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AI 워싱’ 사례 적발 잇따라…게리 겐슬러 SEC 의장 “AI 워싱 주의 필요”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AI 워싱 예방법 제시

인공지능(AI) 산업으로의 투자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속에서 ‘AI 워싱(AI Washing)’을 조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이는 기업이나 제품이 실제로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AI 열풍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입니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행태와 유사합니다.

최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AI 워싱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23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AI 워싱이 확산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기업이 AI 사용을 강조함으로써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혁신적이고 기술 선도적인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AI에 대한 정의가 광범위할뿐더러, 느슨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AI 워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AI 열풍 속 ‘AI 워싱’ 역시 늘어 📈

AI 열풍과 함께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 역시 전 세계적으로 늘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1~6월) AI 업계 투자액 규모는 2,700억 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447% 늘어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AI 역량을 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AI를 언급하지 않으면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는 AI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영국 벤처캐피털(VC) MMC벤처스가 수행한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투자 유치 시 AI를 언급한 스타트업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적게는 15% 많게는 50% 더 많은 자금조달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관이 유럽 AI 스타트업을 살펴본 결과, 이중 40%는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에 AI 열풍이 불자 이 간극이 더 극심해졌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입니다.

연구소는 “AI 역량을 주장하는 기업과 실질적인 AI 기업 사이에는 상당한 (기술) 간극이 존재한다”고 짚었습니다.

 

▲ ‘저스트 워크 아웃’은 아마존이 AI와 ML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무인쇼핑 시스템이다. 그런데 해당 시스템이 실제로는 AI가 아닌 인력으로 인해 검수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AWS

2024년 AI 워싱 적발 잇따라…“과징금·기소사례도” 👀

그린워싱과 마찬가지로 AI 워싱의 유형 역시 다양합니다. 그래도 자사 제품·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AI 기여도가 불분명함에도 광고나 홍보에 AI 기술 사용을 강조한 것은 공통됩니다.

AI 워싱으로 문제가 된 사례는 이미 여럿 있습니다.

글로벌 유통 기업 아마존이 대표적입니다. 사측은 무인쇼핑·결제기술인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을 무인매장에 도입했습니다.

단어 그대로 매장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고른 후 그대로 들고나오면 자동으로 계산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입니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100대 이상의 카메라를 고객이 집는 물건과 무게를 감지하고, 이를 AI와 머신러닝(ML)이 판단하는 방식이라고 아마존은 설명했습니다.

계산대 앞에 줄 설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AI가 아니라 인도 등에서 1,000여명의 외주 인력이 매장 영상을 검수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무인 매장 결제 시스템의 약 70%가 사실상 수동이었던 겁니다.

아마존 측은 직원들이 시스템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올해 4월 해당 무인계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 현재는 폐업한 준코는 AI를 활용해 기업에게 적합한 지원자를 추천하는 플랫폼을 운영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기술이 없었을뿐더러, 고객 수를 대거 부풀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Joonko

AI 기술로 자금을 조달했으나 허위로 판별난 곳도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준코입니다. 사측은 AI 기술을 기반해 기업에 적합한 지원자를 추천하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2,100만 달러(약 2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준코가 말한 AI 기반 채용 플랫폼은 과장으로 부풀려져 있었습니다. 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는 회사 대표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구르비르 그루월 SEC 집행부서장은 “(AI 같은) 전문용어가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다”며 “향후 유사한 사기가 더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밖에도 투자자문사에게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도 있습니다. 투자자문사 델피아와 글로벌프레딕션스는 올해 3월 SEC로부터 AI 워싱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각각 캐나다와 미국에 본사를 둔 업체입니다.

델피아는 AI와 ML을 기반으로 현명한 투자를 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해당 기술이 없었습니다. 글로벌프레딕션스는 “최초로 규제된 AI 재무 자문사”라고 자사를 홍보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술이 없었습니다.

이에 SEC는 각각 22만 5,000달러(약 3억원)와 17만 5,000달러(약 2억 3,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SEC 의장 “AI 워싱 주의령…투자자 보호 필요” 💰

연구소는 AI 워싱이 크게 3가지 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①과도한 기대감 유발 ②소비자 신뢰 저하 ③투자 자원 배분 저해 순입니다.

특히, 투자 자원 저해 문제가 심각합니다.

올해 들어 이같은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되자 게리 겐슬러 SEC 의장도 성명을 내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겐슬러 의장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화제다”라며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거짓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SEC는 수차례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I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용한다고 말해 대중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AI 워싱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SEC 또한 AI 워싱으로부터 투자자와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투자자·소비자 괴롭히는 AI 워싱, 피하려면? 🤔

한편, 연구소는 이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제언했습니다.

먼저 AI 규제가 강화돼야 한단 점을 짚었습니다.

정부가 AI 워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기업이 AI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허위주장을 남발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SEC와 법무부를 중심으로 AI 워싱 기업들에게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는 경고 메시지가 전달됐습니다. SEC는 지난해 말부터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금융사의 AI 사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영국 역시 광고표준위원회가 별도 규칙과 법률 제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소는 기업들 역시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업 내 각 부서가 AI 기술 사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공유돼야 할뿐더러, AI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기관은 밝혔습니다.

또 정부와 기업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AI 워싱에 현혹되지 않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소는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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