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베라, 독자적 탄소상쇄 검증 ‘아바쿠스’ 출시 임박…“자연기반 탄소상쇄 구원자 될까”

빅테크 기업, 구매 계획 밝혀

글로벌 유통 대기업 아마존이 독자적인 탄소상쇄 검증 표준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탄소상쇄 검증 프레임워크 ‘아바쿠스(Abacus)’에 대한 작업이 완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아마존과 대표적인 자발적 탄소시장(VCM) 인증기관 베라가 공동개발했습니다. 양사는 탄소크레딧의 품질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아바쿠스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검증을 통과한 탄소상쇄 크레딧에 인증 라벨이 부여됩니다.

베라에 따르면, 아바쿠스는 몇 주 이내에 공식 출시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검증 표준의 등장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옵니다.

 

아마존+베라 공동 개발한 ‘아바쿠스’란? 🤔

일반적으로 탄소상쇄 크레딧은 현 기술 수준으로는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분야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문제는 품질과 신뢰성에 대한 불신으로 시장 성장이 더디다는 것.

특히, 자연기반 탄소상쇄 크레딧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입니다. 레드플러스(REDD+·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사업)의 과대 산정 및 윤리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탄소상쇄 크레딧에서 비교적 신뢰성이 높은 탄소제거 크레딧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바쿠스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농림업·재조림 등 자연기반 탄소상쇄 크레딧에 초점을 맞췄단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즉, 자연기반 탄소상쇄 크레딧의 재기를 목표로 합니다.

 

▲ 지난 6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는 고품질 탄소크레딧 검증을 위한 대표 표준인 핵심탄소원칙의 발행을 시작했다. ©Calyx Global

아바쿠스 개발에 업계 환영…“CCP론 시장 성장에 불충분” 📈

이 소식은 지난 6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의 인증 라벨이 발행을 시작한 지 약 한달 만에 나왔습니다. IC-VCM이 개발한 인증 라벨은 ‘핵심탄소원칙(CCP)’으로 불립니다.

덕분에 그간 VCM 내 고품질 탄소크레딧 검증을 위한 대표 표준은 CCP로 자리 잡는 추세였습니다.

이 가운데 아마존과 베라가 별도의 검증 표준을 개발한 것.

이는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그동안 IC-VCM을 후원해 왔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습니다. 2021년부터 그가 IC-VCM과 그 자매기관인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에 투자한 금액은 1,100만 달러(약 150억원)가 넘습니다.

제이미 멀리건 아마존 탄소중립 책임자는 CCP보다 더 높은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투자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아마존은 IC-VCM의 작업도 지원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바쿠스가 VCM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산림보호 비영리단체 이머전트의 설립자 에론 블룸가든은 “IC-VCM의 작업은 중요하지만,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방어기금(EDF)에 따르면, CCP로 검증된 탄소크레딧은 2,700만 톤에 불과합니다. 연간 VCM의 탄소상쇄 크레딧이 3억 톤 규모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검증된 탄소상쇄 크레딧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데 아바쿠스가 기여할 수 있단 뜻입니다.

 

자체 표준 난립 우려에 IC-VCM “보완적 역할 기대” 💬

IC-VCM은 공식 성명에서 아바쿠스의 노력에 대해 환영을 나타냈습니다. 기후대응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동시에 “IC-VCM의 작업을 보완한다”며 기관은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켈리 키지어 IC-VCM 이사 또한 아바쿠스와 IC-VCM을 경쟁이 아닌 보완적 관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달리 페드로 마틴스 바라타 IC-VCM 공동의장은 분명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바쿠스가 IC-VCM에 편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바라타 의장은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회사가 개별 표준을 개발할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어 그는 IC-VCM이 농림업·재조림 프로젝트에서 베라의 방법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방법론이 승인될 시 아바쿠스와 IC-VCM 간의 호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타 의장은 말했습니다.

 

구글·메타·MS 등 빅테크 기업, 구매 계획 밝혀 💰

해당 표준은 몇 주 내 출시될 예정입니다.

멀리건 아마존 탄소중립 책임자는 이에 따라 수만 헥타르(㏊)에 달하는 황폐해진 토지가 복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현재 70개 이상의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마존이 탄소상쇄로 탈탄소화 노력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냔 우려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아마존이 주요 구매자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탈탄소화 노력을 대체하는데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미 여러 빅테크 기업이 최대 2,000만 톤의 아바쿠스 인증 탄소상쇄 크레딧을 구매할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구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등입니다.

 

▲ REDD+ 등 산림 기반 탄소상쇄 크레딧은 베이스라인 설정에 따라 발행량이 과잉 또는 과대 산정될 위험이 내재돼 있다. ©그리니엄

아바쿠스 특징은? 품질 강화 위해 3가지 개선 💪

한편, 아바쿠스가 여타 인증 기준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아바쿠스의 인증 기준은 탄소상쇄 크레딧 인증 중에서도 3가지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추가성 ▲누출 ▲영구성 등입니다.

베라와 아마존, UC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 미국 환경단체 자연보호협회 연구진 등이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전까지 농림업과 재조림 탄소상쇄 프로젝트에서 이 3가지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아바쿠스에는 탄소회계의 혁신을 반영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추가성|베이스라인 혁신

먼저 아바쿠스는 동적 베이스라인을 적용합니다.

베이스라인은 프로젝트의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선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 정해진 베이스라인은 이후로도 재검토·변경되지 않습니다. 특히 REDD+의 경우 이로 인한 과대 산정이 발생할 여지가 높습니다.

동적 베이스라인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해 더 정확하고 정교한 기준선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측정 결과에 따라 베이스라인 자체도 주기적으로 갱신됩니다.

 

2️⃣ 누출|간접 누출 방지

재조림·재생농업 등으로 탄소배출량을 상쇄할 경우, 해당 지역의 벌목·관행농업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프로젝트가 수행됨에도 총 탄소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를 ‘누출’이라고 합니다.

아바쿠스는 탄소상쇄 프로젝트로 인한 누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포함했습니다. 프로젝트 개발자에게 프로젝트 자체 또는 주변 지역에서 농업 생산성을 유지·향상시키도록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와 주변 지역의 경제성을 높여 누출 행위가 일어날 원인을 제거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아마존은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식량 생산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식량안보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3️⃣ 영구성|산림예치계정 품질 향상

재조림 등 산림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는 산불·가뭄 등으로 인해 훼손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이를 대비해 보험 성격으로 프로젝트의 발행량 중 일부를 별도의 몫으로 떼어놓습니다. 이를 ‘산림예치계정’이라 합니다.

아바쿠스는 해당 메커니즘을 더 고품질로 관리할 계획입니다. 지역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나무 품종을 사용하는 것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프로젝트의 크레딧 인증 유효기간은 30년으로 설정됩니다. 일반적 기간인 50년에서 대폭 단축한 것입니다. 물론 나무들은 크레딧 인정 유효기간 이후로도 계속 자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렇게 자란 나무들이 흡수한 탄소가 일종의 ‘제2의 산림예치계정’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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