고하는 기능입니다. 배터리 안전성 확보를 목표로 합니다.
정부는 구형 전기차 BMS 무료 설치와 BMS 연결·알린 서비스 무상제공 기간 연장을 추진합니다.
BMS 위험도 표준을 마련하고 소방당국 알람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보 제공에 동의한 차량의 배터리가 위험단계에 접어들 경우 소방당국에 자동으로 알리는 사업입니다.
④ 충전시설 안전성 확충|2025년 7만여개 목표
충전시설 안전성 확충을 위해서는 스마트제어 충전기 보급을 확대합니다.
2024년 2만기에서 2025년 7만 1,000기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스마트제어 충전기가 BMS와 연계해 충전량을 제어하여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 스프링클러 의무화·전기차 주차장 확대 1년 유예
정부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에 대응해 지하주차장 소방시설 개선 및 점검도 약속했습니다.
특히, 신속한 스프링클러 작동의 역할이 강조됐습니다.
동파 우려 건물을 제외한 신축 건물 지하주차장에는 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합니다. 신축 건물에 대한 화재감지기 설치 기준은 현행 열감지기에서 조기감지형 연기감지기로 강화합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기축 건물에 대해서는 평시 점검을 강화하고 시설의 성능개선을 유도합니다.
내년 2월로 예정됐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 이행시기는 1년간 유예됩니다. 기축 건물의 주차구역·전기차 충전시설 면적을 전체 주차 면적의 2%로 확대해야 한다는 규제입니다.
정부는 전기차 화재 우려 여론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지하주차장 내부 벽·천장·기둥 등에 방화성능 소재 사용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됩니다.
3️⃣ 소방장비 확충에 교육·매뉴얼 정비
한편, 화재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소방장비 확충도 약속됐습니다. 2025년까지 전국 240개 모든 소방관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확대 보급합니다.
또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소방차도 연내 개발해 내년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동주택 등의 전기차 충전시설 정보가 소방관서에 의무 제공되도록 관련 규정 개선에도 나섭니다.
전기차 화재 신고·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고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라인도 수정·보완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장기적 전기차 화재 예방·대응방안으로 기술개발을 강조했습니다. ▲분리막 안전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배터리팩 소화 기술 ▲전고체배터리 기술 등이 언급됐습니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 불안정성을 전기차 화재의 근본적 원인으로 파악하고 더 안정적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집중한다는 방침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배터리’라는 정부…정작 배터리사 관리 빠져” 🚨
그러나 브리핑 현장에서는 기존 건물에 대한 배터리 화재 대응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방 실장은 “기존 건축물에 정부 지원이 추가로 들어가기는 사실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이번 대책의 첫 번째 초점이 “배터리에서 발화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배터리 관리를 강화해 배터리에서부터 화재 발생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미 발생한 화재에는 습식 스프링클러와 소방청 역량 강화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방 실장은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부의 배터리 관리체계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제작사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의 경우 자동차 제작사만 해당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이번 대책안에 따르면, 배터리사는 책임보험 가입 대상이 아닙니다.
배터리 인증제에서 배터리셀 단위 인증이 부재하단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인 배터리셀 불량은 현행 배터리팩 단위의 인증제에서 잡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제조사는 배터리사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자체 배터리팩을 제작해 사용합니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배터리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자동차 제작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제작사와 배터리 간 (책임) 비용을 분담할 수는 있겠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분담)하게 될지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