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억 8,300만 명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매일 10억 끼 분량의 음식물이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은 ‘음식물쓰레기 지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영국 환경단체 ‘쓰레기와 자원행동 프로그램(WRAP)’과 공동 작성됐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한해 세계에서 10억 5,000만 톤의 식품이 버려졌습니다. 이는 그해 생산된 전체 식품의 약 19%에 해당합니다.
비용으로 따지면 1조 달러(약 1,340조원)에 이릅니다.
앞서 2021년 첫 보고서에서는 2019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식품의 약 17%인 9억 3,100만 톤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다만, 당시 대다수 국가의 데이터가 부족했기에 이번 보고서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고 UNEP은 밝혔습니다.
2022년 음식물쓰레기 60% 가정에서 발생…“배출량, 선진국 < 개도국” 📈
세계 음식물쓰레기의 대다수는 가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22년 버려진 식품 10억 5,000만 톤 중 약 6억 3,100만 톤이 가정에서 나왔습니다. 전체 60%를 차지합니다. 이후 음식점 등 요식업소에서 28%, 소매점에서 12%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가정에서 식사량보다 더 많은 식재료를 구매해 낭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는 선진국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UNEP이 집계한 세계 1인당 평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79㎏입니다. 한국은 1인당 95㎏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중하위 소득국에서 배출한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1인당 평균 7㎏에 그쳤습니다.
반면, 개발도상국일수록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되려 선진국보다 높았습니다. 예컨대 이라크의 1인당 음식물폐기물 배출량은 143㎏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냉장 시설 부족이나 운송 과정에서 손상 등으로 식품이 상하며 폐기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UNEP은 “음식물쓰레기가 단순한 ‘부자 국가’들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확인했다”며 “더운 나라일수록 신선식품 소비량이 많고 냉장 유통망이 부족해 가정에서 1인당 음식물쓰레기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는 세계적인 비극”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서 최대 10% 차지 🌽
이같은 음식물쓰레기는 기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UNEP에 의하면,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가 식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하나의 나라라고 가정하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합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음식물쓰레기는 세계적인 비극”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식량이 낭비되며 오늘날 수백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며 “또 불필요한 폐기물로 인해 기후와 자연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해리엇 람 WRAP 최고경영자(CEO) 또한 “음식물쓰레기가 막대한 양의 환경·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며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더 협력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G20 중 4개국, EU만 음식물쓰레기 절반 목표 추적 가능” 🍊
그러나 2022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식품폐기물 감소 목표를 넣은 국가는 21개국에 불과했다고 UNEP은 지적했습니다. 중국·나미비아·시에라리온·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2025년 NDC 상향 과정에서 식품폐기물 감소 등을 통합하여 기후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UNEP은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2.3번 목표와 관련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UNEP은 밝혔습니다. SDGs 12번 목표는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양식 보장을 골자로 합니다.
12.3번은 세부목표 중 하나로 2030년까지 유통 및 소비자 수준에서 전 세계 인구 1인당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식품 생산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역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문제는 주요20개국(G20) 중 4개국(일본·호주·영국·미국)과 유럽연합(EU)만이 2030년까지 목표 진행 상황 추적에 적합한 시스템을 보유했단 것입니다.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일부 지표만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 내 음식물쓰레기 감축 현황을 추적하는 데이터는 있었으나, 요식업과 소매업 내 현황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UNEP은 “2030년까지 음식물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인단 SDGs 12.3번 목표 달성을 추적하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발생 식별·배출 예방 위한 공공-민간 파트너십에 주목해야 🤝
국가별로 음식물쓰레기 감축에 성공한 주목할 만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감축 및 온실가스 감축 모범 사례 등을 공유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이 대표적입니다. 2007년부터 호주·인도네시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나라에서 시행 중입니다.
민관협력을 통해 자국 내 음식물쓰레기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식별해 해결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파트너십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감축 모범 사례를 공유한 결과, 일본과 영국이 음식물쓰레기를 각각 31%와 18%로 감축할 수 있었다고 UNEP은 강조했습니다.
파트너십 전체 회원국으로 기준으로 하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인당 가정 내 음식물쓰레기는 약 4분의 1 이상 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