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시장 4세대 주자로 불리는 분자농업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영국 분자농업 스타트업 물렉사이언스(이하 물렉)는 돼지고기 단백질이 포함된 콩 ‘피기 수이’가 미국 농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고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식물로 재배한 동물성 단백질이 미 농무부로부터 승인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영리단체 굿푸드인스티튜트(GFI)에 의하면, 분자농업은 대체단백질 시장에서 식물성 대체육·발효육·배양육에 이은 4번째 주자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물렉은 작년 1월 분자농업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장외주식시장 나스닥(NASDAQ) 상장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개스톤 팔라디니는 “우리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식량안보 문제 극복을 위해 식물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승인은 이러한 혁신 정신에 대한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분자농업 스타트업? 식물로 돼지 단백질 생산” 🐷
물렉은 2020년 설립된 영국 생명공학 스타트업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생명공학 대기업 바이오세레스에서 분사해 설립됐습니다.
유전공학 기법을 사용해 식물에서 고부가가치 단백질, 효소 등을 대량 생산하는 ‘분자농업’ 기술을 특징으로 합니다. 식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단백질 등 필요한 성분을 만드는 공장으로 활용한다는 것.
쉽게 설명하면, 정밀발효나 배양육에 사용되는 바이오 반응기를 식물로 대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1990년대 개발됐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의약품 산업에 사용돼왔습니다. 최근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식품 산업계에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식물성 대체육이나 배양육보다 비용과 에너지는 덜 투입하면서도 고기와 비슷한 맛과 질감, 영양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물렉은 지난해 6월 분자농업 기술을 사용해 돼지 유전자와 대두 유전자를 결합한 콩, ‘피기 수이’를 선보이며 주목받았습니다.
전체 수용성 단백질 속 돼지의 미오글로빈과 같은 철 함유 분자 비중이 최대 26.6%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무부가 검토 및 승인한 작물도 바로 이 피기 수이입니다.
美 농무부 “물렉 돼지고기 콩 GMO 규제 적용 예외”…시장 진출 가속화 💨
이번 결정은 미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에 따른 것입니다.
동식물검역소는 동식물 방제, 외국 농작물 해충·질병 유입 방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동시에 유전자 강화 식물이나 생명공학 기반 제품의 안정성을 점검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동식물검역소의 판단에 따라 유전자 변형 제품으로서 규제 여부가 달라집니다.
사측은 “동식물검역소가 물렉의 유전자 조작 대두가 비조작 대두 대비 식물 해충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 변형 제품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물렉의 피기 수이 콩이 일반 콩과 같은 방식으로 재배되고 운송·수입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마틴 살리나스는 이번 발표에 대해 “업계가 분자농업 기술을 빠르게 채택할 수 있는 길을 닦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승인에 따라 물렉은 시장 진출 전략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렉은 이번 소식이 기업 대 기업(B2B) 시장 진출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작물 재배에서 대체육 등 완제품 생산 전반을 통제하는 대신, 성분 가공 기업에 판매한다는 전략입니다.
작년 10월 물렉은 모기업인 바이오세레스와 1만 5,000톤 규모의 대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물렉은 자체 상업화도 가능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연간 1만 톤 규모의 대두 분쇄 처리가 가능한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돼지 단백질 콩’ 최종 관문 FDA 승인 남아…통과 가능성은? 🫘
다만, 본격적인 상업 출시까지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란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동식물검역소의 승인은 해충 위험에 대한 평가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물렉은 FDA와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팔라디니 CEO는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답변은 피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물렉이 동식물검역소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피기수이에 앞서 물렉은 2023년 10월 동식물검역소로부터 ‘홍화’란 작물을 승인받았습니다.
이 작물 역시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됐습니다. 감마리놀레산(GLA) 오일, 즉 홍화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감마리놀렌산은 오메가6 지방산의 일종입니다. 해당 작물은 2025년 시장에 출시될 계획입니다.
FDA가 GLA 홍화유(GLASO)에 대해 식품안전검토를 승인한 상태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2017년 미국 생명공학 기업 아카디아생명과학의 신청으로 이뤄졌습니다.
FDA 승인에 있어서 피기 소이는 홍화유보다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FDA가 작년 4월 분자농업 기술을 통한 대체단백질 생산에 대해 경고를 표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FDA는 “신종 식물 품종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며 “개발 초기에 위험을 관리할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식물이 기존 품종에 혼입되지 않도록 재배자부터 운송, 가공 등 전 공급망에 걸쳐 “철저한 보관과 위생 등 특별 예방조치를 따라야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