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채굴로 반지 만든 英 주얼리 브랜드…“지속가능성에 토양회복까지”

英 바이오마이닝 스타트업 ‘피오나’와 협업

땅을 파는 대신 식물로 금속을 채굴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영국의 주얼리 브랜드가 식물로 수확한 금속으로 만든 최초의 반지를 공개했습니다.

영국 소재 연구가이자 디자이너인 캐롤라인 힐리가 추진하는 연구 프로젝트 ‘미래의 금속들’에서 공개한 반지입니다.

반지에는 식물이 뿌리를 통해 흡수·축적한 금속이 사용됐습니다.

이른바 ‘바이오마이닝(Biomining)’ 기술이 사용된 것입니다. 곰팡이·미생물·식물 등 생물학적 방법을 활용해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 식물채굴 반지에는 영국의 반즐리 메인 탄광 지역에서 채취한 식물이 사용됐다. ©Phyona

英 역사적 탄광 지대, 바이오마이닝 반지로 재탄생 💍

반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동그란 구 형태의 물체입니다.

여러 형태의 모래가 뒤섞인 모습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보석과는 일견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요.

특별한 점은 이 혼합물이 바로 식물로 채굴한 금속이란 것입니다. 은·티타늄·납·니켈·구리·아연 등의 금속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금속들은 영국 중부의 반즐리 메인 탄광에서 채굴됐습니다. 이 지역은 영국의 주요 석탄 광산 지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반즐리 메인 탄광은 대규모 폭발과 사건·사고가 일어난 곳입니다. 탄광은 1991년 폐쇄됐습니다.

반지에 사용된 금속은 오염된 땅에서 자란 여우장갑풀·엉겅퀴 등에서 채취됐습니다. 모두 토종식물입니다.

이들 식물은 땅속의 중금속에 강할뿐만 아니라, 이를 흡수해 축적하는 역할을 합니다.

 

▲ 피오나는 영국 브루넬대학에서 분사한 바이오마이닝 스타트업이다. ©Phyona

지속가능 귀금속 연구 끝에 발견한 식물채굴 기술 ⛏️

힐리 디자이너는 수년 전 지속가능한 철강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바이오마이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후 2019년에는 본격적인 바이오마이닝 연구를 위해 ‘에이치투이알지(H2ERǴ)’를 설립했습니다.

‘식물채굴(Phytomining)’은 바이오마이닝의 한 분야입니다. 그리스어로 식물을 뜻하는 파이토(Phyto)와 채굴의 합성어입니다. 뿌리로 금속을 흡수해 과축적하는 일부 식물종에 초점을 맞춥니다. ‘농업채굴(Agromining)’이라고도 부릅니다.

그간 식물채굴은 채굴 속도가 느려 실행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힐리 디자이너는 말합니다.

지속가능성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바이오마이닝 채굴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의 아이디어는 영국 바이오마이닝 스타트업 피오나와의 만남으로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피오나는 영국 브루넬대학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으로, 바이오마이닝 기술을 보유한 곳입니다. 메인 탄광에서 금속 채굴을 실험 중에 있었습니다.

힐리 디자이너는 피오나와의 협력 덕분에 식물채굴 금속으로 반지를 만드는 작업에 성공했습니다.

 

👉 지속가능한 금속 위한 식물채굴? 단백질에선 분자농업 연구 중

 

▲ 캐롤라인 힐리 디자이너는 바이오마이닝 금속을 혼합물 형태로 활용함으로써 더 지속가능한 금속 정제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H2ERǴ

토양복원 돕는 식물채굴…“더 지속가능 연구 중” 🔬

식물채굴의 가장 큰 장점은 땅을 파지 않고도 금속을 채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식물이 토양의 중금속을 흡수함에 따라 토양오염도 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오나가 반즐리 메인 탄광을 채굴 장소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탄광으로 파헤쳐진 땅을 토종 식물로 피복하면 토양이 회복되는 효과도 낼 수 있습니다.

힐리 디자이너는 이 프로젝트가 식물을 사용해 영국 전역의 오염지역을 복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리튬 광산 등 특정 금속으로 오염된 지역에서는 해당 금속을 표적으로 추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편, 피오나는 식물채굴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추출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채굴은 식물을 태운 재에 화학적 처리를 가해 금속을 추출합니다. 피오나는 더 생태적인 저탄소 처리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반지에 식물채굴 금속이 분리되지 않은 혼합물 형태로 사용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힐리 디자이너는 해당 형태가 금속 정제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캐롤라인 힐리 디자이너는 안토니 반 더 엔트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의 연구를 통해 바이오마이닝의 가능성을 알게됐다. 오른쪽 공예품에는 니켈을 함유한 녹색 식물 수액이 사용됐다. ©H2ERǴ

보르네오 정글에서 영국 광산으로, 다음 식물은? 🌴

힐리 디자이너는 미래의 금속 프로젝트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말합니다.

더 다양한 바이오마이닝을 탐구하는 것이 그의 목표입니다.

사실 피오나와 협력해 만든 반지도 힐리 디자이너의 첫 바이오마이닝 작품은 아닙니다. 앞서 그는 호주 퀸즐랜드대의 연구를 통해 바이오마이닝의 가능성을 알게 됐습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서 니켈을 과축적하는 식물을 발견한 안토니 반 더 엔트 교수의 연구였습니다.

엔트 교수가 발견한 식물은 상처를 입으면 녹색의 수액을 뿜습니다. 수액 속 니켈 함유량은 최소 3%에서 최대 25%에 달했습니다. 니켈은 배터리의 필수 핵심광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당시 힐리 디자이너는 녹색 수액을 사용한 금속 공예품을 선보였습니다. 수액을 액체 그대로 구형 틀에 담아 조형물을 만든 정도였습니다.

현재 그는 다양한 박테리아와 곰팡이로도 관심사를 넓히고 있습니다. 폐회로 기판에서 금을 먹어 축적하는 박테리아와 몸속에 금 입자를 모으는 곰팡이를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그는 “보석 장인으로서 재생가능한 방식으로 생물학을 사용해 귀금속을 조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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