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빙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유엔이 지정한 ‘국제 빙하 보존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약 3%의 빙하 부피가 감소했습니다. 이는 2003년, 2022년, 2023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연간 감소폭입니다.
2024/2025년 겨울은 강설량이 매우 적었고, 10월부터 3월까지의 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이로 인해 눈이 거의 쌓이지 않았으며, 특히 그라우뷘덴 북부와 중부 지역에서는 적설량이 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4월 말 기준, 빙하 위에 쌓인 눈의 양은 2010~2020년 평균 대비 약 13% 줄었습니다.
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 동시 위기… 1,000개 빙하 이미 소멸
올해 6월은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더운 6월이었으며, 8월에는 0도선(기온이 0°C가 되는 고도)이 5,000미터를 초과한 날들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고산지대까지 빙하가 녹기 시작했고, 빙하의 용해는 예년보다 빠른 7월 초부터 본격화됐습니다. GLAMOS 디렉터 마티아스 후스는 “7월의 다소 서늘하고 습한 날씨가 더 심각한 상황을 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빙하 감소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글라루스 칸톤의 클라리덴피른, 베른 칸톤의 플레인 모르트 빙하, 그라우뷘덴 칸톤의 실브레타 빙하 등 스위스내 빙하의 두께가 약 1~2미터 감소했습니다. 알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알레치 빙하는 일부 구간에서 4미터 이상 녹았습니다.
스위스는 2015년 이후 전체 빙하 부피의 25%를 잃었고, 약 1,400개의 빙하 중 1,000개 이상의 소규모 빙하가 이미 사라졌습니다. 마티아스 후스는 “빙하의 후퇴는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명백한 원인”이라며, “최근 2년간의 가속화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스위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알프스 전역의 빙하가 동일한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최대 빙하인 아다멜로는 2년 전과 비교해 전면부가 무너지고, 길이가 수백 미터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60년간 이탈리아 알프스에서는 코모 호수 면적에 해당하는 170km²의 빙하가 사라졌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93개의 빙하가 향후 40~45년 내에 거의 완전히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며, 프랑스 최대 빙하인 메르 드 글라스는 2003년 이후 연평균 30미터씩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2100년까지 부피의 80%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에서는 영구동토층이 50년 내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어, 산사면 붕괴 등 지형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빙하 감소는 알프스의 장엄한 경관뿐 아니라 수력발전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지대 저수지를 채우는 물 줄기가 빙하가 녹는 물보다 강수량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적응 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빙하 감소가 산악 지형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재해 위험을 높인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빙하의 지속적인 감소는 산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암석 붕괴와 빙하 붕괴 같은 사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빙하에서 유래한 암석과 얼음이 붕괴하면서 스위스 블라텐 마을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블라텐 사례는 자연재해 대응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레이더 등 첨단 감시 기술 덕분에 붕괴 전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빙하 카라반, 프로 나투라 등 여러 단체들은 유럽 전역의 빙하 모니터링 체계 강화와 알프스 환경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빙하 보존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 하나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빙하 카라반의 반다 보나르도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다른 모든 것은 완화책일 뿐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