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억 톤 이상 버려지는 식품폐기물은 식량안보와 기후대응을 모두 위협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이는 역으로 식품폐기물의 순환이 식량안보와 기후대응을 동시에 촉진할 해법이 될 수 있단 뜻이기도 합니다.
최근 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등장했습니다.
해산물 껍데기 업사이클링 포장재 ‘시드’입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의 마라 짐머만 대학원생이 개발했습니다.
겉모습과 달리 알약이 아닌 씨앗을 포장하는 것을 주 용도로 합니다.
짐머만 디자이너는 식품폐기물에 담긴 풍부한 영양분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째로 심는 업사이클링 씨앗 포장재 ‘시드’ 🌱
‘시드(SEAD)’라는 이름은 해산물과 씨앗의 합성어입니다. 그 이름처럼 해산물 가공 산업에서 나오는 갑각류 껍데기를 원료로 사용합니다.
갑각류 껍데기에 함유된 천연 폴리머인 키틴을 사용해 단단한 포장재가 탄생했습니다.
특징은 씨앗이 포장된 채로 뜯어서 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키틴은 생분해가 가능할뿐더러, 식물 재배에도 도움을 줍니다.
농사에 키틴을 비료로 이용할 경우 ▲작물 성장 증대 ▲수확량 증대 ▲영양소 침출 방지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키토산 농법’으로 불립니다.
이에 짐머만 디자이너는 초콜릿에서 힌트를 얻어 쪼개지는 포장재를 설계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판이 여러 조각으로 나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남은 부분은 일반적인 씨앗 보관법과 마찬가지로 보관하면 됩니다.
그밖에도 컵과 달걀 모양 등 여러 형태의 포장재도 고안됐습니다. 모두 씨앗과 함께 심고 생분해돼 식물에 영양분으로 흡수된다는 것은 공통됩니다.
목공 디자인에서 갑각류 껍데기로, 이유는? 🤔
짐머만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갑각류 껍데기에 주목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대학원 진학 이전까지 연극 무대를 위한 목수로 일했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지속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나서도 그의 주 관심사는 목재였습니다. 버려진 나무 조각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실험을 계속하면서 그는 더 지속가능한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견과류 껍데기·식물 섬유·조개껍데기 등 다양한 소재를 연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열과 압력을 사용해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지속가능성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 결과, 갑각류 껍데기에서 발견된 키틴이 가장 유망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 짐머만 디자이너의 설명입니다.
성능만이 아닙니다. 갑각류 껍데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폐기물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갑각류 생산량은 1,050만 톤에 달했습니다. 시장 규모는 2,766억 달러(약 376조원)로 추산됩니다.
껍데기 100% 고온·고압으로 제작 가능 🛠️
만드는 방식도 간단합니다.
먼저 갑각류 껍데기에서 키틴을 추출해 얇은 조각 형태로 만듭니다. 이후 맞춤 제작된 틀에 400℃의 열을 가해 누르면 하나의 판이 만들어집니다. 판과 판 사이에 씨앗을 넣고 다시 압착하면 끝입니다. 화학 접착제도 키토산 성분으로 만든 종이로 대체했습니다.
글씨는 레이저 각인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덕분에 별도의 라벨이나 잉크 염색도 필요 없습니다.
키틴 추출 과정 또한 박테리아를 사용한 발표 공정으로 환경 영향을 줄였다고 디자이너는 덧붙였습니다.
‘토종종자’ 결합, 생물다양성까지 고려 🎨
한편, 짐머만 디자이너는 포장재 개발과 함께 씨앗의 유전적 다양성 전파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이는 시드 포장재에 사용되는 씨앗의 특징과 연결됩니다.
시드 포장재는 ‘가보종자(Heirloom Seed)’ 재배를 전제로 개발됐습니다.
유럽에서 토종종자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상업용 개량 씨앗과 달리 교배나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종자를 뜻합니다.
짐머만 디자이너는 상업농업에서는 소수의 씨앗 품종에 집중되면서 기후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더 다양한 작물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맞게 적응한 토종종자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시드 포장재와 가보종자의 만남은 식품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짐머만 디자이너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