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클린테크 기업 상당수가 미국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를 취소·재검토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재선이 성공할 경우 미국 내 청정에너지 투자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행보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공공연하게 거론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재선이라는 유령이 그들(기업)을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美 청정에너지 투자에 ‘트럼프 리스크’ 경고 🚨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청정에너지 산업이 위험에 처할 것이란 분석은 이미 기정사실로 여겨집니다.
그간 많은 컨설팅 기업이 이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2023년에서 2050년까지 미국 에너지 부문 투자가 7조 7,000억 달러(약 1경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인프라법(IIJA)과 IRA의 주요 보조금 정책이 이를 주도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 시 1조 달러(약 1,370조원)에 달하는 저탄소에너지 투자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기관은 내다봤습니다. 또 이 경우 현 정책이 이어질 때와 비교해 2050년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10억 톤가량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우드맥킨지는 경고했습니다.
유럽 최대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도 같은달 트럼프 재집권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IRA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도 “전기자동차, 태양광 발전 등에 대한 보조금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기후싱크탱크 E3G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까지 미국 내 발표된 클린테크 투자 규모는 2,780억 달러(약 380조원)에 달했습니다. 이중 유럽 클린테크 기업의 투자 규모는 4%를 밑도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같은 ‘트럼프 리스크’는 이미 청정에너지 업계 성과에도 반영되는 모양새입니다.
일례로 세계 30대 재생에너지 기업 성과를 따르는 리닉스 지수는 작년 7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獨 태양광 기업 “美 대선 불확실성에 수익 악화 우려” 🇺🇸
일부 유럽 청정에너지 기업은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해 이미 사업 조정에 나섰습니다.
가장 최신 소식은 독일 태양광 부품 기업 SMA솔라입니다. 세계 5위의 태양광 인버터 기업입니다.
지난 6월 18일(이하 현지시각) 사측은 미국 대선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간 수익 목표치를 낮췄습니다.
SMA솔라는 당초 6월에 미국 태양광 공장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나 연기됐습니다. 공장 건설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에 있는 SMA솔라 주가는 41.28유로(약 6만원)에서 발표 이튿날(19일) 28.62유로(약 4만원)로 31% 이상 폭락했습니다. 현재까지도 25유로(약 3만 7,000원) 전후를 답보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I)는 청정에너지 산업 중에서도 태양광 업계의 불확실성이 유독 높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태양광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이 유독 적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앞으로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소의 말입니다.
연초부터 美 청정수소 공장 건설 취소·지연 줄이어 💧
유럽 청정에너지 기업 중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곳은 청정수소 업계입니다.
룩셈부르크 기업 H2아펙스그룹은 지난 2월 미국 수소탱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당초 사측은 잠재 고객과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을 우려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트럼프는 매우 기회주의적이고 매우 논쟁적이며 상당히 예측 불가능하기 대문에 그런 도박이 합리적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했다.”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피터 로스너 H2아펙스그룹 최고경영자(CEO)의 말입니다.
독일 수소 기업 티센크루프 뉴세라가 지난 5월 유럽과 북미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상황을 드러냅니다. 사측은 “시장 불확실성이 초래하고 있으며 투자 흐름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11월 미 대선 후에는 IRA 정책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노르웨이 청정수소 기업 넬의 경우 미국 미시간주에 청정수소 전해조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투자 규모만 4억 달러(약 5,500억원)에 달합니다. 현재 최종투자결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사측은 지난 17일 실적 발표에서 “미국 시장의 수요에 달려 있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트럼프 ‘해상풍력 백지화’ 공언, 업계 대비책 만반 💨
사전에 대응을 마친 기업도 있습니다. 덴마크 해상풍력발전 기업 오스테드입니다.
해상풍력발전은 트럼프 재집권 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부문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이전부터 해상풍력에 대한 강한 반감을 거듭 드러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미 뉴저지주 해변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후보는 “그것(해상풍력발전소)이 첫날 끝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재집권 첫날 해상풍력발전 중지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는 말입니다.
지난 2월 오스테드가 예방책을 마련했다고 밝힌 것은 이와 관련됩니다.
마즈 니퍼 오스테드 CEO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 당시 해상풍력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관할 부처인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이 사실상 대부분의 권한을 박탈당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에 니퍼 CEO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트럼프 재집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 부지 선정에 있어 민주당 성향의 주(州)를 우선시하는 것이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실제로 오스테드가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뉴욕주·뉴저지주·코네티컷주·메릴랜드주는 모두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리스 돌풍, 美 청정에너지 불씨 살아날까 🔥
한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막판 교체되면서 트럼프 재집권 실패에 대한 기대도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급부상하면서입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를 돌연 사퇴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미 대선 경합주 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트럼프 후보를 소폭 앞섰습니다. 설문조사는 여론조시기관 모닝컨설트와 함께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이같은 흐름은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TMTG)’ 주가 현황에서도 확인됩니다. TMTG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의 모기업입니다.
지난달 13일 트럼프 암살 미수 직후 40.58달러(약 5만 5,600원)로 상승했던 주가는 1일 기준 27.2달러(약 3만 7,300원)로 급락했습니다.
CNN은 “트럼프와 해리스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데 따른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