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에도 종류가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그린워싱 유형 6가지

그린라이팅·그린라벨링, 그린워싱 대표 유형 꼽혀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국 정부들은 앞다퉈 기업들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부 또한 기업들의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과태료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31일 환경부가 발표한 ‘자원순환 및 기후·탄소 분야 2023년 주요 업무추진 계획’에 담긴 내용입니다.

문제는 친환경에 대한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단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그린워싱의 기준도 뚜렷하지 않단 것인데요.

이에 최근 증가하고 더 정교해지는 그린워싱을 6가지 유형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비영리 금융 싱크탱크 플래닛트래커(Planet tracker)가 공개한 ‘그린워싱 히드라’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그린워싱 행태를 크게 6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이는 ▲그린라이팅 ▲그린라벨링 ▲그린크라우딩 ▲그린린싱 ▲그린허싱 ▲그린시프팅 입니다. 각각의 유형을 사례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던 2021년 11월, 글래스고 홍콩상하이(HSBC) 은행 벽면에 적힌 광고 문구. 지난해 10월 HSBC는 같은 문구가 적힌 버스정류장 광고에 대해 영국의 광고표준위원회(ASA)로부터 ‘그린워싱’ 판정을 받았다. ©ADFREE CITIES

그린워싱 가장 대표적인 유형? 그린라이팅·그린라벨링! 🟢

그린워싱의 가장 익숙한 유형은 그린라이팅과 그린라벨링입니다. 이 두 유형은 친환경성을 과대·과장 홍보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다른 점을 알 수 있는데요.

 

1️⃣ 그린라이팅💡

그린라이팅(Greenlighting)은 기업이 자사의 제품·운영에서 일부 친환경적인 기능을 강조해 다른 부분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가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보고서는 해당 사례로 2021년 영국 홍콩상하이(HSBC) 은행의 버스정류장 광고를 언급했습니다. 고객의 탄소중립 전환 지원 계획과 200만 그루의 나무 심기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HSBC가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광고로 인해 HSBC가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위원회는 지적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10월, HSBC의 버스정류장 광고는 그린워싱이란 판정과 해당 광고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작년 12월 환경부가 GS칼텍스의 ‘국내 에너지 기업 최초 탄소중립 원유 도입’ 홍보와 관련해 행정지도를 한 것입니다. 환경부는 “극히 일부인 탄소중립 원유 도입이 기업 이미지 개선에 활용돼선 안 된다”며 행정지도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2️⃣ 그린라벨링🏷️

그린라벨링(Greenlabeling)이란 마케팅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친환경’, ‘탄소상쇄’, ‘에코’ 등의 용어가 실제로는 근거가 없거나 사실과 다르거나 부분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례는 ‘친환경 비건가죽’으로 둔갑한 인조가죽(Artificial Leather)입니다. 최근 동물보호와 기후대응 등의 이유로 모피 대신 비건가죽이 각광받습니다.

문제는 에코레더·비건레더로 판매되는 의류 상당수가 석유 기반의 합성소재란 점입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친환경 기준(label)과 이니셔티브를 개발·도입하면서, 소비자가 친환경성을 판단하기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그린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을 추진 중입니다. 미국 내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또한 지난해 12월, 1992년 제정된 그린가이드(Green Guides)의 개정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플래닛트래커는 플라스틱폐기물종식연합(AEPW)의 회원사 중 68%가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조약을 반대하는 미국화학위원회(ACC)에 소속돼 있단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를 ‘그린크라우딩’의 사례로 소개했다. ©Planet tracker

최근 증가하는 사례? 그린크라우딩·그린린싱·그린허싱·그린시프팅! ⬆️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등장한 그린워싱 유형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친환경 목표의 이행 및 점검과 관련돼 있단 것입니다.

탄소중립, RE100 전환 등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 선언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지만, 선언 후 실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증가한 점과 관련돼 있습니다.

