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스타트업 타입원에너지, 에너지 업계 최대 규모 ‘8240만 달러’ 시드 투자 마감

첫 프로토타입 핵융합로 ‘인피티티 원’ 2025년 착공

미국 핵융합 개발 스타트업 타입원에너지가 총 8,240만 달러(약 1,13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사측은 2차 시드 투자를 통해 5,350만 달러(약 74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앞서 사측은 지난해 3월 2,900만 달러(약 400억원) 규모의 1차 시드 투자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후속 자금조달까지 포함해 시드 투자로만 총 1,130억 원을 모은 것입니다.

8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뉴질랜드 벤처캐피털(VC) GD1·홍콩 자산운용사 센타우루스캐피털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등 기존 투자자도 추가 출자에 참여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모리 타입원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역사상 가장 큰 시드 투자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타입원에너지는 2019년 설립된 기업입니다. 지속가능하고 저렴한 핵융합 전력을 공급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사측은 2030년대 중반 핵융합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자금조달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입니다.

 

타입원에너지 채택한 ‘스텔러레이터’란? 💫

핵융합 발전은 가벼운 원자핵이 충돌·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빛과 열을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와 같아 ‘인공태양’ 기술로도 불립니다.

방사성폐기물 발생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입니다. 그만큼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아직 없습니다.

핵융합 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1억℃ 이상의 플라스마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과제입니다.

현재 주로 도넛형 코일로 강력한 자기장을 생성하는 ‘토카막(Tokamak)’ 방식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타입원에너지는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비틀린 토카막’이라고도 불립니다. 스텔러레이터는 1958년 등장한 방식입니다. 1960년대까지는 촉망받는 기술이었었으나, 1968년 토카막의 등장으로 다소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그럼에도 타입원에너지가 스텔러레이터 기술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토카막보다 설계는 어려우나 일단 설계에 성공하면 플라스마 유지에는 더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스텔러레이터 특유의 꼬인 구조 덕분입니다. 나선형 코일이 비틀린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의 회전 경로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토카막과 달리 장치에 전류를 흘려 인공적으로 플라스마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1998년 건설된 일본의 ‘스텔러레이터 LHD’는 최대 1시간까지 플라스마를 유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토카막의 최대 유지 시간이 100초 남짓인 것과 비교됩니다.

 

▲ ‘토카막’과 ‘스텔러레이터’는 대표적입 핵융합 방식이다. 오른쪽 사진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가 타입원에너지의 스텔러레이터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 ©Type One Energy, Linkedin

컴퓨팅·첨단제조로 스텔러레이터 부활 도전 💪

그럼에도 지금까지 스텔러레이터 연구는 더뎠습니다.

무엇보다 복잡한 구조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설계부터 어려울뿐더러, 건설도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타입원에너지는 고성능 컴퓨팅과 첨단제조를 통해 이같은 난관을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우선 컴퓨터 모델링과 고성능 컴퓨팅으로 대형 스텔러레이터 설계에 도전합니다. 2015년 완공된 독일 스텔러레이터 ‘웬델슈타인 7-X’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를 4배 이상 키워 실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것이 타입원에너지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미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초당 20경 회의 컴퓨팅을 수행하는 슈퍼컴퓨터 ‘서밋’을 보유한 곳입니다.

또 디지털 설계 최적화를 통해 더 적은 부품과 비용으로 스텔러레이터를 빠르게, 대량으로 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3D 프린팅 기술 등이 사용됩니다.

핵융합 반응기에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개발한 ‘고온 초전도(HTS)’ 자석을 사용해 성능을 높였습니다. HTS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를 가두는 작업에 사용됩니다.

 

▲ 미국 테네시주 클린턴에 위치한 불런 석탄화력발전소. 타입원에너지는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와 협력해 해당 부지에 프로토타입 핵융합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

프로토타입 핵융합로 인피니티 원 “2025년 착공” 🏭

현재 타입원에너지는 핵융합로 프로토타입(시제품) 건설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시제품은 현재 미 남부 테네시주 클린턴의 불런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일명 ‘인피니티 원(Infinity One)’입니다. 건설에는 총 2억 2,350만 달러(약 3,000억원)가 투입됩니다.

이를 위해 타입원에너지는 해당 부지를 관리하는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 그리고 ORNL과 3자 협정을 맺었습니다.

테네시주는 당국이 조성한 핵에너지기금의 첫 수혜자로 타입원에너지를 선정했습니다. 5,000만 달러(약 690억원) 규모의 자금이 지원됩니다.

시제품을 통해 HTS 자석의 효능을 입증하고, 스텔러레이터 구조의 플라스마 손실 감소 효과를 확인한다는 것이 사측의 구상입니다. 설계 혁신을 통한 비용·시간효율 개선 역시 검증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모리 CEO는 “인피니티 원이 완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스텔러레이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인피니티 원은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합니다. 핵융합로 설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입니다. 타입원에너지는 2028년까지 준공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는 스텔러레이터 핵융합로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 시설은 핵융합 에너지를 생성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스텔러레이터의 구조와 플라스마 생성·유지 역량을 실험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사측은 인피니티 원으로 역량 검증을 마친 뒤, 본격적인 파일럿(시범) 시설 건설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10년 내 파일럿 시설 배치 목표, 공공·민간 자금 절실 💰

모리 CEO는 향후 10년 안에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자사의 첫 스텔러레이터 파일럿 시설을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타입원에너지가 핵융합로 설계를 책임지는 대신 발전소 시공은 다른 기업에게 맡긴다는 구상입니다.

또 파일럿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면 2030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인 핵융합발전소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기에 딱 맞는 시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단, 현재의 자금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모리 CEO는 밝혔습니다.

그는 핵융합 관련 미 정부의 자금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800억원)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중 기초 연구개발(R&D)에 비해 상용화 프로젝트에 할당된 부분은 미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리 CEO는 “이는 20세기의 핵융합 연구 상황에 맞는 규모”라고 꼬집었습니다. 핵융합 기술이 발전한 만큼 이제는 상용화 프로젝트에 더 많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민간투자도 약화되는 추세입니다. 미 핵융합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세계 핵융합 투자는 약 71억 달러(약 9조 7,66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9억 달러(약 1조 2,380억원)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협회는 증가 폭이 2년 연속 하락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 증가액이 2022년 28억 달러(약 3조 8,600억원), 2023년 14억 달러(약 1조 9,300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됩니다.

앤드류 홀랜드 협회장은 ”지난 12개월간의 성장은 긍정적이지만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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