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까지 유럽연합(EU)을 이끌 제10대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미쳐올 파장에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우익과 극우정당이 여론조사 결과치보다 저조하긴 하나 여러 면에서 성과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우경화한 유럽의회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문은 단연 기후통상 정책입니다.
여기에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유럽 전역에서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 1위 사수…극우세력 약진, 녹색당 약화 🗳️
유럽의회 선거는 27개 EU 회원국 유권자들이 자국 선거법에 따라 각 정당에 투표하는 형태입니다. 이후 27개 회원국은 인구 비례를 통해 할당받은 의석수 내에서 당선인들을 배분해 유럽의회에 의원들을 보냅니다.
EU 전역에서 온 정당은 정치성향·이념 등에 따라 정치그룹(교섭단체)를 형성합니다. 현재 유럽의회는 총 7개 정치그룹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7일 유럽의회에 의하면, 6월 14일 11시 기준 유럽의회 선거 개표 결과에 따른 예상 의석수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제1당을 차지했습니다. 유럽국민당은 720석 중 190석을 차지했습니다.
제2당은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36석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3당은 중도 성향의 자유당그룹(리뉴유럽)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당그룹은 80석으로 기존 102석에서 22석 줄었습니다.
유럽국민당·사회민주진보동맹·자유당그룹 등 3개 정치그룹은 지난 5년간 의회에서 중도 대연정을 구축해 협력한 주류세력입니다.
유럽국민당 소속이자 현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이어라이엔은 선거 직후 이들 2개 정치그룹과 향후에도 협력을 유지할 계획임을 시사했습니다.
반면, 기후문제를 선도해온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은 기존 71석에서 52석으로 줄었습니다. 이 자리를 극우성향의 유럽보수개혁(ECR)과 정체성과민주주의(ID)가 차지했습니다.
두 정치그룹은 각각 76석과 58석을 채웠습니다. 각각 7석과 9석이 늘어난 것입니다.
극우 정당 약진한 유럽의회 선거, 유권자 관심사 변한 3가지 이유 🤔
유럽에서 우경화가 약진한 배경은 다소 복잡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 ▲반(反)이민 정서 확산 등이 주로 꼽힙니다.
우익 정치노선을 추구하는 정치그룹들은 모두 반이민 기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선거 직전 EU 집행위가 실시하는 여론조사 ‘유로바로미터’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고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책 방향성에 차이가 있더라도 이민자 차단이란 총론이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정책으로 변모하고 있단 뜻입니다.
지난 1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에서 유럽 내 녹색정치가 실패한 분석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 유럽 유권자들의 관심사가 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안보와 경제 불안감,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비 위기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단 것입니다.
둘째, 이런 위기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그린래시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그린래시는 친환경 정책에 반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후대응 정책에 반발에 올초 유럽을 휩쓴 ‘트랙터 시위’가 대표적입니다. 극우정당들이 앞다퉈 그린래시를 부채질한 영향도 있습니다.
셋째, 유럽국민당 등 중도 정당들이 녹색당 의제 상당 부분을 수용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역내 탄소중립 산업 육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중도 정당이 녹색당의 지지를 잠식했단 것이 NYT의 분석입니다.
물론 녹색정치가 유럽 전역에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독일 등에서는 녹색당이 참패한 반면, 덴마크·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는 녹색당이 선전했습니다. 기존 녹색당 약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녹색당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녹색당이 노동당과 함께 출마해 극우정당을 2위로 밀어낸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입니다.
유럽의회 정치 지형도 변화, 韓 산업계 영향은? ⚖️
물론 강경우파가 더 많은 영향력을 얻을수록 기후대응과 이민 등 EU의 주요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의회는 EU 내 법률 통과와 예산 승인을 맡기 때문입니다.
1️⃣ EU 그린딜 정책 속도 조절론 가능성
당장 기후대응 등 그린딜 정책 속도 조절론이 부상한 상황입니다. 그린딜은 2019년 EU 집행위가 내놓은 계획입니다.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 부문 로드맵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프랑크프루트사무소는 “지난 의회를 이끌었던 EU의 중도 대연정 그룹(유럽국민당·사회민주진보동맹·자유당그룹)에서 선출된 의원이 과반수를 상회한다”며 “EU의 주요 정책 방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체성과민주주의 등 극우성향 정치그룹이 약진함에 따라 기후대응이나 이민 정책에서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관은 전망했습니다.
단, 기관은 “그린딜 정책 철회 등 극단적인 영향력 행사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2️⃣ EU 우선주의 강화, 역내 탄소중립 산업 육성
그렇다면 한국 산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유럽의회 내 우경화로 인한 자국우선주의 정책 강화에 대비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한국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유럽의회 내 우경화로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며 “극우부터 진보세력까지 모두 지지하는 ‘바이 유럽(Buy Europe)’ 기조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한단 기조입니다. 주류 정치그룹 모두 역내 청정에너지 확보와 산업 보호를 위해 탄소중립 역량 강화를 기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3️⃣ 유럽 현지 생산 공장 둔 韓 기업 호재 가능성
그럼에도 유럽에 생산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은 호재가 될 수 있단 시각도 존재합니다.
예컨데 국내 배터리3사 중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삼성SDI·SK온은 헝가리에 각각 유럽 생산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무협 브뤼셀지부는 선거에 앞서 유럽국민당 등 보수 정당 집권 시 한국 배터리와 전기자동차 등 EU 진출 한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EU가 중국을 대상으로 반보조금법이나 역외보조금 규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중국 기업과 경쟁 중인 한국 기업에 유리하단 것. 실제로 EU 집행위는 오는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주요국을 보는 EU의 시각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1당인 유럽국민당과 극우성향의 유럽보수개혁은 미국을 파트너로 봅니다.
단, 극우성향인 정체성과민주주의는 미국을 경쟁자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의회 내 극우와 진보세력 모두 중국은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4️⃣ 기존 입법 완료 끝마친 EU 기후통상 법안 수정·시행 연기 가능성
이와 별개로 EU가 이미 입법을 모두 끝마친 법들도 일부 수정이나 시행이 연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1당 자리를 굳힌 유럽국민당은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정책을 재검토 중입니다.
이밖에도 2023년 10월부터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거론됩니다. 이는 철강·시멘트 등 6개 품목을 EU에 수출한 기업이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배출량만큼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오는 2026년부터 추가 관세를 납부해야 하나 (CBAM) 시행을 늦추거나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법안 초안 발의 시 기대했던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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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결과 모아보기]
①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약진…EU 기후정책 향방은?
② 프랑스 조기총선·독일 집권당 참패 등 유럽의회 선거에 EU 권력지형 급변 예고
③ EU 그린딜 주도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연임 성공하나?
④ 유럽의회 우경화…“자국우선주의에도 韓 기업 호재 가능성 대두된 까닭”