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Verra)의 탄소크레딧(탄소배출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자발적 탄소시장(VCM) 신뢰성 문제가 거듭 불거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1월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였습니다. 가디언 등 언론 3사는 레드플러스(REDD+) 사업에서 베라가 인증한 탄소크레딧의 94%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는단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해당 보도 직후 베라와 언론 3사 간 반박과 추가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베라의 신뢰성 문제는 자발적 탄소시장 전반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베라가 세계 탄소크레딧의 75%가량을 승인하는 대표 인증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무결성(Integrity)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 내 신뢰성 및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자 무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VCMI 트위터

VCM 내 자율성과 신뢰성 논란, “알고 보면, 동전의 양면!” 👀

규제 탄소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자발적 탄소시장.

규제시장의 한계점을 보완해 기업들의 탄소 감축을 촉진할 수 있단 점에서 각광받습니다.

무엇보다 2020년을 기점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이 잇따르며 기업들의 탄소크레딧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2020년 세계 VCM 시장 규모는 3억 달러(약 4,300억원). 맥킨지는 2030년까지 VC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500억 달러(약 7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은 표준이 없단 점에서 리스크(위험)가 동반된단 점입니다. 베라, 골든스탠다드(GS) 등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은 각각 자사의 기준에 맞춰 탄소크레딧을 승인합니다.

품질기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단 것. 이는 곧 해당 탄소크레딧의 신뢰성 및 투명성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업계도 2020년부터 자발적 탄소시장 내 투명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장서고 있는 단체는 2곳인데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와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입니다.

 

▲ 2020년 9월 마크 카니 영란은행 전 총재는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Bank of England TSVCM

前 영란은행 총재, 자발적 탄소시장 구할 ‘태스크포스’ 세워 ⚖️

우선, IC-VCM을 알기 위해서는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영란은행 총재를 역임했던 마크 카니 UN 기후특사가 총대를 메고 설립한, 일종의 특별팀인데요.

카니 특사는 2020년 9월 국제금융협회(IIF)의 후원 아래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를 만듭니다. TSVCM은 금융업계, 시민사회, 국제기구, 학계 등을 대표하는 250여개 기관이 참여한 민간 주도의 이니셔티브입니다.

TSVCM은 자발적 탄소시장 내 거래 표준을 정립하고 독립적 감시기구를 설치한다는 목표 아래 출범했습니다.

출범 이후 TSVCM은 각계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듬해인 2021년 1월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은 ‘1단계 보고서(Phase 1 Report)’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핵심탄소원칙(CCP·Core Carbon Principles) 초안 ▲핵심탄소표준계약 ▲시장 기반시설(인프라) 정비 등의 제언이 담겼습니다.

 

▲ 2021년 9월 TSVCM은 독립기구인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를 설치했다 ©IC VCM

자발적 탄소시장 내 무결성 향상 위한 10대 원칙은? 🤔

같은해 9월, TSVCM은 자발적 탄소시장을 감독할 독립적 기관인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를 설치하게 됩니다.

위원회의 목표는 탄소크레딧의 품질에 대한 글로벌 벤치마크(측정 표준)를 수립하는 것. 실제로 IC-VCM은 올해 3월, 자발적 탄소시장 내 무결성 향상을 위한 10대 원칙이 담긴 핵심탄소원칙(CCP) 최종안을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편 IC-VCM은 CCP 최종안 발표 당시, 탄소감축 프로젝트가 CCP에 부합하는 지를 검증하기 위한 평가 프레임워크(AF·Assessment Framework)와 평가절차(AP·Assessment Procedures)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프로젝트의 무결성(Integrity), 즉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기후영향(탄소회피·제거 등)을 창출하는지를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2023년 상반기에는 탄소크레딧 자체의 무결성을 평가하는 AF 및 AP도 발표될 예정입니다.

IC-VCM은 이러한 평가 프레임워크에 따라 CCP의 원칙을 모두 충족한다고 인정되는 탄소감축 프로젝트와 탄소크레딧에 ‘CCP 인증’ 라벨을 부여할 예정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첫 CCP 인증 라벨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C-VCM은 이러한 라벨링을 통해 자발적 탄소시장을 평가·감사함으로써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는 2021년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의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VCMI UK Government

영국·UNDP, 탄소크레딧 ‘소비 신뢰성’에 초점 맞춰 🔍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곳은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입니다.

지난 2021년 3월, 영국의 정치인이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을 맡은 알록 샤르마가 이니셔티브 추진을 알렸습니다.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으로 같은해 7월 다자간 플랫폼으로 정식 출범했습니다.

VCMI의 목표는 탄소크레딧 사용에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것입니다. 기업 등 탄소크레딧 소비자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탄소크레딧을 사용해 수치를 과장하거나 저가의 저품질 크레딧에 매몰되지 않도록 독려합니다.

이를 위해 VCMI는 2022년 6월, 탄소크레딧 사용자를 위한 ‘무결성 지침(CoP·Claims Code of Practice)’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정도, 탄소 배출량 감축 수준에 기반해 탄소크레딧 사용 등급을 골드, 실버, 브론즈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예컨대 스코프 1·2·3 배출량 모두 과학기반 감축목표(SBTi)에 따라 감축하고, 약 5~10%가량인 잔존 배출량에만 고품질의 탄소크레딧을 사용해 상쇄할 경우 골드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직접적인 감축을 우선시하는 등급 제도를 통해, 탄소크레딧의 무분별한 사용 및 이로 인한 신뢰성 저하를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VCMI의 CoP 최종안은 오는 6월 28일(현지시각) 공개될 예정입니다.

 

▲ 지난해 12월 세계은행은 탄소크레딧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블록체인을 접목한 플랫폼 클리아밋 액션 데이터 트러스트를 공개했다 ©Climate Action Data Trust 트위터

자발적 탄소시장 신뢰성 제고 위해, 각계각층서 노력 중! 💪

이 밖에도 영국 런던증권거래소는 2022년 탄소감축 프로젝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업이 준수해야 할 공시 규정을 제정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탄소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계획서를 발행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편, 칼릭스글로벌(Calyx Global), 비제로카본레이팅(BCR), 실베라(Sylvera) 등 탄소크레딧을 대상으로 하는 품질평가기관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은행(WB)이 나서서 탄소크레딧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클라이밋 액션 데이터 트러스트(CAD Trust·Climate Action Data Trust)’를 출범했습니다. 국제배출물거래협회(IETA) 및 싱가포르 정부가 참여했습니다.

탄소감축 프로젝트와 탄소크레딧의 모든 정보를 모아 공개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단 시도입니다. WB는 자체 시스템 개발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에서 기후금융 조달 측면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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