 

3️⃣ 그린크라우딩 👥

그린크라우딩(Greencrowding)은 개별 기업이 이니셔티브·연합 등 친환경 그룹에 숨어서 지속가능한 정책을 느리게 실천하는 것을 정당화한단 것입니다.

플래닛트래커는 플라스틱폐기물종식연합(AEPW·Alliance to End Plastic Waste)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AEPW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해결하기 위해 50개 주요 대기업이 설립한 연합입니다.

회원사로는 미국 음료 기업 펩시코, 미국 정유기업 엑손모빌(ExxonMobil), 석유기업 쉘(Shell), 미국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 등이 있습니다.

연합의 취지와 달리, 회원사 대부분이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조약을 반대하는 미국 화학위원회(ACC)에 소속돼 있습니다. 플래닛트래커가 AEPW의 65개 회원사를 분석한 결과, 5개년 재활용 목표 중 초반 3년 동안 0.04%를 달성하는데 그쳤습니다.

 

▲ 플래닛트래커는 코카콜라와 펩시코를 그린린싱의 사례로 소개했다. 코카콜라는 2009년, 펩시코는 2010년에 페트병 재활용 목표를 선언한 이후 각각 3번과 2번 재활용 목표를 변경했다. ©Planet tracker 제공, greenium 번역

4️⃣ 그린린싱 🧴

그린린싱(Greenrinsing)은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를 발표한 뒤, 달성하기 전에 목표를 정기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코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코는 각각 2009년과 2010년에 페트병(PET) 재활용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후 목표 기간이 도래하기 전, 두 기업은 각각 3차례와 2차례에 걸쳐 목표를 변경했습니다. 이전에 비해 재활용 목표를 강화했지만, 목표 날짜를 늦췄는데요.

기업들이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심찬 목표를 설정할 경우 그린린싱이 일어나기 더 쉽다고 플래닛트래커는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그린린싱은 그린워싱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5️⃣ 그린허싱 🔍

그린허싱(Greenhushing)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에 ‘침묵, 조용히 시키다’란 뜻의 허싱(Hushing)이 더해진 말입니다.

기업이 투자자의 감시, 당국의 조사 등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친환경·ESG·지속가능성에 대한 목표·성과를 과소보고하거나 숨기는 것을 뜻합니다. 친환경 성과를 과장하는 다른 그린워싱 유형들과는 차이점을 보이는데요.

HSBC,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지속가능한 펀드’ 상품의 카테고리를 하향 조정하는 현상이 그린허싱의 사례로 꼽힙니다. 지속가능한 투자가 목표인 펀드인 제9조 펀드(Article 9)에서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나 목표는 아닌 펀드인 제8조 펀드(Article 8)로 변경한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그린워싱에 대한 소비자의 과도한 비난 때문에 기업들이 그린허싱을 선택하게 됐단 분석도 나옵니다.

 

▲ 2006년 BP의 홈페이지에선 소비자의 ‘탄소 다이어트’를 강조하고 있는 홍보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의 탄소발자국 절감을 강조한 BP의 마케팅은 대표적인 그린시프팅 사례로 꼽힌다. ©BP 홈페이지 캡처

6️⃣ 그린시프팅 👣

마지막으로 그린시프팅(Greenshifting)은 기업이 기후변화, 환경파괴의 책임을 소비자의 잘못으로 전가하려는 전략을 일컫습니다. 주로 화석연료 기업들의 마케팅이 그린시프팅으로 지적받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4년 영국 석유기업 BP가 공개한 ‘탄소발자국 계산기’ 사이트입니다. 여행, 출퇴근, 식습관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었는데요. 이 마케팅은 개인의 탄소배출량에 주목을 끌어 소비자의 책임을 부각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례가 드러났습니다. 2021년 5월 미 하버드대는 미국 정유기업 엑손모빌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 ‘수요’, ‘에너지효율성’ 등 소비자의 책임과 관련된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단 점이 발견됐습니다.

다만, 그린시프팅은 비교적 드러나기 쉬운 유형이기 때문에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앞으로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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