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방대법원 개혁안’을 제안했습니다. 연방대법관의 종신제 폐지, 윤리 강령 제정, 대통령 면책 특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합니다.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시민권법 60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기본권을 보호하는 오랜 법적 선례를 뒤집고 시민권 원칙을 파괴하며 대통령의 재임 중 범죄에 광범위한 면책권을 부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관은 자진 사퇴하거나 탄핵당하지 않는 한 수십 년간 재임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의 경우, 지난 1991년부터 33년째 재임 중입니다.
트럼프 전(前) 대통령 재임 시절 이례적으로 3명의 연방대법관이 지명됐습니다. 그 결과, 현재 연방대법관 구성에서 보수 성향이 9명 중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 때문에 과거 특정 정부의 선택이 수십 년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미 환경보호청(EPA)의 대기오염 감축 규칙 등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 또한 연방대법원에 번번이 제동이 걸린 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우적 의제를 실행하려는 사람들이 법원을 무기로 삼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당 개혁안의 통과 가능성은 낮습니다.
“법 앞에 예외 없다” 美 연방대법원 임기 제한 개혁 발표 ⚖️
이번 개혁안의 제목은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법 앞에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원칙 아래 세워졌다”며 연방대법관도 예외가 되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개혁안에 대한 상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요 내용은 3가지입니다.
첫째,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범죄에 대한 면책권 없음을 명확히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연방대법관에 대한 18년 임기 제한을 설정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연방대법관의 구속력 있는 행동 강령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관의 종신제 폐지를 강력 촉구했습니다. “75년 전 대통령 임기 제한이 도입됐듯 연방대법원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그 대신 18년의 임기 제한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법원 구성원이 규칙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정 대통령이 지목한 연방대법관이 부당한 영향력을 장기간 행사하지 못하도록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밖에도 연방대법관들의 ▲정치 활동 제재 ▲금품수수 내역 공개 ▲이해 상충 사건 자발적 기피 의무화 ▲구속력 있고 집행 가능한 행동·윤리 규정 제정 등이 제시됐습니다.

바이든 “극우파 무기로 전락 연방대법원, 개혁 필요” ⚖️
해당 개혁안은 지난 1일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로 제기됐습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기소 사안에 대해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대해 법적 처벌이 불가하다는 주장입니다.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 6명이 찬성을, 진보 성향 3명이 반대를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뒤집기 모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대선 결과 인증 방해, 국회의사당 난입 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들의 금품수수 의혹과 정치적 활동 지지에 대한 비판도 불거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관 종신제로 인해 이같은 전횡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절권 보장 판례 파기 ▲총기소지권 확대 등 보수적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됩니다. 여기에 EPA의 환경규제 권한을 포함해 기후정책으로도 영향이 확장됐습니다.
‘기후유산 구하기’ 나선 대통령, 실현 가능성 낮아 😓
이번 개혁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에서 사퇴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제안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6개월 임기 동안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굳히기 위한 노력으로 연방대법원 개편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기후정책을 지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IRA 폐지를 공언해 왔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지만 연방대법원 개혁안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화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면책 제한과 연방대법원 임기 규정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법안 발의부터 상원과 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합니다. 비준에도 50개주(州)에서 4분의 3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 의회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형국입니다. 공화당 성향의 주지사 또한 50개주 중 27곳에 달합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루이지애나주)은 이번 개혁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습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번 개혁안이 “법원의 정통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바이든 정부의 위험한 도박은 하원에 도착하자마자 죽을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하원에서 발의되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뜻입니다.
존슨 의장의 발언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